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의 미래 (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

외로움에 익숙한 사회(2)

고립을 이끈 동인으로 도시의 폭발적 성장을 들 수 있다.1800년대 세계 인구의 3%가 도시에 살았고, 1900년대에는 14%, 1950년대에 30%로 뛰었다.  2010년 현재는 대다수의 서구 국가에서에 도시에 사는 인구는 75%가 넘는다2025년이  되었을 때 고립감은 사람들이 가족과 지역사회를 벗어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거나, 전쟁 및 자연재해를 피하고자 이주하면서 시작될 것이다. 물론 6만년전 최초의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 곳곳을 누리기 시작한 이래 인간의 이주는 언제나 존재해온 현상이다인간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기존 공동체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공동체에 합류하기 위해 계속 이주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주가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이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이주는 환경요인, 정치적 요인, 기술발전에 따라 달라진다. 글로벌 세상이니만큼 친구와 동료를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자동차 시동을 걸고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으므로 고립감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료의 가용성과 비용을 예측해 보면 에너지 가격이 엄청 뛰어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한 사태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업무도 오피스 허브나 가상세계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 증가와 인구증가의 결합은 에너지 가격 급등의 포문을 열었고, 이런 추이가 둔화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석탄, 가스, 석유의 공급은 한정돼 있다. 2005년 거대석유회사 액손모빌은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유전과 가스전은 이미 다 찾아 냈으며, 미래에는 공급을 확보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한다. 정확한 매장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9년 여러 추정치는 인간의 손이 미칠 수 있는 유전과 가스전은 2042년에, 탄광은 2112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매장된 화석연료를 발견하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석유는 2015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게 된다. 이 때문에 2015년과 2020년 사이에 피크오일을 맞게 될 것이다. 피크오일이란 세계 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에 달했다가 이후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매장량 감소와 채굴비 상승은 필연적으로 에너지 비용 상승을 불러왔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증가를 비롯해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 집약적인 경제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도 2025년 유가폭등을 부추긴 요인이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성장 단계에 맞춰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수송인프라를 증강했다. 이러한 사실은 화석연료의 최대 사용처가 수송부문이라는 점에서 화석연료 소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0년에석유 10배럴을 채굴하면 그중 9배럴은 휘발유와 디젤 같은 수송연료로 정제했다. 2010년부터 2040년까지 중국과 인도의 도로를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세계 신차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중국과 인도 사람들은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 등을 사고 싶어 할 것이다. 원하는 것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현대기술 덕분에 가격이 내려갈수록 글로벌 에너지 구조에 편입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인간관계와 가족의 속성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확실히 가족규모도 줄어들었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이렇게 말을 한다. '개인생활에 적용하는 윤리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결과를 낳는다'. 친족관계는 한때 자연적으로 얻게 되는 생물학적 유대관계와 혼인관계를 통해 생기는 일련의 권리이자 의무로 여겨졌다. 별거와 이혼이 만연한 사회에서 핵가족은 소위 재조합 가족과 관련이 있는 여러 유형의 새로운 친족 관계를 만들었다. 과거 친족관계에서는 신뢰를 당연시 했지만, 오늘 날에는 그 신뢰가 협상과 흥정에서 나온다. 우리는 친척과 잘지내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일상생활에 대한 새로운 윤리가 만들어진다. 고립을 만드는 또 한가지 동인은 '불신'이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신뢰하면, 더 마음을 열게 되지만 신뢰하지 않으면 형식적인 관계에 머물고 만다. 신뢰는 단순히 다른 사람 또는 기관을 좋아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서 훨씬 적극적인 감정이며, 그 바탕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깔려있다. 우리는 약속을 지킬 것을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기관, 브랜드를 신뢰한다.

 

공동체와 사회의 신뢰를 얻는 것이 일상 업무나 거래를 더 쉽고 원활이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뢰는 미래를 내다보게 해주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지식을 교환할 때 윤활유가 되어주며 협력에 반드시 필요하다. 한마디로 신뢰는 공동체나 조직에 꼭 필요한 귀중한 상품 가운데 하나다. 고립은 서로에 대한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감소해서 빚어진 결과이다. 정부, 기업,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리더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을뿐 아니라,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치가와 기업 경영자가 과거처럼 존경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 기관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정치가는 그 직업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툭하면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기업경영자 역시 직원들을 모욕하거나 실망시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신뢰와 관련된 다른 요인이 일부 원인이 되어 현재의 신뢰 하락을 불러왔고,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장 확실한 요인은 투명성이다. 정치가와경영자에 대한 평판은 그들의 무수한 행동이 거르고 걸러지면서 만들어진다. 이 경우 미디어가 그런 정보를 거르고 눈에 띄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셜미디어 역시 나쁜 소식이 삽시간에 퍼지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은 나노 세칸드 단위로 기업과 정부의 부당행위를 폭로한다. 우리는 기업이 정보를 감추는 대신 먼저 제공할 때, 이해관계가 분명할 때, 행동에 대한 결과가 있을 때 신뢰한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힘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그들이 속한 조직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기업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점점 거둬들인다. 또한 단기적인 업무계약 증가도 신뢰 하락 원인이다. 다양한 고용형태는 예측하기 어렵고, 시장이 주도하는 단기 업무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업무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받지 못하고, 승진을 약속받았지만 실현되지 않고, 일자리 안전을 기대 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길거리로 나 앉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그들은 자신이 보살핌과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조직이 어느 정도 직원들을 보살핀다는 종래의 부모, 자식 같은 암묵적 계약관계가 깨졌음을 반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세계의 직장인들은 커리어 경쟁에서 믿을 사람은 자기자신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신뢰만큼이나 순간적이고 다면적이다. 신뢰가 타인과의 관계가 그들에게 거는 기대치라면, 행복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말한다. 신뢰가 일상생활과 일에서 꼭 필요한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이듯, 행복 역시 개인의 생활에 기름을 쳐준다. 소득이 증가하면 욕구와 갈망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에 이르면 아무리 소득이 늘어나도 결코 더 큰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감 감소는 미래에 우리가 생활하고 하는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오늘날의 생활에서 주된 부분을 차지하지만 행복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보이는 특징은 바로 여가패턴의 변화다.

 

인구가 공장과 도시로 대거 이동하기전 시골생활은 계절이나 가축 혹은 농장에 필요한 사안에 따라 많이 좌우 되었다. 일요일에 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쉬는 날 없이 일하는 편이다. 일과 가정에 시간, 요일, 주단위 개념이 명확히 적용된 것은 산업화 이후부터 였다. 지난 50년 동안 시간사용 방법에서 주된 역할을 한 것은 여가활용 증가다1950년대부터 여가는 일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고, 운동, 여행, 시민참여 활동 등의 여가할동을 위한 주말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대부분의 경우 여가시간을 텔레비전을 보내면서 보낸다. 텔레비전 시청이 선진세계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일종의 부업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여가라는 개념은 운동, 여행, 시민참여 활동 등의 여가활동을 위해 등장 했지만, 사회학자인 로봇 퍼트남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미국에서는 나홀로 볼링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 사회학자 마르코 구이와 루카 스탄카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텔레비전은 인간의 물질주의와 물질적 갈망이 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개인은 대인관계가 삶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중요성을 무시하고 소득창출 활동에는 과도하게 투자하는 반면, 인간관계 활동에는 지나치게 적게 투자한다. 미래의 고립의 덧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리는 세가지 유형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첫째 의지할 수 있고 오랫동안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온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다. 둘째 아이디어 집단과의 네트워크다. 마지막은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공동체다. 자주 얼굴을 보고 긴장감 없이 편안히 웃으며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현실세계의 사람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