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배울 때 신석기시대의 유물로 빗살무늬토기가 나온다. 일본의 신석기 시대도 이와 비슷한 줄무늬 토기가 있었다. 빗살무늬는 한자로 즐문櫛文이지만 줄무늬는 새끼줄로 만들기 때문에 승문繩文이라고도 하는데 일본식 발음으로 조몬이다. 그래서 기원전 8000년경부터 시작된 일본 신석기 문화를 조몬문화라고 부른다. 중국은 문명의 발상에서부터 씨족국가, 고대국가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자생적이고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인도는 인더스문명이라는 발달한 자생적인 문명이 있었으나, 아리아인들의 침입으로 파괴되고 이후에는 새로운 역사다 시작되었다. 일본은 조몬시대가 수천년 동안 이어지다가 기원전 3세기경 외부에서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면서 토착문화와 합쳐지게 된다. 이 외부문화가 유입된 지역에서 생산된 토기가 최초로 발견된 곳이 야요이기 때문에 ‘야요이’ 문화라고 한다. 야요인 문화를 가지고 온 인종은 조몬 원주민들과 어울려 일본문화의 뿌리를 이루었다. 오늘날과 같은 일본의 인종과 언어는 조몬과 야요이가 만나면서 형성되었다. 야요이인은 바로 한반도의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에 걸쳐 있던 변한에 자리 잡고 있던 한반도인이었다. 이렇게 일본문명은 토착문화와 한반도에서 유입된 야요이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양식으로 전개되었으며, 일본은 급속히 씨족국가 사회로 접어든다.
200-300년에 걸친 전란 끝에 강력한 씨족국가가 탄생했다. 당시 일본은 문자도 없었고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으므로 중국 사서인 삼국지의 위지魏志에 이 국가가 등장한다. 일본 최초의 국가형태라 할 수 있는 야마토 정권이다. 야마토 정권은 그 기원도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계기가 되었지만 발달하는 과정에도 외부 문화의 도움이 컸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명이 동쪽에서 왔다는 뜻으로 빛은 동방에서라는 말을 했다. 일본의 경우는 서쪽 한반도이다. 변한인들이 최초의 도래인들 이었다면 야마토 시대에는 그 역할은 한반도 남부에서 고대국가를 이룩하고 있던 백제인들이 담당했다. 야마토 정권 후기 왕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일본천황의 기원이 된다. 일본 역사에서 존경받는 영웅 쇼토쿠 태자가 등장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야마토 정권은 부족연맹체이기 때문에 고대국가라 할 수는 없다. 왕족 중에서 누구를 옹립할 것인가는 부족장들의 발언권이 강했다. 쇼토쿠 태자는 왕의 권력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국가를 수립하게 위해 노력했다. 이 시기 일본은 중국과 국교를 맺으려 했다. 천황이라는 명칭을 쓰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쇼토쿠는 중국 통일제국 수나라에게 보내는 국서에서 ‘해 뜨는 곳의 천자가 해가 지는 곳의 천자에게 편지를 보냅니다’라고 말한다. 당시 일본의 자주적 의식은 이후 일본이 중화세계에 편입되지 않고 독자적 역사를 전개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불교를 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쇼토쿠 태자는 만년에 불교에 깊이 빠져들었다가 세상을 떠났다. 태자와 더불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소가씨의 수장도 사망하자 최고 권력가인 소가 가문은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소가씨 전횡에 반대하는 귀족들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나카노 오에 태자와 나카토미 가마코를 중심으로 뭉쳤다. 중국에서는 분열기가 끝나고 대륙을 통일한 당나라가 안정된 기반을 닦아가고 있었고, 한반도에서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 개혁세력은 당나라를 본받아야 할 모델로 여겼다. 645년 그들은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쿠데타를 다이카 개신大化改新이라고 한다.
개혁세력은 먼저 황족과 귀족, 호족들의 모든 토지와 농민(당시 노예)을 몰수해 전 국토와 백성을 천황이 지배하는 空地, 公民으로 만들었다. 다이카 개신으로 일본은 비로소 고대국가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667년 수도를 아스카로 옮기고 천황에 올라 덴지天智 천황이 된다. 덴지가 죽자 계승권자 아들과 덴지 동생이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내전으로 발전하게 된다. 일본의 조정에는 백제유민들이 많이 있었고, 반대 세력에는 신라계 도래인들이 협력하고 있었다. 신라계의 승리로 덴지 동생인 오아마 덴무 천황이 즉위했다. 덴무는 한반도에 통일국가를 신설한 신라 경험을 배워 율령도 반포했다. 이 무렵에 일본이라는 국호가 처음으로 사용도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야마토라는 국호를 쓰면서 한자로는 왜倭, 대화大和라고 했는데 이제는 해 뜨는 곳 일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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