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5만 6000만년전에 살았던 1000여명의 후손이다. 당시 세계인구는 아마도 화산활동이 늘어난 결과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류는 간신히 멸종의 위기를 면했다. 당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다양한 인구 이동과정에서 5만 년전에 지중해지역에 정착했고, 4만-2만 년전에 유럽과 아시아에, 1만 5000년 전에 알래스카를 거쳐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정착했다. 인류가 점차 지구 전체에 퍼져나가 다양한 생활권에 적응함으로써, 모두가 공유하지 않는 일련의 개별특질들을 개발한 시간은 겨우 5만년에 불과하다. 인류는 세계로 퍼지면서 전체적으로 다양해졌는데 그 주된 이유는 빠른 인구증가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전자도 더 많이 유포되고, 그 유전자들 중 하나에서 진짜 차이를 만들, 즉 진정한 이점을 제공해서 퍼져나갈 유전적 변이가 발생할 기회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물론 환경의 신속한 변화로 인간은 이런 변화들에 계속해서 적응해야했다. 우리는 여전히 옛날 수렵채집인의 게놈을 가지고 있고, 이 게놈이 현대의 삶과 충동한 탓에 우리가 많은 질병에 쉽게 걸린다는 주장과 어떻게 양립하는가? 급격한 생활양식의 변화들 중 다수가 겨우 지난 수십 년동안에 이루어졌다. 인간이 이에 진화적으로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 부, 위생, 의료기술 덕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식이 가능한 나이까지 산다. 문명과 문화의 중첩 때문에 자연선택의 중요성은 확연히 줄었다. 과학의 진보로 진화에 개입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현재 집중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변이유전자들과 그것들의 발생사를 조사하면 이 유전자들의 전파가 대부분 기후, 식생활, 감염병, 배우자 선택, 문화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이 분야들은 몸과 환경의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다양한 날씨를 견뎌내고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과 싸우고 배우자를 얻어야 하는 한편, 구할 수 있는 식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그 결과 그들의 게놈에 생존, 번식과 관련된 진화적 이점을 가진 변화가 발생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변이유전자들은 문화발전과 보조를 맞춰야 했고 사회요인들에 반응했다.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 또한 가장 잘 적응하는자의 선택을 유발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가는 그들이 사는 시대와 장소에 달려있다. 따라서 인류가 지구상에 퍼져나가는 동안 사람들의 식단도 당연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새로 정착한 곳에 있는 먹을거리에 그때그때 적응했다. 아직 역사가 길지 않는 현대 식생활에서 널리 퍼진 특징 두가지는 다량의 지방과 특히 당 형태로 된 고농축 탄수화물이다. 사람들이 이 두가지를 소화하는 능력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또 이에 대한 적응은 겨우 몇백년 동안에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당과 지방은 사람이 먹는 음식에 항상 포함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농도가 훨씬 낮았다. 당의 경우 익은 과일에 든 것보다 농도가 낮았고, 늘 일정량의 칼륨과 결합해 소비되었다. 칼륨은 당의 신진대사에 매우 중요하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당 자체가 아니라, 당이 소비되는 방식과 함께 소비되는 물질이 문제인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또다른 비자연적인 식품을 섭취할 수 있게 해주는 변이유전자들이 있다. 비자연적인 식품이란 바로 우유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는 오늘날 예사로 먹는 것들이라, 이 식품들이 꽤 나중에야 인류의 식단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고 산다. 약 9000년 전에야 우리 선조들은 염소, 양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아기적 모유만 먹었고, 젖을 뗀 후에는 모든 사람이 젖당 소화능력을 상실했다. 우유를 먹으면서 변이유전자들은 젖을 뗀 후에도 젖당 분해에 필요한 효소인 락타아제가 계속 형성되게 만든다. 오늘 날 사실상 모든 네덜란드인들, 스웨덴 인들의 99% 그리고 독일인 대부분이 젖당에 내성이 있고 모든 유제품을 잘 소화시키는 것은 아마도 이 유전자 덕분일 것이다. 적어도 4000만년 전부터 이미 알콜은 우리 원숭이 조상들의 식생활 중에 일부였을 것이다. 원숭이들은 과일을 주식으로 했기 때문에 과일은 익으면 발효되기 시작하고, 그 과일에서 알콜이 생성된다. 야간 발효되어 알콜을 포함한 과일을 우리 선조의 선조들은 즐겨 먹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떤 사람들은 병원체와 집중적으로 접촉하는데도 병에 걸리지 않는데 반해, 어떤 사람들은 아주 쉽게 병에 걸리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발병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과거에 그때그때 선조들이 이겨내야 했던 전염병들과 많은 관계가 있다. 어떤 약제가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효과가 큰지, 부작용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부작용이 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런 차이는 25억 년간 이어져 온 생물과 독소간 싸움의 결과다. 동물들이 처음으로 바다를 떠나 육상식물을 먹기 시작한 이후의 지난 4억년은 특히 중요하다. 그 이후 이른바 식물과 초식동물 사이의 군비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식물은 자꾸 새로운 독소를 발명함으로써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서 모든 초식동물들 역시 꾸준히 해독 메카니즘을 개발해 왔고, 이제는 대규모 병창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주로 간에서 활동하는 해독 효소들을 관할하는 유전자들의 독특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흡연자들은 여러 가지 암유발 독소를 흡입하지만, 폐암에 걸리는 사람은 10명 중 1명 뿐이다. 여기서는 우연과 다른 많은 환경요인들이 함께 작용하지만 독소에 대응하는 개개인의 능력도 영향을 미친다.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는 자연의 이용과 극복의 역사다. 사람은 자연이기도 하지만 단지 자연인것만은 아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자연선택으로부터 문화적 선택으로의 이행도 관찰할 수 있다. 인류의 문명과 미래를 주시하면 자연선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진화는 곧 끝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가진 유전자는 과거의 유산이다. 문화는 자연을 계속 점령하여 인간이 게놈의 형성에 개입하기에 이를 것이다. 진화의 자연적 메카니즘에 의해서 뿐만아니라, 유전체에 인위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우리의 유전자풀이 변화되는 것을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