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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오츠 슈

사랑, 일, 여행,나의 자취

 

아홉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 요즘은 사랑을 마음이 아니라 물질이나 양으로 평가하는 시대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가방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하거나, 두 사람한테 사랑고백을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벌인다. 이렇게 피상적인 연애를 즐기는 그들이 정말 사랑했을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느끼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남녀 사랑은 거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대방에게 늘 바라기만 하는 욕심과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애의 투영에 불과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추억은 마지막 순간을 풍요롭게 해준다. 죽음 앞에서 옛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고백하는 환자들이 많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떠날 채비를 해야할 때, 마지막 가는 길을 밝혀 주는 아름다운 등불이 될지도 모른다.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계절이 바뀌면 바뀌나 보다, 달이 바뀌면 바뀌나 보다 덤덤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계절 한계절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요즘은 일이 곧 인생이라고 믿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현대인의 노동 시간은 여전히 길다. 물론 회사일에 파김치가 되면서도 열정적으로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중한 일에 치여, 취미나 여가생활을 즐길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다.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여겼던 일 중독자는 열이면 열 모두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 순간에 반드시 후회한다. 일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은 일을 하지 못하면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좌절한다.  일만 하느라 놀 줄 모르는 사람들,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일부러 취미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좀더 풍요로운 인생을 꿈꾼다면 취미 하나 정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삶의 기쁨을 느낀다.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긴 세월 동안 놀이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은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그 모습에 후회는 없다.

 

열한번째 후회, 가고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맞다. 젊고 건강할 땐 자신이 원하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 나도 건강한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라고 갈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어떤 짐이라도 질수 있는 단단한 어깨가 영원하리라 연긴다면, 안타깝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누구에게나 병과 노화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프면 짐을 꾸리는 일조차 버겁다. 더구나 생이 얼마남지 않았다면, 여행을 떠난다는건 꿈과 같은 일이 되고 만다. 내 주변에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수록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거동이 불편할 때는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 어려운 현실은 수없이 많다. 고민없이 떠나라. 여행은 모든 후회를 말끔하게 씻어줄 것이다.

 

열두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어느 학자는 자신의 연구생활을 집대성한 서적을 남겼다. 어느 여의사는 어릴적부터 떠나기 직전까지의 인생을 시로 남겼다. 이들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당당히 보여주었다.  

건강할 때 총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라. 예순 일흔 나이가들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다. 왜냐하면 언제 죽음의 사신이 당신을 데려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살아온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손때와 진정성이 담긴 것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