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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사람은 왜 부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예일대 심리학 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연구하고 싶었다. 나치장교들이 어떻게 최고 사령관의 명령을 받들어 1200만명의 사람에게 총을 쏘고, 가스를 마시게 하고, 고문을 가하여 죽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사람들이 파괴적인 복종에 굴복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믿었다. 대단히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관한 실험을 하기로 했다. 실험 참여자는 시간당 4달러 짜리 기억에 관한 연구에 참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여자는 어떤 사람은 학생을 맡고, 어떤 사람은 교사역을 맡는다.당신이 단어를 쭉 읽어주고 제대로 대지 못하면 전기의자에 앉은 학생에게 단계적으로 전기강도를 올리며 충격을 준다. 전기의 강도가 올라가자 학생은 나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험자는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조심스레 단어를 불러주며 전기강도를 높이기 위해 레버 손잡이를 계속 들어올린다. 그때 당신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임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학생이 비명을 지르고 당신의 머리는 '안돼'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리에서 손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새삼 깨닫는다. 실험이 끝나자 그 학생은 각본대로 연극을 한 전문 배우라고 한다.

 

이 실험에 참가한 65%의 사람들이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 “우리가 만든 이 상황에서 당신이 선택한 행동은 완전히 정상입니다. 그것 때문에 안좋은 감정을 느낄 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처럼 행동 할 수 있다. 신뢰할 만한 권위를 대면했을 때 62-65%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정도로 명령에 복종했다. 밀그램의 실험이 가진 힘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 실제의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 만큼 엄청나다. 1944년에 심리학자 다니엘 프랭크가 자신이 흰가운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피실험자들에게 머리를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를 서라든지, 한쪽 눈을 감고 뒤로 걸어라든지, 창문에 혀를 대라고 요구했을 때, 사람들이 아무리 터무니 없는 요구라 하더라도 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밀그램은 솔로몬 애쉬 교수의 실험 조교로 일했다. 교수는 길이가 다른 선을 이용한 연구에서 집단이 옳다고 인식하는 의견에 피실험자들이 동의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가령 A선과 B선 중 실제로 B선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집단이 A선이 더 길다고 하면, 피실험자가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포기하고 A선이 더 길다고 대답한 것이다. 밀그램은 독일 처럼 국가 차원의 죽음의 수용소를 만들만큼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미국내에서는 없을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으로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떠했을까? 밀그램이 찾아낸 사실은 사람들이 서로 상해를 입히거나 살해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언제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격을 받지 않았는 데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피실험자들이 화가 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노와 살인이 무관할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증명했다. 게다가 그들은 정원에서 꽃을 키우고, 자기 자식을 키우고 사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밀그램은 사회심리학자였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보다는 우리가 언제 어느 장소에 있었는가를 더 중시했다. 또한 밀그램은 아무리 정상적인 사람들도 사람을 죽여야할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가 어떻게 살인자가 될 수 있는지 자신이 증명했다고 이야기 한다. ‘인간과 상황: 사회 심리학의 전망’의 공저자인 리 로스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느냐거 중요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이 내면화된 고정적 기호나 믿음보다는 기후나 바람처럼 변하는 외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밀그램과 엘름은 복종적이거나 반항적 행동을 보인 사람들의 성격적 특성을 찾았다. 누가 어떤 행동을 무슨 이유로 했는지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상황만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함을 깨달았다. 만일 상황만이 모든 사람을 복종하게 했다면, 피실험자 전원이 복종했어야 했다. 하지만 복종을 한 사람은 전체의 65%였다. 이는 곧 35%는 그 상황을 거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토양이 아닌 씨앗의 문제라 생각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복종이나 저항과 관련된 성격적 변수가 따로 존재한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성격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단지 상황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의 힘을 믿었던 밀그램 자신도 성격적 특성을 추구하였고 그것을 묵안하는 글을 썼다.  “나는 복종과 반항이 복잡한 성격을 토대로 형성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직장에서 잘못된 일을 보고도, 동료가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서도,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가만히 있었던가? 도덕적 실패는 많은 사람들 가슴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실패하고 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