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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위대한 심리실험은 인간의 특정 행동 영역이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혼잡한 인생속에 묻혀 있는 한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렌즈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알에서 막 부화한 엔젤피시가 정확히 48시간만에 몇 개의 단일 세포에서 성장한 물고기로 커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바로 내 눈앞에서 생명의 퍼즐 조각들이 짜맞춰진 것이다.  결국 사람의 인생이란 여러가지 기댓값, 변수들을 흡수하고 변형하여 다시 쓰는 이야기다. 따라서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진정 인간은 우리 인생의 주인인가? 도덕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 인간에 관한 가장 담대한 질문들을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대담한 방식으로 제기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20세기 심리 실험 10가지를 소개한다.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형성하는 과정과 매커니즘을 설명하면서도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왜 어떤 기억은 보관 되고 어떤 기억은 폐기되는지, 왜 이런 저런 생각에 이끌리게 되는지, 이러한 기억들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설명하지는 못한다. 우리 기억의 생리적 기질은 정의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기억이라는 나를 재료를 최종적으로 저장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인 것이다.

 

파블로프는 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사들은 우리 머릿속을 파헤치고 있다. 인간이 조건화 되고 밝혀지고 해방되고 설명된다. 누군가 명령을 내린다. 우리는 복종하거나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표 신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동물 시험을 통해 보상과 강화가 행동의 형성 과정에 엄청난 힘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어 심리학 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환경 자극을 이용하여 언뜻 보기에 자율 반응처럼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자극에 의해 유도된 것임을 시험으로 증명했으며,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스키너는 인간과 동물에게 긍정적인 강화를 해줌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기술을 습득하고, 임무를 수행하게하는 조건화연구하여 발전시킨 과학자로서 인생을 보냈다. 그는 심리학도 오로지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작업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소한 사건들이 모여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나는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도 사전에 계획 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그는 다람쥐를 쳐다보며 '침샘 따위가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를 통째로 조건화 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반사적이지 않는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스키너는 그런 행동을 조작적 행동이라고 일컬었다. 조건이 되든 안되든 침을 흘리는 행위는 '반사'이다. 하지만 우리가 음식이 생길 것을 기대하며 점프를 한다거나, 지렛대를 누르는 것은 '행동'이다.  환경에 작용하는 것이다.  반사적 행동을 조건화 할수 있으면, 반사적이지 않는 행동도 조건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처럼, 아무 의미없는 행동에 지속적인 보상을 해주면, 그 조작행위가 뇌에 새겨져 계속 오른쪽으로 보게 만들수 있지 않을까?  지렛대를 누르는 쥐에게 음식이라는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한 그는  처음에는 지렛대를 한번 누를 때 마다 음식이 나왔다. 그러나 다시 한번 누르자 이번에는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세번 누른다. 나오지 않는다. 다시 누른다. 이번에는 음식이 나온다. 그러면 쥐는 그것을 가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음식을 얻기 위해 지렛대를 누르는 일이  결코 귀찮지가 않다.  지렛대를 세 번 누르면 음식이 생긴다. 이처럼 우연적인 강화는 동물의 대응방식을 뒤바꾼다. 그는 바뀐 환경에서 달라지는 비율을 정확히 측정하여 한 생명체가 어떻게 학습을 하고, 우리가 그 학습결과를 어떻게 예측 통제할 수 있는가에 관한 수량화가 가능한 데이터를 만들었다. 행동의 예측과 통제라는 성과와 더불어 통계학 분포도와 막대 그라프 그리고, 수학이 동반되는 진정한 의미의 행동과학이 탄생한 것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보상을 아무 때나 주거나 드물게 주면  좌절감이 생겨 행동이 소멸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스키너는 음식이라는 보상을 간헐적으로 줄 때 쥐들이 그 결과와 무관하게 지렛대를 계속적으로 누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마치 마악 중독자가 마약을 찾는 것과 같았다.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행동이 소멸 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이 저지르는 대부분의 어리석은 행동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보상이 지속적으로 생기지 않는데도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의 가장 친한 여자 친구가 기분이 내킬 때만 전화를 거는 못된 애인 전화를 애달프게 기다리는 이유가 무엇이고 , 왜 평소에 멀쩡한 남자가 연기 자욱한 카지노에만 가면 돈이 한푼도 남지 않을 때까지 도박을 하다가, 끔찍한 지경에 이르는지 말이다.  왜 여자들은 지나친 사랑을 하고, 남자들은 위험할 정도까지 주식투자를 하는가?  그것은 간헐적 강화라는 것으로 스키너는 그 메카니즘과 우연성이 가진 강박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하버드대학 코슬린교수의 의견은 이렇다.요즘  과학자들은 스키너 박사가 연구한 신경물질에 관한 새롭고 흥미진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뇌 속에 존재하는 두가지 학습 시스템에 관해 증거를 들며 설명했다.  하나는 두뇌 깊숙한 곳에 거미줄 처럼 연결된 시냅스(신경세포 연결부위)의 집합체로서 뇌에 새겨지는 부위인 기저신경절이고, 또하나는 인간의 이성과 야망이 앞뒤로 연결되어 있는 커다랗게 불쑥 쏟은 주름투성이의 전두엽 피질이다신경학자의 가정에 따르면,  우리는 전두엽 피질을 통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과거에 비추어 미래를 상상하며 계획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또한 모든 창의성과 놀라운 탈선이 이곳에서 비롯된다.

 

실험심리학자 브라이언 포터는 이렇게 말한다.  '스키너 박사 덕분에 사람들이 처벌보다  보상에 더 많이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긍정적 힘을 강조했기 때문에  행동의 형성에 있어 처벌보다 보상이 더 많은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재로 인간이란 자동화된 일련의 반응에 불과하다는 우리의 의구심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산업화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방식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의문을 품어 왔다. 행동과학은 자율적인 인간에 의해 가해진 통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존엄과 가치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환경이 우리에게 가하는 엄청난 통제력 또는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하며, 따라서 모든 시민에게 긍정적인 강화 즉, 창의적이고 적응력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는 우리에게 좌절감 대신,  우리 안에서 가장 훌륭한 자아를 이끌어내는 신호를 달라고 사회에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처벌을 중단하고 더 이상 굴욕감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