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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직관

사건은 왜 터지는가?

 

 

2001년 엔론사의 파산소식은 월가의 신뢰가 무너지게 했다. 본질적으로 엔론 파산이 부정적인 사회분위기를 초래했고, 그 결과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당시 지식인의 통념이었다. 엔론의 부정행위가 발각되어 신뢰가 깨지기 전까지는 시장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움직이고 있었다. 엔론스캔들 이전 18개월 동안 S&P지수는 39%가 하락했다. 그리고 스캔들이 터진 2001년 이후 시장은 실제로 10%이상 올랐다. 20011월부터 시장이 계속 하락하자 회계장부를 속여 필요한 자금대출을 받던 엔론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었다. 주가가 하락하고 신용도가 떨어짐으로서 회사는 파산했고, 정부와 채권자들이 회계장부를 파헤치자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사회적 분위기는 비난 처벌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자극했다.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엔론은 더할 나위 없이 맞춤한 재물이었다. 엔론의 파산을 야기한 것은 급격히 떨어지는 주식시장에 반영된 부정적인 사회분위기였다는 설명이 더욱 그럴듯하다. 투자자들의 낙담으로 엔론파산 같은 사건이 거의 100%발생한다. 사회적 분위기라는 용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생각에는 진실한 내용과 가치가 담겨있다". 분위기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미래에 대한 느낌이다. 따라서 사회적 분위기는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 인구집단 또는 사회의 미래에 대한 느낌이다. 도미니크 모이지가 '감정의 지정학'에서 희망, 두려움, 수치라는 세 가지 종류의 사회적 분위기를 다루었다. 상승하는 사회분위기는 희망, 쇠퇴하는 사회분위기는 두려움에 해당한다. 사회적 바닥을 칠 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수치라는 용어대신 절망으로 표현하고, 최고조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오만으로 표현했다. 분위기는 항상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면에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늘 변화할 뿐 아니라 강약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사회적 분위기는 특정 방향을 향하는데, 내일 분위기는 현재 분위기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조금 더 나아지거나 나빠진다는 점만 뺀다면 오늘과 똑 같다는 의미다. 우리의 새로운 용어로 다시말해보면 대체로 분위기는 희망이나 두려움 쪽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분위기가 아니라 사회적분위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는 경기장에 쓰레기를 던진다거나 심판을 공격한다든지 하는 기사를 접하곤 한다. 이런 유형의 행동을 개인적으로는 결코 하지 않을거라고 말한다. 개개인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집단의 역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물론 개개인의 생각이나 느낌, 확신은 집단 역학에 기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개인 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집단의 광기에 깔린 기본 개념은 입소문 광고의 기초가 되는 인맥을 통해 퍼뜨린다. 전염병은 몇몇의 감염자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는데 그중에는 감염되기 쉬운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대신 생각을 퍼뜨린다는 이러한 개념으로 해석하면, TV광고용 노래 같은 문화적인 인공물이나 이념에 관련된 지식이 독감바이러스 감염과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뇌에서 뇌로 전달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과 비슷하다. 따라서 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은 전염성이 매우 크다. 지지자들은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의 이점을 널리 알린다. 소식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지지자들이 아이디어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과 접촉한 횟수에 달려 있다.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이 어떤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전문가보다 훌륭한 해답을 제공한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집단 내 개인들이 생각, 특히 느낌이 사회적 분위기를 구성하는 일종의 집단광기로 집중되는 방식이며,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명현상에서부터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 자기조직화 현상의 원리를 탐색하는 과학자들이 이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무작위로 선정한 두 사람에게 편지를 특정지역에 사는 표적인물에게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라고 했다. 그 편지가 최종적으로 특정지역에 사는 표적 인물에게 두 명의 중간 지인을 통해 첫 편지가 도달했다. 42통만이 최종인에게 도달했는데 평균 중간 고리가 5.5에 불과했다. 세상에 60억명의 사람들이 살지만 두 사람이 연결되는데 필요한 중간 고리는 놀라울 정도로 작다. 몇 통의 전화나 악수, 마우스 클릭으로 연결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정보가 옮겨지면서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과정의 중심에 인맥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잘 짜인 네트워크에 극소수의 지름길만 있어도 좁은 세상의 네트워크로 바꿀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연결 관계를 가진 점이 일부이고, 거의 연결 관계가 없는 점은 수없이 많다.

 

전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로 약하게 연결되어 있는 반면 교황이나 유명 운동선수, 빌게이츠 같이 상대적으로 유력한 소수는 다수의 연결 관계를 갖고 있다. 연결자가 있는 네트워크는 전혀 평등주의적이지 않다. 소수만이 네트워크 내의 정보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귀족주의적이다. 월드와이드웹에서 경로길이를 추정해보면 4-10단계를 거쳐야 두 개의 웹사이트가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무작위로 고른 어떤 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로 옮겨가는데 평균 열 번 이상 마우스를 클릭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웹에서 링크수가 두 배가 될 때마다 이전의 4-10단계를 소유했던 점의 수는 5분의 1로 줄어든다. 부유한 점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점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부유한 점은 구글. 아마존 닷컴 같은 사이트가 해당되며 이들은 연결자이거나 인터넷을 지배하는 중심축이다.

 

'티핑포인트'저자 밀콤 글래드웰은 어떤 불안한 상황이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뒤집히는 데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가 했다. 바로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다. 첫 번째 요소인 소수의 법칙은 특정유형의 사람들만 정보전달자로 효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들을 연결자, 전문가. 세일즈맨이라 불렀다. 그들은 모든 사람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안다. 축구전문가는 축구계를 안다는 말이다. 누가 뜨는지 그렇지 않은지, 어느 팀이 약팀인지 강팀인지 등등 을 죄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하일러는 자신의 글이 인터넷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요약해서 정리했다.

1. 누군가 자료를 만들어 올린다. 이로 인해 링크가 발생한다.

2. 링크 전문가가 링크를 보고 그것을 자신의 불로그에 올린다.

3. 연결자 혹은 자신의 사이트가 연결자 수준의 트래픽을 가진 링크 전문가가 그 링크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4. 그 링크가 블로깅 공동체에서 탈출 속도에 도달한다.

5. 그 링크가 공동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탈출 속도를 얻는다.

 

오늘의 온라인 검색을 통해 내일의 사건을 일으킬 사회적 분위기를 제도로 포착할 수 있을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응답자들은 네 집단으로 나뉘어진다. 네 집단은 사회 내에서 매우 다른 역할을 한다. 긍정적인 사람들, 현재에 만족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주도자인 반면, 현재에는 만족하지만 미래를 비관하는 사람들은 불만자이다. 현재상황은 만족하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낙관적인 사람들 추종자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불행을 느끼고 내일도 나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소외자들이 있다.

 

저널리스트 케니스 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장은 정보와 오보 그리고 변덕에 반응하는 수천명의 행동을 합쳐 놓은 곳이다. 주식시장은 사람들이 사실상 모든 시간대의 미래에 두고 내기를 거는 거대한 카지노이다. 시작되면 시장은 거의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건 판돈을 하나의 수로 통합한다. 그리고 투자자와 투기꾼들이 돈을 걸고 있는 다양한 주식 가격은 변하게 된다. 주식시장의 지수는 전체 시장의 온도계 역할을 한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의 미래를 낙관하는 투자자는 그러한 시간지평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살 것이고, 그 결과 지수는 오르게 된다. 반대로 미래를 비관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지수는 내려간다. 금융지수가 우리가 선택할 사회측정기로 왜 적합한가?

* 금융시장의 대부분은 10여년전 설립되어 이용가능 데이터가 많다.

*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다.

* 금융데이터는 훼손되거나 오염되지 않는다.

* 금융데이터는 많은 도구와 절차에 의해 분석되고 재분석된 데이터 집합이다.

 

금융시장의 지수가 전체 인구집단 분위기를 어떻게 대표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의 모든 구성원과는 전혀 무관하게 주식을 사고 팔고 보유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간단히 말해 투자자들은 선택의 독립성을 행사한다. 하지만 금융거래소에서 실제로 주문을 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다. 다수의 여론조사에는 다소 기이한 측면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여론조사원들의 암묵적인 믿음이다. 현실에서 의견은 투표와는 달리 똑같이 계산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특정인과 특정기관은 집단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때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정인물과 기관은 다른 사람들이나 기관에 비해 인구집단내의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신념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전반적인 사회분위기 형성에 더 많이 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 평등, 동포애가 사람들이 갈망하는 이상이지만, 그런 것들은 일상생활의 엄연한 현실에서는 지배적인 힘이 아닐 수 있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것이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이거나 간에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느낌을 반영한다면 사건으로 인해 분위기가 형성된다. 아주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도, 그 사건이 복권당첨자나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일으킨 순간적인 분위기는 빠르게 사라지고 두 사람 모두 미래에 대해 본질적으로 똑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 사회적 분위기에서 사회적 행동/ 집단적 사건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영향력이 미래에 대한 사회의 느낌에서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건의 유형으로 옮겨간다. 간단히 말하면 외부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안에 존재한다.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금융시장의 일부이며 모든 요소와 서로 연결된 전체 체계 내에서 일어난다. 사건의 기습적인 요소에 대한 찰나의 반응이다. 케네디 암살사건에서 증명이 되듯이 매우 충격적인 요인을 동반한 사건의 경우에도 충격에 기초한 사회분위기 변화는 빠르게 사라져간다. 우리는 사건이 매우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기분에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기분을 합치면 사회의 연결 구조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가 발생한다.

 

개인의 미래에 대한 느낌은 테러공격 같은 사건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개인의 기분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분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사건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평가나 관찰 가능한 방식에 의해 사회적 분위기로 통합되지는 안는다. 개인의 기분이 조직전체 퍼져나갈 정도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개인의 입지가 강하다면, 분위기가 분위기를 바꾸는 패턴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회분위기나 개인의 기분이 사건으로 야기된 변화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는 경제의 안전성이란 개념자체가 불안정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달리 말하면 경제안정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사회는 손쉬운 신용거래와 지나친 리스크 위에 지어진 사상누각으로 변해간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안정되면 투자자들은 더 많은 모험을 무릅쓴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자본주의체제 자체가 내부의 위기를 겪기 쉽다고 주장한다. 프렉터는 만약 사건이 분위기와 돌고 도는 고리를 형성한다면 사회적 동행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특정 방향으로 극단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때마다 더 강화된 행동이 야기될 것이고, 그러한 행동들은 다시 동일한 분위기를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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