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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차이(김선)

미국: 혁신교육은 어디에서 오는가?

전형적인 미국 엘리트대학생들의 사고방식은 도전정신, 오픈 마인드, 그리고 자존감이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도자가 되어서 이끌어 가게 될 미국 사회의 바탕이 되는 정신이라 볼 수 있다. 세계경제를 주도해 가며 미래사회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젊은 미국기업가들이야말로 이 정신과 교육의 자양분 속에서 만들어진 인재들이다. 연방정부 및 정부의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는 유치원부처 중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인데 미국 학생들의 86%가 공립학교를 다니고 종교적 이유나 교육의 질 때문에 사립학교를 다닌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고등학생의 8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대학 입학비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 또는 직업교육을 선택한다. 미국에서 고등학생들은 성인으로 간주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국공립대학비율이 73%로 우리와 달리 사립대학 비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미국 사립대학은 전세계 인재들을 흡수할 중도로 세계최고 수준에 있다.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 미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빈부격차를 반영하듯 교육격차도 큰 나라중 하나이다. 1970년대부터 미국의 국제경쟁력 하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공교육문제를 지목했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직업현장에 대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도 않고 도시에서는 학교폭력이 만연하다. 지난 20년간 기업가, 공무원 그리고 교육가들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고,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공립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런 개혁으로 생긴 학교가 차터스쿨charter school이다. 차터스쿨은 교사집단이나 기업 혹은 다른 형식의 운영주체가 교육청에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사립학교처럼 학교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운영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학교를 말한다. 또 대안학교로 불리는 마그넷스쿨magnet school은 과학, 수학, 외국어, 예체능 등 특정 교과나 몬테소리 교육방법 등과 같이 특정교육방법에 따라 특성화 된 학교를 말한다. 이 학교는 학생이 학군과 관계없이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교육비와 관련된 변화도 있다.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지원하고 학부모가 주정부에 신청하면, 그 비용을 정부가 바우처로 제공하는 교육비 지불보정제도라는 것도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립학교는 초등학교부터 있으며 별도의 서류전형 및 구두시험 등을 통해 입학하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또는 종교적 이유로 사립학교로 보낸다. 이들 사림학교 학비는 사립대학 학비를 상회할 정도로 아주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많은 장학금 혜택을 학생들에게 주고 있어 실력만 있다면 학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35%정도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제공한다. 이들 사립학교들이 이렇게 많은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졸업생들이 그 성공의 바탕이 되어 준 학교에 다시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토론과 작문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 및 발표력을 향상 시킨다는 것이다. 토론식 수업인 하크네스Harkness Table 교육법이 유명하다. 하크네스 교육법은 기본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수업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들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주어진 주제에 대해 토론식 수업을 하는 교육방법이다. 학생들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미리 공부해오고 수업시간에는 이에 대해 교사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심층토론을 벌이게 된다. 대부분 사립학교는 기숙사생활을 장려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받쳐주는 인성이 없다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사립학교에서는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시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기숙사생활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관리법과 공동체의식을 배우게 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출입문의 들어가는 방향에 지혜를 배우기 위해 들어가라 Enter to grow in wisdom이라고 쓰여 있고, 나오는 방향에는 나라와 인류를 더 잘 섬기기 위해 떠나라 Depart to serve better the country and the kind라고 쓰여 있다. 막서 베버는 영국, 독일과 같은 서유럽 국가들에서 자본주의가 빠르게 발전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국가들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에서 찾는다. 그 직업윤리란 직업의 귀천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게 된 일과 직업을 신에게서 부여받은 고귀한 소명으로 여기고, 직업을 통해 얻게 된 부는 도덕적일 뿐 아니라 신의 선물이자 명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 정신의 핵심은 인간을 건전한 의지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러한 의지를 부 혹은 자본이라는 눈에 보이는 가치로 변환할 수 있는 자유를 옹호하고 격려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청교도적 청빈주의 정신이 미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강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교도정신이 많이 쇠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정신은 미국사회 및 교육계를 지배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미국교육의 특성중 하나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실패하는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고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육적 기회를 주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평준이 아닌 평등한 기회를 주는 교육을 옹호한다. 우수한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등록금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기부금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등록금 이외의 재원을 마련한다. 이를 다시 장학금으로 환원시켜 경제적 형편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미국대학 중 가장 기부금을 많이 받는 학교는 하버드대학이다. 2016년 한해에만 1.7조에 달했다. 기부금은 현금뿐 아니라 미술품, 부동산, 주식까지 포함된다. 이렇게 기부하는 사람들 덕분에 재정 형편에 상관없이 우수한 프로그램 및 교수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교육혁신과 투자를 이끌었던 것은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이다. 기부문화야말로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장학금을 받은 세계 최고수준의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얻은 부와 재화를 다시 학교 및 사회에 기부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교육과 자본의 체제의 선순환이 미국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알트스쿨은 미국학생들이 배우는 공통된 커리큘럼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창립자는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벤틸라이다. 알트스쿨의 건물과 교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비싼 사립학교의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넓고 푸른 잔디도 없고 멋진 건축양식의 건물도 없다. 대신 공장 같은 건물에 교실이 있고 이케아 쇼룸처럼 몇 개의 소파와 테이블, 의자 그리고 빈백소파가 있을 뿐이다. 알트스쿨의 강점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교사와 커리큘럼에 있다.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자신들의 관심과 흥미에 맞는 연구를 할 수가 있다. 알트스쿨에서는 교사의 역할도 여느 학교와 다르다. 이 학교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훈육하고 평가하는 역할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지도하며 격려하는 역할에 힘을 기울인다. 이 학교가 거대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소수의 특권층에만 허락 되었던 개별화된 교육을 대중화 하겠다는 비젼 때문이다. 더 많은 학생이 들어올수록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혁신적인 생각이다.

 

미국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의 교육에 대한 정의는 특이하다. 이들은 교육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인생은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직업을 하나만 가져야 하고 한 군데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없어졌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시 익히는 재교육relearn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자기혁신이다. 이를 위해선 자신과 항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정한 변화는 항상 내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다가 잘못되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니 도전의식이 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공무원이 청년들이 바라는 가장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똑똑한 학생들은 실리콘밸리를 간다. 한국학생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업을 추구하는 것은 한국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투자와 기회가 없으니 실패하면 너무 많은 것을 잃지 않을까하는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편안함과 안정을 추구하고 다시 청년들에게 도전의식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혁신과 창조가 나오기까지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많은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와 공백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이 여유와 공백이 없다. 이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험과 실패 그리고 성공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이 공백과 여유 자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은 도전하게 하는 미국교육의 힘은 학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비롯한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을 허락해주고 이를 격려해주는 데서 온다. 믿음을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합리적인 자본주의 원리에 따른 부의 추구와 기부라는 미국 자본주의 선순환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