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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개발-1

전통적으로 라다크 사람들은 인근자원을 활용했고, 비교적 안락하고 부러울 만큼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무엇을 가지고 있든,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자급형 경제구조가 외부세계에 대한 경제의존성에 의해 서서히 밀려남에 따라 가정과 공동체는 붕괴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땅과 분리되기 시작했다. 개발은 자본의 도입을 절대적인 진보라고 생각한다. 개발의 관점에서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주류의 경제구조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적용할 수 있지만, 지역의 자원들을 기반으로 한 비화폐 경제체제나 자급경제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의식주 문제를 자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불안정한 금전적 이익을 위해 고유의 문화와 독립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라다크 상황이나 인근지역인 히말라야 부탄왕국의 상황은 인간을 위한 복지 수준을 금전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치 못한 일인가를 보여 주고 있다. 두 곳 모두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에 비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기초적인 생활 필수품을 자급자족 할 수 있고, 아름다운 예술품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나 여가활동을 하는 시간이 서방세계에 사는 사람들 보다 많다. 그러나 IBRD는 부탄을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기록하고 있다. 부탄의 GNP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국제간의 경제규모 순위에서 바닥에 랭크된 것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뉴욕 거리의 노숙자들과 부탄이나 라다크 농부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는 의미다. 수입이 없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 통계수치 뒤에는 현실은 밤과 낮 만큼 차이가 있다.

 

자급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오지의 나라건, 산업화 세계의 심장부이건, GNP를 사회복지의 주요지표로 활용하는 국가의 재무시스템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 시스템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돈이 넘어갈 때마다 GNP로 환산되어 더 잘사는 나라가 된다.  그래서 사회악영향을 끼치더라도 GNP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시행된다. 예를 들면, 삼림을 모두 베어 민둥산을 만든다해도 국가의 대차대조표는 더 나아 보인다. 벌목이 돈을 만드는 것으로 간주 되기 때문이다. 전자기구를 도난 당해 구입하는 경우에도 노인이나 환자를 진료비가 비싼 의료시설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정신병으로 상담을 받는 경우도 물이 오염되어 생수를 마시는 경우에도, GNP지수는 올라가게 된다. 개발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일차적인 진보관은 경제성장의 부정적 효과를 은폐하고 있고, 지역적 자급형 경제구조의 가치를 가리고 있다. 그에 따라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 특히 제3세계의 농경지역에 사는 수백만의 사람들 사이에는 상황에 대한 중대한 오해가 빚어질 수 밖에 없었다. 개발프로그램들은 실제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낮은 수준의 생활수준을 정착시킬 뿐이지만, 그런 사실은 철저히 미화되고 곡해된다.

 

자영농의 형태나 공동체와의 협동작업을 통해 다양한 곡물들을 경작하며, 가축들을 사육하던 농부들은 원격지 시장의 진출을 위해 환금성이 좋은 단일작물을 경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부들은 거대한 운송망이나 석유나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같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외부 영향력에 의존하게 되었다. 농촌인구가 도시의 빈민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그 인습적인 개발계획의 여파는 빈곤층을 만들어 내게 된다. 지역의 자원을 중심부로 끌어들이는 경제체제안에 갇혀버리고 만다. 이 경제 체제의 특성은 모든 것을 비산업화 지역에서 산업화 지역으로, 지방에서 도시로, 가난한 사람들에서 부자에게로 옮겨가게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자원들은 가공되고, 포장된 상품으로 변신하여 그 원산지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때 그 상품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기 마련이다.

 

수십억 달러의 돈이 도로, 댐, 비료공장 같은 것들을 건설하는데 흘러들어간다. 그 모든 것들은 중앙집중화와 에너지소비에 대한 의존성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지역규모의 수력발전소나 태양열오븐, 온수기 같은 지역자급에 도움을 주는 소규모 시설에 대해서는 경제성 때문에로 여기에 투자하려 하지는 않는다. 세계 전역에서 진행된 개발과정은 지역의 자급경제와 소규모의 경작을 통해 살아가던 농민계층을 붕괴시켰다.  농경지역의 자급구조가 서서히 붕괴됨에 따라 그 추세는 더욱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농부들을 그들의 지역에서 끌어냈던 개발의 영향력은 이제 자본과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형 농경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농경에서 산업형 농경으로 이전과정은 수확량 증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이 전제가 된다. 비료와 농약으로 인해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이 발생하고, 수확량의 경우도 최초의 경작지에서 증가한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단일경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성분의 농약들이 해충에 대한 곡물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산업형 농경은 각지역의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던 농작물의 다양한 종자를 없애버리고, 표준화된 종자를 사용한다. 그런 합성종자들은 자체적인 재생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농부들은 대기업으로 부터 종자와 화학물질을 계속해서 구해야 하는 순환적 종속구조에 갇혀버리게된다. 산업화는 인류복지 문제가 아니라 상업적 이익이 우선이다. 그리고 대부분 공공기금으로 완성된 기술을 통제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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