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1920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였다. 콘드라티예프의 이론에는 네 가지 순환이 있는데 종종 봄(개선), 여름(번영), 가을(후퇴), 겨울(침체)의 4계절에 비유된다. K파동이라 하며 K파동은 대략 50-60년 동안 지속된다. 1771년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네 번의 K파동이 있었는데 현재의 파동은 1949년에 시작되어 2110년 정도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콘드라티예프가 가정한 장기파동은 인간사에 나타나는 수십 년의 순환과 관련된 일반적인 사례일 뿐이다. 역사가들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의 흐름 속에서도 그러한 순환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대순환은 문명자체의 발생과 소멸을 일으킨다.
토인비의 역사이론은 문명이 원시시대부터 기적적으로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구성된 한 집단이 이전 집단은 정복할 수 없었던 규모의 도전에 직면할 때 생겨난다는 생각을 토대로 한다. 이 도전은 가혹한 물리적 환경이나 동일한 지역에 살던 이전 사회집단의 몰락,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전염병 등 문명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 일반대중이 엘리트층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문명의 몰락이 뒤따른다. 이후 엘리트층은 강제력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의지를 집단에 강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문명은 압박받는 대다수의 반역에 의해 붕괴국면으로 들어간다.
미국은 1600년경의 스페인 제국과 1900년경의 대영제국처럼 세계문제에 대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수십년전의 방대한 전략적 임무를 물려받은 나라다. 제국의 과잉팽창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은 전 세계에 산재한 미국 이권과 의무를 한꺼번에 지켜나가기에는 미국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국가도 순환적인 방식으로 흥하고 망한다. 사건의 변동 뿐 아니라 국가가 세계문제의 중심무대에 오르내리는 움직임에도 패턴이 존재한다.
국가 전체나 국가내 집단과 관련된 변화는 장기간의 사회적 사건의 구성요소다. EU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국가나 지역을 통합하는 문화나 언어, 관습, 습성의 연합체와는 관계가 없다. 사회경제학자라면 경제적 파이가 충분히 커서 모든 사람이 계속 큰 몫을 받을 수 있는 낙관적인 사회분위기속에서만 이러한 협정이 성공할 수 있다. 회의적인 사회분위기는 EU의 기초로 알려진 통합이라는 주제와는 반대되는 것으로, 과거의 오래된 균열을 강화하고 분리와 분단세력을 되살리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가 EU헌법에 반대한 사실을 놓고 언론이 제시한 가장 흔한 설명은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실업율 증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약화, 노동력의 외주화, 노동자와의 관계를 지키려는 노조의 강한 의지 등은 학자들이 비준거부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몇 가지 사안에 불과했다. 분위기가 긍정적이면 좋은 일이 생기고 분위기가 나빠지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 철학자 존 랠스턴 솔은 지배적인 경제이론이 수십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30년 동안 활약하다 1929년에 사망한 자본주의이론, 지리적 지역에 따라 45년에서 70년 동안 지속된 공산주의, 45년 정도 활약한 케인즈의 경제정책, 그리고 대략 30년 정도 중앙무대에 올랐던 세계화 이론을 열거했다. 역사적으로 세계화는 1971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만난 기업 지도자들이 사업가의 눈으로 문명을 바라보기 위해 집단을 결성하면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다보스의 이데올러기를 모방하기 위해서 G8이 결성되었다. 1973년 오일쇼크로 시작된 경제위기가 세계화의 문을 열었다. 세계화 이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일에도 책임질 필요가 없었다. 시장이 기적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았다. 각국의 정부들은 자국의 경제를 세계 경제로 이전했다. 초국적 기업 대부분이 대부분의 국가들보다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면서 기업들을 새로운 국가로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리적인 경계와 시민 의무가 없는 가상의 국가로 간주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1995년 GATT협정이 세계무역기구 협정을 탄생시켰다.
대통령의 극단적인 인기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사회적 분위기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말 시청자들을 상대로 가장 위대한 러시아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1위는 1200년대의 독일과 스웨덴 십자군을 물리친 알랙산드르 네프스키 왕이었다. 3위가 독재자 스탈린이었다. 스탈린이 인기를 끈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때 보여준 지도력과 통치시대 러시아가 강대국 지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조사하던 시점에서 러시아 사회분위기가 부정적이었고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 할 때는, 대개 강한 지도자를 바라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안전함이 느껴지던 과거에 향수를 느낀다. 인권침해, 막대한 내부부정, 사업상의 교묘한 속임수, 호전적인 응변, 증대되는 권위주의, 감소하는 인구, 언론탄압, 국수주의적인 청소년 운동 등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지만 2007년 이후 러시아 모습을 알리는 사례들이다.
미국 국가정보자문회의가 2008년 작성한 세계추세2025라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세계의 부와 권력이 북미와 서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전례 없는 규모의 이동은 석유를 비롯한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제조업이 선진국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 2025년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 혹은 첫 번째로 규모가 큰 경제대국이 될 것이며 군사강대국이 될 것이다.
* 전 세계적인 자원부족으로 이란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같은 국가들의 영향력도 강해질 것이다.
* 미국의 의무와 부담은 줄어들지 않은 반면 미국의 권력은 오늘날의 수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한 인구집단의 사회적 분위기는 예측 가능한 주기로 발생하는 허리케인처럼 전적으로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라 상승하고 하락한다. 허리케인과 사회적 분위기가 모두 법칙 같은 현상으로 전자는 자연법칙, 후자는 인간 본성의 법칙에 지배된다. 그둘 중 하나의 법칙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거나 자신이 어떻게든 이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매일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불평하는 것만큼이나 무익한 행동이다. 세계가 지금 막 진입하고 있는 긍정적인 사회분위기에서 부정적 분위기로의 장기적 전환은 우리 뇌의 가장 깊은 구조에 고정되어 있고, 인간의 사회적 특징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으로 인한 결과다. 따라서 사회적 분위기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면, 잔인하면서도 불행히도 짧지 않을 침체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특징은 1000년경에 시작된 긍정적인 사회분위기가 이제 끝나려 한다는 암시다. 하지만 사회적 차원과 개개인의 시간대는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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