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논리는 없다.

전통문화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이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거기에는 추운 겨울의 난방시설처럼 우리가 기초적 편의시설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결핍되어 있다. 외부 세계와의 교류도 제한되어 있다. 문맹율은 높고 영아 사망률도 더 높으며, 개인의 기대수명도 서양보다 낮다. 외부세계와 교류도 제한적이다. 이 모든 것은 심각한 문제들이고, 나는 그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라다크의 실제 모습은 외부시각으로 바라본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서양의 잣대로 측정하려 한다면,  분명 잘못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라다크의 주민들은 매일 개천에서 물을 길어 온다거다, 배설물을 연료로 화로로 조리를 하는 등의 일이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외부 사람이 느끼는 것만큼 추위를 느끼지도 않았다.

 

현대 의학이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만약 노년기를 맞는 사람이 자녀나 손자 손녀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신체장애나 불구가 되어 살아야 한다면, 장수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의미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현대의학의 도입으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많은 라다크 사람들은 예전보다 안락한 생활을 한다. 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외부지역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무척 사치품 같이 여겨지던 쌀이나 설탕이 이제는 일상생활용품이 되었던 것이다. 교육은 그것의 혜택을 입은 사람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세상은 젊은이들을 지역공동체의 연고에서 해방시킨다. 그들은 이제 이웃이나 부모 그리고 조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졌다.

 

확실한 것은 자연환경에 기반을 둔 전통사회가 그 모든 결함과 한계를 갖고 이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측면과 환경 측면 모두에서 더욱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유문화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계속 변화해 왔다는 것이다.  예전의 문화는 자연환경의 한계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를 갖는 동시에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들을 반영하고 있었다. 전통적 체계 속의 관계들은 서로서로를 보강해 주었고 조화와 안정감을 더 향상시켰다. 사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복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유지가능성이 그 측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 기준에 비추어 현재의 라다크는 아주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현대 문화는 방치하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을 초래하는 환경문제들을 발생시킬 수도 있으며,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공동체의 붕괴와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부심과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흔들리기 이전에는 자신들이 문명화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굳이 전기 같은 것을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개발의 영향력은 짧은 기간동안 사람들의 자존심을 침식해버렸고, 그 결과 전기는 말할 것도 없고 펀자브 지방에서 생산된 쌀이나 플라스틱 제품 까지도 그들의 생활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소용없는 손목 시계를 자랑하듯 손목에 두루고 있었고, 자신이 현대화 된 것을 보이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고유문화를 부정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세기 동안 영위해온 사회적 생태학적 균형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그들의 삶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은 관습화된 개발의 방향을 답습하여 고유의 것을 버리기보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그 기반 위에 새로운 것들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