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21)
디지탈 시대 국가건, 개인이건 정보를 어디까지 개방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 인간에게는 누구나 몰래 숨어서 관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한국인은 미니 홈피나 개인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적인 것들을 겁없이 노출시키는 반면, 서구인들은 조금 더 신중한 편이다. 분석심리학자 융은 그리스 극작가 플라우투스의 말을 인용해 ' 집단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든 서로에게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일대일로 만났을 때에는 상대방이 잘못하면 비난하거나 화를 내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집단 전체가 한명의 목표로 공격하면, 그 잔인함이 도를 넘는다는 것은 인간의 다듬어지지 않는 본능이다. 모임에서 벗어나면 남에게 욕먹거나 놀림감이 될까봐,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못하면 뒤질까봐, 이 모임 저 모임 기웃거리고, 남하는 건 다해봐야 하..
폭력사회 보통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살인범도 겉으로는 성실하고 평범해 보일 때가 많다. 대개는 열등감과 가슴에 맺힌 한이 원인이 되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평소 성격은 오히려 약하고 순환 이들도 많다. 이것은 사람들이 전율을 느끼는 이유중 하나다. 물론 인간 내면에는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지만, 건강한 자아는 파괴적 충동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조정해 남에게 해로운 일을 삼간다. 심리학자들은 연쇄살인범을 산업화나 자본주의가 가져온 인간 소외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연쇄 살인범들은 대개 스스로의 힘과 지배력, 또는 우월감에 집착한다. 동반자살을 하는 환자들은 자식이나 배우자를 자기 몸의 일부분으로 오인한다. 가족 구성원들이심리적 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우리 영역으로 뭉쳐있는 한국인의 정서의 한 단면도 ..
한국과 일본 , 웃음 나라마다 편견에 가까운 이미지들이 있어서 폴란드의 멍청함, 이탈리아의 휘젓는 어머니, 그리스의 독재자 아버지, 아일랜드의 술버릇, 영국의 경직됨, 미국의 나르시즘, 중국의 장사 속, 일본의 위장된 친절은 종종 조롱기 많은 희극의 단골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 중 한국인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벌어 남한테 과시하고, 자식인생에 일일이 간섭하며, 문제가 생기면 소리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며 절대 양보하지 않는 이미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받아들이긴 싫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이미지는 합리적인 면보다 불합리하고 전근대적인 온정주의, 개인적 인연에 집착하는 부정적인 쪽에 더 가깝다. 전쟁과 군사독재, 무한경쟁 등으로 피폐해진 정서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데 대한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성의 즐거움을..
이념, 기성세대 반미와 친미, 좌파와 우파, 노동자와 사업자로 세상이 갈려 시끄러울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이념이 무엇이고, 명분이 도대체 무엇인가? 결국 우리 가족과 이웃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면 되지 않는가? 전쟁터건 광산이건 감옥이건 오지건 망망대해건 가리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곳이라면 뛰어가 묵묵히 일해 온 우리시대의 숨은 일꾼들은 운좋고 아부잘해, 노력없이 성공하고 출세한 일들과 많이 다를 것이다. 이념의 덧도 따지고 보면 남들에게 보이는 가면, 즉 페르소나에 대한 집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념도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9.11테러와 이라크전쟁이후 미국인의 자신감은 급격히 위축 되었다. 한국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기적적 으로 일어난 국가이다. 전쟁이나 자연..
불편한 진실 싸움을 하고 난 뒤 짐승의 뇌는 적이 눈 앞에 없어도 당분간 의심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언제든 다시 닥쳐올 위험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만든 자기방어 본능이다. 재난이나 강도, 강간 등으로 상처를 입은 후 생기는 외상후증후군의 발생기제이며, 전쟁후 냉전논리나 정치적 음모 이론이 팽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이드도 무의식 속의 본능과 파괴적 충동이 결국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에너지 원천이라고 했다. 당연히 나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힘센 자들이 이런 편집증과 음모이론을 자신의 이익과 맞게 이용해 사회를 괴롭힐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 역시 권력을 가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피해의식을 부추겨 음모 이론을 확..
권력 '투사(投射)'란 상대방에게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덮어 씌우고, 자신의 문제는 덮어버린 채 모든 잘못과 책임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낮은 수준의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일단 투사의 방어기제가 작동되면 내적성찰보다 외부에서 문제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 문제 해결을 사사건건 방해한다. 부부싸움 할 때 남편은 아내탓, 아내는 남편탓을 하듯이 사장은 노 탓, 노조는 사장탓, 여당은 야당탓, 야당은 여당 탓을 하는 것이다. 비난하고 방어하는 데만 모든 열성을 쏟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할 여력도 없다. 집단과 집단이 편을 갈라 상대방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집단의 결속력을 키우는 면도 있다. 집단내부에서 병든 부분을 찾는 것보다는 적의 잘못을 공격하는 것이 훨씬 쉽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은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
나 그리고 너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인 한국의 회사원이나 공장직원, 자영업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함을 느낄뿐 아니라, 집중력 주의력 등이 떨어져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몸의 면역체계도 흔들려 전염병에 걸리기 쉽다. 심리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공격성이 높아져 쉽게 싸우려 하는 등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니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수면부족중에서도 특히 꿈을 꾸는 렘수면이 박탈될 경우 심각한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꿈을 꾸는 동안 육체뿐만 아니라, 상처받고 피곤한 정신이 무의식적의 자연치유 기능을 통해 회복되기 때문이다.고민이 많아 잠이 안 오거나, 새벽에 깨면 잠이 부족한 것 때문에 또 다른 걱정을 얹는..
자식 망치는 부모 전쟁후 한국의 학생들, 지금의 베이비부머세대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돈을 벌어가며 악착같이 공부했다. 대부분의 전후 세대중에는 부모가 제대로 뒷받침해 주었다면, 환경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원망을 갖고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좌절감으로 인생 전체를 낭비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낳은 자식들이 1990년대이후 젊은이들이다. 대부분 성장과 풍요를 접하면서 산 세대들이다. 맹목적으로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과 명예를 몽땅 물려주고, 또 그만큼 자식의 인생에 개입하려는 욕심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녀 인생을 애프터서비스 해준다는 부모도 있고, 부모 돈으로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돈과 집을 물려주는 순간, 부모자식은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로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