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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

발전한다는 것은 계속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질을 '쓰레기'라고 한다. 인간 역시 현시대에서 더 이상 사회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쓰레기가 된다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이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되풀이 해 왔던 것 말고는  달리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새롭고 다양한 물건을 즐기는 것에 열정을 쏟는다.  매일 아침마다 이들은 새 옷을 입고, 최신형 냉장고에서 새로운 캔을 마시며, 최신의 모델의 기기에서 나오는 최근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매일 아침마다 어제의 쓰레기들이 깨끗한 비닐봉지에 싸여 쓰레기차를 기다린다.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파괴되지 않는 쓰레기 요새가 산맥처럼 사방에서 도시를 압도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의 옷과 최신식의 장난감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면 할수록, 어제의 백일몽의 잔해들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쓰레기 산들이 보이지 않는 곳들로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  매일 그것을 되풀이 함으로써 열정은 영원히 재생되고 재충전 된다.  신제품인가 아니면 영원히 불어나기만 하는 쓰레기더미인가?  유행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유행은 결국 무엇인가?  쓸모 없거나 쓸모 없게 된 것들을 대체하기 위해 점점 더 새로운 것들, 점점 더욱 더 새로운 것들이 생산 되어야 한다.  더 나은 다른 새로운 욕망의 대상들이 손짓하기 때문에 기존 물건들이 무용한 것으로 선언되고, 즉시 버려지며 이전 것들은 새로운 것들에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기술적 진보는 한편으로는  인간이 정착하기 부적당하던 거주지에 새로운 생존수단을 제공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주거와 식량을 제공해온 거주지들의 능력을 침해하고 있다. 한편 경제적 진보는 한때 삶을 영위하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던 것을 쓸모없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며, 그리고 경작되지 않고 버려진 불모지의 크기를 넓히고 있다.

 

'지구는 만원이다'라는 말은 사회적이고 정치학적인 발언이다. 이 말은 지구의 상태가 아니라, 이 지구위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수단을 가르킨다. 그 옛날 주인 없는 땅은 현대화 과정의 영향으로 우리 지구의 각 지역에서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간 쓰레기를 버리기 위한 쓰레기 하치장이라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인간쓰레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쓰레기가 된 인간들의 생산은 현대화가 낳은 불가피한 산물이며, 현대에 불가피하게 수반 되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내쫓는 질서구축, 새로운 생계유지 방법으로의 경제적인 진보가 초래하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현대사가 진행되는 기간 지구의 광대한 후진 지역, 저발전 지역은 선진국들의 잉여인구를 흡수하는 지역으로 취급되었다. 남아 도는 인간들을 수출할 수 있는 당연한 목적지이자, 현대화가 낳은 인간 쓰레기를 버리는 데 쓰일 것이 뻔한 이미 다 만들어져 있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현대적인 생활방식을 특권화 된 지역에서만 누리게 됨에 따라  인간 쓰레기가 생산된 것이다.  우리 지구에서 현대화 된 지역은 지역에서 발생한 과잉인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지구 전역에서 찾으려 했다. 현대화의 승리의 잰걸음이 지구의 가장 외진 곳까지 이르고, 인간의 생산과 소비가 사실상 전부 화폐와 시장에 의해 매개 되며, 인간의 생존수단의 상업화와 화폐화 과정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스며들게 되면, 지역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지역적인 잉여물에 대한 전지구의 지구적 배출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지구가 만원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본질적으로 인간 쓰레기 처리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점점 더 많이 생산하게 됨에 따라, 지구 쓰레기 처리장과 재활용 수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세계화, 지구화가 인간 쓰레기 또는 쓰레기가 된 인간의 원천으로  현재 가장 많은 생산량을 보이면서도 가장 통제 되지 않는 생산라인이 되었다. 현대적 생활방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생물학적인 측면과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이제까지는 적당하게 소유해 왔던 생산수단과 방법을 빼앗긴 인간들의 수가 대량으로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