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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도 레이첼 나오미 레멘

본래의 모습

섬김의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한계에 부닥칠 때 우리는 마음을 다친다. 그 문제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우리가 하는 일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어도 섬기려는 마음이 있는 한, 그것이 모여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 우리가 하는 일이 위대하거나, 보잘 것 없거나 상관 없이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을 축복할 수 있다때로는 삶의 중심보다 가장자리에서는 더 큰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마는 카드가 섞이는 것처럼 우리의 가치관을 뒤섞어 놓을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래 놓여있는 카드가 가장 위에 놓인 카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삶을 축복해 준다는 것은 그가 지닌 고유함을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본질속에서 성장하도록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누군가를 우리가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면, 그가 지닌 본래의 모습을 망가뜨리게 된다. 삶을 축복해 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인간 개개인의 고유함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각자의 고유한 특성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죽어가는 것에 여러가지 길이 있다. 삶과 어깨동무 한다는 것은 때로 아주 복잡한 일이다. 때로 우리는 무조건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도와주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개 임시방편이 될 뿐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을 진정으로 축복해 주는 방법은, 그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해 나가도록 지지해 주면서 가만히 어깨동무 해주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아직 신뢰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믿음이 그의 삶에 커다란 버팀목이 된다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큰 상실의 고통을 체험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상실의 고통안에 큰 의미가 깃들어 있으며, 그것이 은총에 의해 놀라운 방향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마치 아스피린이 통증을 완화시키듯이 영적인 성장이 상실의 고통을 없애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영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우리 삶 그 자체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선사가 깨달음을 얻고 썼다는 계송이 있다"나는 지금 장작을 패고 있네. 나는 지금 우물에서 물을 긷네. 깨닫기 전에도 장작을 패고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삶안에 어떤 목적이 있는가? 사랑은 영원히 지속되는가? 그것이 참으로 우리에게 소중한가? 우리 마음 안에 일어나는 그런 물음을 꽉잡고 따라 다니면, 그런 떠오르는 물음들과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고, 그런 물음에 비추어 우리 삶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헤아려 보면, 이런 물음들이 우리가 삶을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세밀하게 이해하도록 해 줄 것이다삶의 끝자리에서 바라보는 삶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 모두가 사물을 바라보는 것보다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인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순간 사람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리라 단정했던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몇 세대 걸친 그 집안에 이어져 오던 가치관이 부적절한 것이었음을 인식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일생동안 너무나도 확고했던 중요한 일들이 실은 하찮은 것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양파 껍질을 벗기듯 삶의 본질에 다다르면, 삶은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매달렸던 것들은 지극히 사소해지고, 아주 단순한 몇가지만 중요해진다.

 

암수술을 한 환자가 그는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을 했다. 그말의 의미를 묻자, 자기가 지금까지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단순한 관념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으며, 최근에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거부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에서 손을 놓을 수 있었고, 삶은 그 자체로 거룩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단순함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온 신념이나 가치체계보다 훨씬 더 깊은 진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으며, 그것이야 말로 불속에서 단련된 듯한 아픔을 통해서 얻은 것이었다

 

우리가 선을 따르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적인 속박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 없는 상태 또는 탐욕이나 무지 등의 무가치한 관념들의 덫에 사로잡힐 수가 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희생이나 권리, 주장 등의 이름으로 노예가 된다어떤 것을 손에 놓는 순간, 우리는 미지의 것과 마주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고, 아픔을 주는 장소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 선택은 노예냐 자유냐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는 항상 노예생활이나 미지의 삶을 놓고 선택하게 된다자유란 몇 천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옳은 것을 위해서 가장 익숙한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내면으로부터 신뢰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 가운데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 명예, 권력, 젊음 등 무엇이든 우리가 거기에 애착을 둔다면 그것이 우리를 노예로 만든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면서 그들을 주인으로 섬긴다.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많은 것들이, 우리가 진정 삶을 풍요롭게 누리고 깊이 있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된다. 약속된 땅은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것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굶주림이나 두려움에서 빠져나와 누리는 자유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차별이나 불의로 부터의 해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은 차원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같은 것이리라. 바로 내면 안에 있는 선을 따라 살고, 서로 섬기고, 사랑을 나누며 사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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