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리는데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다. 당신은 서류를 든채 통화중이고, 두 사람이 책상 앞에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메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신경질적으로 깜빡거리는데, 꼭 참석해야할 회의에 이미 5분이나늦은 상태다. 프로젝트가 늦어지고 예산이 모자라는 이유를 임원들에게 보고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른다.집이라고 상황이 만만한 건 아니다. 냉장고는 고장났고 컴퓨터도 먹통이다. 다섯살 배기 아들녀석은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그 와중에 배우자와도 서로 짜증내며 말다툼을 했다. 이 총체적인 난국의 핵심은 사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반응하는 우리 시상하부의 방식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의 경우 오전 시간대가 가장 좋다. 하지만 반면에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시간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앞에 놓인 임무나 도전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로, 스트레스반응은 뇌가 강력한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다. 이것은 우리의 생존기술로 선사시대에 포식자에서 도망칠 때나 대응해 싸울 때 필요한 즉각 반응자세다. 투쟁-도피 시스템은 몸에 무리를 준다. 그래서 극한 상황은 아주 가끔씩 일어나야 한다. 전쟁터에 간다든지, 산에서 호랑이를 만난다든지, 지진이나 홍수, 화재를 만난다든지 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항상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하는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엄청난 재난상황과 맞닥뜨릴 일이 별로 없지만, 재난상황보다 아등바등 살면서 코 앞에 닥치는 일을 처리하려다 폭발할 가능성이 많다. 사소하겨 여겨져 자칫 무시되곤 하는 생활속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가? 가끔 일어나는 스트레스반응은 해롭지 않다.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인체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으며, 인생의 묘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몸을 지치게 할 뿐이다.
불안이나 공포 같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알츠하이머 병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미국의 한 생물학 연구팀이 생쥐를 30분동안 꼼짝 못하게 가두는 스트레스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이 단순한 사건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핵심인 물질 타우단백질을 변형시켰다. 건강한 타우단백질은 뉴런 활동을 돕지만, 변형된 타우단백질은 뇌에 매듭을 만들어 알츠하이머 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아침부터 상사한테 깨지면서 죄책감에 휩싸여 살맛이 뚝 떨어지지만, 그 장면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속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다. 오전 10시 30분 까지는 산처럼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모두 키보드를 치면서, 운전을 하면서, 빨래를 하면서, 요리를 하면서, 전자우편을 읽으면서, 기사를 스캔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혹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직장이나 집에서 혹은 출퇴근할 때 시도하는 멀티태스킹은 주의력과 기억력에 부담을 준다고 한다. 멀티태스킹은 효율성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기억이 만들어지는 해마와 의사결정의 사령탑인 전두엽을 손상시킨다. 이런 부위들이 손상되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어렵다. 뇌는 에너지를 가능하면 절약할 수 있는 자동조절 장치를 원한다. 그래서 뇌는 무의식에서 신속하게 자동 처리한다. 의식적으로 뇌의 자동처리를 제어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다.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어떤 일을 자동화 시켜놓고, 신경을 꺼버린다. 일부과학자들은 마치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듯 뇌가 3초 이내로 주의를 전환한다는 이론을 펴기도 한다. 두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때 뇌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떨어진다. 뇌활동은 하나의 일에 집중할 때보다 2/3이하로 떨어졌다.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의하면 ‘투쟁 혹은 도피’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몸이 생의학적으로 망가지게 되고 그 결과 심장병 발병요인 중 2/3를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1/3은 잘못된 식단, 흡연, 운동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에 기인한다.
1970년대 시작된 화이트홀이라는 대형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1만 8000여 명의 영국시민을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했다. 놀랍게도 가장 직급이 낮은 사무직 근로자가 조기사망 위험율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업무량이나 책임감은 스트레스 수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근로자들이 얼마만큼 업무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그 주도권을 행사하느냐가 스트레스 수준을 결정하는 관건이었다.약물치료, 대화, 운동, 명상과 요가, 태극권과 같은 이완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거나 줄일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하루 30분 정도만 명상을 하면 집중력과 주의력을 향상시키고, 혈압도 낮추며,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완화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음악을 연주하거나 감상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일이 잘 흘러갈 때 우리는 그 상태를 몰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아침 출근길의 교통체증처럼 '되는 일이 없는 상황'을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부른다. 자극과 도전은 정신을 또렷하게 유지시켜 주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므로 몸에 좋다. 미약한 단기 스트레스는 기억을 강화하고, 감각기관을 예민하게 만든다.하지만 스트레스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심해지면, 이러한 감각기관들이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흥분이 되면서 뇌로 곧바로 정보를 전달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 연습하고 훈련하면, 뇌가 활성화되어 새뉴런이 성장한다.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면, 뉴런도 맹공격을 못이기고 곧 죽어버린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몸에 이롭거나, 혹은 해로운지 아직 일정한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이란 우리의 능력과 압박감, 동기수준, 이 삼박자가 들어맞는 순간에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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