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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

불행한 싸움꾼 과 현명한 해결사 (competitor vs connector) 2

전통적인 네트워킹은 강한 의욕만 있으면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과 안면을 틀 방법을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에너지를 동원해 교류 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일종의 푸시행동이다. 수색대를 모을 때는 이런 방식은 효과가 없다. 솔직히 수색대는 서로에게 끌려서 모인 사람들이다. 따라서 수색대를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이 서로에게 끌리도록 유인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런 끌어당김은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나누는 공통의 지식과 관심사를 통해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푸시가 아닌 끌어당김이다.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관계는 친밀한 관계도 당사자들의 힘도 지위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여러 사람을 두루 아는가, 다양한 정보를 두루 접할수 있는가' 이다. 잘 아는 사람, 이웃, 직장동료 하고만 어울리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낼 방도가 없다. 조금씩 아는 사람들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연구결과 거대 집단이 개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예측능력이 있다. 게다가 집단구성원이 다양할수록 예측은 정확하고 특히 복잡한 현상을 예측할 때 정확성이 더 높아졌다. 대규모 '아이디어 집단 클라우드 소싱'은 기업활동의 전 과정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부를 개방하고, 참여자의 기여로 기업활동이 향상 되면 그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는 방법이다. 일상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활동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캠브리지 대학 경영학 교수 마틴 킬더프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다양한 집단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능력이 뛰어난지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관찰한 바로는 그런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카멜레온 같은 특징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집단요구에 맞게 적응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 파충류 카멜레온은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몸의 색을 바꾼다. 인간 카멜레온은 화법이나 언어를 바꾸고, 전면에 내세우는 신념이나 옷차림까지 달리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내면에 핵심적인 신념이 없는 것은 아니며, 자신을 완전히 바꾸지도 않는다. 단지 어느 정도까지 적응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핵심을 유지해야 하는지 알 따름이다.

 

사람들이 끌어당기는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개방적으로 보여 별다른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중요한 힘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과 타인의 접근을 환영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거대도시의 아파트에 혼자 살고 가상세계를 통해 전세계와 일하며, 가족과 단절되어 지내는 일의 미래는 황량하고 어두워 보일 수도 있다. 경제학자 로버트 레인은 이것을 '결핍모형'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따뜻한 인간관계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 , 나를 둘러싼 광범위한 귀속관계, 단독 가정생활 같은 것이 결핍될 것이다." 그동안 가족과 공동체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에도 당연히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예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는 의도적으로 찾아내야 하고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서 살지를 선택하는 문제는 개인의 취향과 더욱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탄소발자국에 대한 우려 증가도 개인의 취향을 부분적으로 좌우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장거리 통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직장 근처에 살수도 있고, 우리를 보살펴 주는 공동체 안에서 살 수도 있다. 특정지역과 도시는 사람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계속 살게 하면서 행복과 활력을 복돋아준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첫째 물리적인 아름다움이다. 이런 지역공동체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쉽게 이끌린다. 둘째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며 개성을 키워나갈 있는 곳이다. 남다른 차이를 개방적이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장소는 자기표현이 훨씬 늘어나게 마련이다. 셋째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어렵지 않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곳이다. 훌륭한 이웃이 있고, 멋진 경관이 있는 곳이다. 이런 지역은 개인의 인생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고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날로 추락하게 될 미래에, 우정은 지금처럼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길러야 하는 것이 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협력과 공감의 능력을 자연적으로 타고 났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우정을 만들려 노력하며, 지난 날 보여준 애정과 지지를 통해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지내기를 원한다.  미래에도 그런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우정과 신뢰의 강한 유대감이 시작되는 곳이 가족이다.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계획하는 가족이라는 단위야말로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갈수록 파편화 되고 갈수록 잡음과 혼란이 증가하며, 갈수록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세상에서, 강력하고 애정 어린 우정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보의 조직화와 작업완수 같은 업무적인 부분과 가족을 부양하고, 친구를 도와주는 일과 업무 와의 사이에 뚜렷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과 개인 생활사이의 경계선이 흐릿해지면서 우정도 업무의 일부분이 되었다.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해제가 행복한 우정과 동반자 관계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일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이런 경계해제가 악영향을 미쳐 개인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고스란히 직장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 옛날부터 우정을 장기적인 투자라했다. 우정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휴식과 활력을 주는 깊은 우정에는 공통의 관심사와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자신과 친구에게 다른 점이 많으면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우정이 자랄려면 같은 관심사와 공통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키케로는 " 지구상의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이다." 라고 했다.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선의는 그 어떤 이익계산도 배제한 사랑으로 만들어진다. 키케로가 우정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아미키키아(amicitia)의 어원은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모르(amor)이다. 키케로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깊고 애정어린 우정이 끝나는 이유는 대개 돈과 야망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가벼운 인간관계와 파편화라는 특징이 날이 갈수록 늘어날 미래의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재충전이 가능한 관계를 만들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어떤 업무방식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선택에 따라 우정을 기를 수도 있고, 반대로 파편화와 고립으로 우정이 파괴될 수도 있다. 일이 인생의 매 순간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평온함을 제공해 줄 때, 일은 우정을 기를 환경을 조성해준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꿈과 의욕이 균형을 이루고 돈과 권력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을 때, 일은 우정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역설적이다. 미래의 세상은 연결성이 증가하고 세계화 되지만, 동시에 점점 더 파편화 되고 고립된다. 이런 문제를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 것은 의미와 가치가 있는 업무생활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하다우정을 기르기 위한 시간과 공간은 미래에 대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적 재화보다 우정, 의미, 발전을 우선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