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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 (김정 지음)

남북은 왜 통일되어야 할까?

북한 현대사와 세계 사회주의 체제

김일성은 북한을 세우고 약 50년간 북한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현대사의 유일무이한 인물 김일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김일성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만주로 건너가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무장투쟁을 했다고 한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그는 소련군과 함께 북한에 들어왔다. 소련의 지원을 받아 권력을 잡은 그는 북한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공장 등의 생산수단을 국가소유로 했고, 지주의 토지를 빼앗아 토지가 없는 농민에게 나누어 주었다. 1950년 남북한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다. 북한 인민군이 남침을 개시함으로써 6.25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김일성의 큰 잘못이었다. 목적을 이루지도 못했고 전 국민의 6분의 1정도인 50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 전쟁 때문에 온 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북한의 김일성의 지시로 천리마운동을 벌이면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 운동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1960년대에는 경제력에서 남한을 앞질렀다. 그런데 바로 그 1960년대에 북한의 형제 국가이던 중국과 소련이 서로를 비난하는 중소논쟁이 벌어졌다. 그러자 북한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처음에 북한은 중국 편을 들다가 나중에 소련을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그 어느 쪽도 끝까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북한 스스로 독자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밟아 나가겠다며 주체사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북한은 1980년대 초까지 순조롭게 경제를 발전시켰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뒷걸음 치고 있다. 아무리 주체사상을 내세운다지만 그래도 중국과 소련 그리고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북한의 든든한 우방이었다. 그런데 1990년 소련이 한국과 국교를 수립하더니, 2년 뒤 중국까지 한국과 수교를 했다. 소련은 한국과 수교한 지 1년 만에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소련이 간 길을 뒤따랐다. 중국은 제 앞가림하기만도 바빴다. 이때 북한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온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외교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 있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세상에 겁날 것이 없어진 미국은 북한을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나섰다. 북한으로서는 이제야말로 믿을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곱씹었을 것이다. 세계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에 맞서기 위해 북한이 선택한 것은 바로 핵무기 개발이었다. 핵무기만 있으면 제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북한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세계의 눈과 귀를 한반도로 쏠리게 한 북한 핵문제는 이렇게 생겨났다. 북한주민들은 김일성이 만주에서 항일 유격투쟁을 할 때와 같은 정신으로 무장하고 허리띠를 더욱 더 졸라맸다. 위기를 벗어나려는 이때의 집단적인 노력을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그 노력 덕분인지 1998년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바로 그때 김일성 주석을 대신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계승하고 나섰다.

 

레닌은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지도자였다. 그는 1990년 이전까지 전 세계 39%에 해당하는 인구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레닌은 1917년 러시아에서 계급 없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를 내세워 사회주의혁명을 성공시켰다. 또 레닌이 이끌던 소련은 조선과 같은 식민지나라들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여러 면으로 지원했다. 정말 제국주의 국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행동들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레닌이 죽고 스탈린이 정권을 잡자 소련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스탈린은 국민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대파를 비밀리에 제거하기도 했고, 국민들에게 자신을 신처럼 숭배하게 하는 잘못도 저질렀다. 그런가 하면 공산당 간부들은 특권을 이용해서 불법적으로 재산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평등을 꿈꾸며 탄생한 세상에 다시 불평등이 자라났다. 그러나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에 연합국으로 참여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소련의 도움을 받은 동독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등 동유럽 여러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북한도 이때 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혁명을 성공시켰다.

 

1947년부터 시작된 냉전은 19506.25전쟁, 196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뜨겁게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런 팽팽한 냉전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죽음이었다. 1953년 스탈린이 죽자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성이 시작되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주장은 곧바로 중국의 비판을 받았다. 제국주의 국가들과 평화롭게 지내자는 주장은 그들의 죄를 용서하자는 것이고, 제국주의 타도라는 원칙을 수정했다면서 소련을 수정자본주의라고 공격했다. 이에 소련은 중국이 변화된 상황을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원칙만 주장한다면서 교조주의라고 맞받아쳤다. 이렇게 사회주의가 가장 강한 두 국가가 싸우고 있을 때 미국은 이 틈새를 이용했다. 미국은 1969년 닉슨선언을 통해 베트남 철수를 선언하고 소련과 사이가 안 좋은 중국에 접근했다. 중국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덥석 손을 잡았다. 이렇게 해서 20년 넘게 얼어 있던 두 세계간의 얼음벽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마오쩌둥이 죽고 덩 샤오핑이 권력을 잡으면서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실용주의 노선, 즉 국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다면 자본주의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자본주의 장점을 골라서 흡수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사회주의도 변하기 시작했다. 1985년 고르바초프가 개혁의 주역을 맡았다. 그러나 소련은 너무 급격히 개혁을 시도하다가 체제 자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소련과 중국은 경제체제를 자본주의적으로 개조하면서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남한과 각각 수교를 했다. 소련은 붕괴되어 15개 국가로 나뉘어졌고 이들은 자본주의 국가들로 변신했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남북은 왜 통일되어야 할까?

같은 민족이니까? 맞는 말이다. 그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민족이라고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미국은 영국에서 종교의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만든 나라다. 그렇다고 미국이 영국과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또 미국은 여러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서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남북통일이 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위해서다. 독재자들이 분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분단된 상태에서는 인간답게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도 분단 때문에 생긴 비극이었다. 같은 민족에게 다시는 총부리를 겨누지 않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 남과 북의 전쟁은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남한을 돕기 위해 16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군이 참전했고 북한을 돕기 위해 중국 군대가 피를 흘렸다.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전쟁의 위험이 큰 곳이 이 땅, 한반도다. 따라서 남북통일은 세계의 평화가 걸린 문제다. 전쟁이 없어도 인간의 삶은 험난하다. 6.25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북한은 사로를 미워하면서 전쟁에 대비하느라 많은 돈을 써야 했다. 무기를 준비하는데 쓴 돈을 국가경제에 투자했다면 남북한의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남북한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통일은 필수 과제다.

 

남한에서 군부독재가 30년간 지속되고 북한에서 부자세습이 이루어진 것도 분단이 가져온 크나큰 피해다. 남과 북에서 지배층은 분단을 핑계로 반대세력을 제거했다. 지배층이 비판적인 사람들은 모두 간첩으로 몰아서 죽였다. 이런 구시대적인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남과 북이 통일되지 않고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통일이 되면 찾아올지 모르는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못사는 북한사람들이 남한에 와서 우글거리면 남한까지 망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물론 통일이 되면 우리보다 가난한 북한을 돕기 위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므로 잠깐은 더 힘들 수가 있다. 그러나 분단 때문에 우리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를 돕듯 북한의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2001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며 조직된 세계사회포럼은 대안 세계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간적인 삶과 환경을 망치고 빈부 격차를 넓히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인간의 모습을 한 세계화를 주장한다. 유럽사회포럼 등은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화에 반대하여 지역적 차원의 대안 세계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에는 아직 지역통합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이 과거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아직까지 진정을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에 유럽과 같은 지역연합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이 이기적으로 자기지역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화의 부정적인 모습은 세계적 차원에서든 지역적 차원에서든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의 세계화가 가진 문제점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또 투기자본이 이윤을 쫓아 후진국에 진출해서는 그곳의 경제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여성이나 이민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을 리도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쟁의 위협이다. 1990년대 이후 비록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대립은 사라졌지만, 이라크전쟁에서 볼 수 있듯 지역적 차원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거부하는 세력을 다양한 방식의 전쟁으로 응징하고 있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을 생각할 때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