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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인종 간의 폭력사태나 대기와 수질오염, 가족 해체, 문화 붕괴 등의 문제들은 외관상 연관성이 없는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 문제들이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문제의 본질이 엄청난 것으로 느껴질수 있지만, 그 문제들의 접점을 찾게 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시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각각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실마리를 잡아당겨야 하는지가  문제로 압축된다. 나는 보다 균형있고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의 구조를 탈중심화의 방향으로 개편하고, 지식을 향한 우리의 접근방식을 보다 폭넓게 힐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끊임없는 경제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에 대해 정신적, 사회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문화적 활성화의 상실이라는 대가가 지불되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나 기술의 진보를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다른 방식의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 출현과 날로 증대되는 과학기술의 영향력으로 인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뿐 아니라, 자연과 문화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자연의 세계에 있어 다양성이란 절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근본 원리다. 생물학자들은 동식물 품종의 다양성이 장기적 관점에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고, 그 가운데 몇몇학자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품종을 말살하고 있는 현재의 추세가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경고하고 있다. 다양성이란 것은 한 회사에서 만든 열가지 청바지 중에 어느 것을 고를까 하는 문제가 아니다.  문화의 다양성은 자연계의 다양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고 실제로 문화의 모습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그 지역의 자원으로 의식주의 구조를 형성하면서 특정한 환경의 모습을 반영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부흥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무역을 줄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우유에서 사과 그리고 가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상품들을 대륙을 가로질러 실어 나르고 있지만, 그 상품들은 대부분 현지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지역경제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지역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불필요한 무역과 대비되는 필요한 무역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국제무역 원칙이라는 것은 재평가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보호주의를 고수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세계 전역의 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그 활용에 있어 평등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시장경제의 글로벌화 과정은 권력과 자원을 소수의 영향력 아래 집중시킬 뿐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을 도시 중심으로 종속시키기도 한다.

 

정치와 경제 권력이 몇 안되는 대도시에 점점 집중되면서 대부분의 외곽지역은 심각한 쇠퇴현상을 겪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도심을 향해 통근을 하고 있다. 도시 거주민은 에너지 사슬의 상단부에 머물러 있고 1인당 소비율도 훨씬 더 높다. 고속도로와 운송망을 비롯, 식품가공 공장, 그리고 대기와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의 현상을 고려하면, 대도시의 생활이 자연에 더 가까이 있는 탈중심의 공동체에 비해 더 많은 자원과 더 많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가족 구조에서 아이들은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에 의해 키워지는데,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친밀한 유대관계는 각별하다. 대가족 내의 인간관계는 친밀하기는 하지만, 핵가족에서와 같이 격렬하지는 않다. 각각의 구성원들은 그런 긴밀한 관계의 사슬 속에서 안정된 도움을 얻지만, 부담스러운 무게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대가족 내부에서 노인들은 지혜와 경험으로 존경받고 있으며, 젊은이들에 비해 느린 몸, 움직임 같은 것은 그들이 공동체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데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읺는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구 사회에서는 기술의 변화가 너무나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경험의 가치는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변형하고 있는 나머지, 노인들이 세상에 제공 할만한 것들을 거의 없애버린 것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다. 가사 일이라는 것이 곧 경제의 중심이었고, 일과 가정은 하나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대화 된 사회에서 여성들은 그 두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를 받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일을 갖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머물며 가사일만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가사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편으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을 받으며 가사일과 직장을 모두 해야 한다.

 

대부분의 서구인들은 그들이 공동체 의식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우리의 생활은 조각이 나있고,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만, 우리는 서글퍼질 만큼 고독함을 느끼며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라다크 사람들의 정체성은 상당부분 이웃과의 긴밀한 연결관계를 통해 형성되고, 상호연관을 강조하는 불교 신앙에 의해 강화된다. 사람들은 그들을 원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가족, 토지, 이웃 마을의 연대 속에서 도움과 지지를 얻는다. 서구사회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주의에 자부심을 갖는다. 하지만 때로 그 개인주의는 고립의 완곡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내면적 안정감으로 인해 라다크 사람들은 관용을 갖게 되었고, 자신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 타인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력보다 경쟁을 더 가속시키는 특성으로 인해 결국 사람들은 생계를 꾸려가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갈수록 격화되기만 하는 경쟁의식이 물물교환과 공동작업 위주의 경제체제를 대신함에 따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불만족과 탐욕과 갈등의 요소들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심지어 전쟁발발의 위험성마저 높아져 가는 실정이다.

 

전문화 법칙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질수록 그 구조는 점점 더 약해진다. 또한 점점 더 조직화되어 갈수록 그 내부의 질서는 더욱 더 약해지게 된다.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호간의 필수적인 이해와 형식, 법질서가 상실되는 경우 공동체는 붕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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