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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의학, 한의학

의학: 왕규창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

의사는 환자의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일하다보니까 스스로 겸손해진다. 우리 삶을 더 진지하게 들여다 볼 기회를 가진다. 익숙한 일도 안심하지 못한다. 안심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도 터득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못할 분야가 있다. 또 마음이 끌리는 분야가 있다. 그러나 웬만한 범위 내에서는 절대로 못할 것도 세상없이 좋을 것도 없다. 일단 정한 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하게 된다.

 

의과대학 졸업생 대부분은 환자를 치료하는 보통 임상의사가 된다. 임상의사는 뛰어난 학문적 능력보다는 의사로써 인성과 리더로서 소양이 더 중요하다. 어려운 사람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이공계 우수학생이 의과대학을 찾는 것은 이공계 앞날이 불안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10, 20년 상황이 지금과 같지 않았듯 앞으로 10년 후의 상황이 지금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장기간 고급교육을 받은 전문의들이 감기환자만 치료하고 쌍꺼풀 수술이나 하고 있다면 얼마나 큰 손실인가? 학문적 욕구보다 직업적 안전성에 매력을 느껴 의대를 지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의학교육의 세계적인 추세는 가급적 짧은 기간( 5-7)의 의과대학을 교육제도를 선호하고, 필요한 핵심인력은 졸업후 교육과정에서 수행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피부미용에 종사하고 라식 수술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의료는 사람의 질병을 예방, 진단,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행위이다. 예전에는 적당한 경험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의료행사를 할 수 있었으나 현대 의료는 매우 엄격한 의료기준을 적용한다. 진료지침은 사람으로부터 과학적으로 얻은 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 등에 의하여 만들어지며, 과학적 근거의 질과 양에 따라 지침이 갖는 무게가 다르다. 진료지침은 한 번에 정해지면 영구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한다. 의과대학은 의사양성을 1차 목표로 삼는다. 의사가 필요로 하는 소양은 의학보다 기술적 요소가 강하다. 예리한 분석과 판단 너머에는 숙련된 각종 진단과 치료수기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환자, 보호자, 다른 의료진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그들과 함께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감정조절능력,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영, 올바른 태도와 가치관 리더십들을 갖추어야 한다.

 

의사행위는 종합예술이다. 이과대학 과정 중에 이러한 기본 소양의 기본을 익힌다. 의학지식 부족과 미숙에 으한 오류가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어 창의적 사고 도전보다 세심함과 조심스러움을 배워야 한다. 바쁜 학교생활 때문에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시야가 좁아지기 쉽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독자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지면, 예리한 판단력과 창의력 그리고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의사는 임상의사 외에도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예방의학 등 기초연구를 하는 기초의학, 그리고 의학교육, 위료정책, 법조계, 신약개발, 의료기기산업, 사회체육과 미용, 언론 등 진로가 다양하다.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균형 잡힌 사람이 되어야 한다. 높은 직업윤리를 가져야 하며 경제적 욕심이 지나쳐서는 안된다. 사회규율을 어기고 사사로운 것을 탐해 올바른 의료와 의학의 길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의사는 마음이 따뜻하고 건강해야 한다. 예리한 판단력을 갖고 신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음이 따뜻하려면 스스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의사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참고 극복해야 할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의사는 혼자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며, 대개 남들과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남을 존중해야 한다. 존중한다는 것 상대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의미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하며 그 경로를 설정하여야 한다. 의사의 학문저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인성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

 

한의학: 김남일 경희대 한의학과 교수

동의보감은 우리 민족의 삶속에 깊이 드러가 있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동의보감은 선조명령에 의해 허준이 편찬한 의서이다. 이 의서는 고대로부터 당시 조선중기까지 약초와 치료술을 종합적으로 엮은 한국 체질에 적합한 민족의학이다.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경편에는 인체 내부에 해당되는 신형, , , 신, 꿈, 목소리, 언어, 진액, 담즙, 오장육부, 자궁, 소변, 대변 등의 내용이고, 외형편은 머리, 얼굴, , , , , 치아, 목구멍, 가슴, , , , 옆구리, 피부, , , 근육, , , , , 생식기, 항문 등을 다루고 있다. 이 두편이 인체 내부와 외부의 조화가 건강생활 영위의 기본이며 또한 내부와 외부의 부조화는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은유한다. 질병명을 중심으로 하는 내용이 질병편에서 구체적으로 질병을 정의하고 있다. 질병이란 신체내부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을 다루고 질병 원인인 풍, , , , , , 내상, 허로 등을 다룬 후 구체적 질병을 나열하고 있다. 탕액편과 침구편에서는 병을 치료하는 약물, , 뜸을 다루고 있다.

 

서양의학이 들어오기전까지 한의학만 있었다.. 과학을 무기로 삼은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일본 식민지 시기에 일본은 조선의 모든 것을 부정했다. 한의학도 말살하고 서양의학은 주류의학이 되었다. 일본의 서구화 추구가 식민지 조선에 한의학 말살이라는 파도로 몰려 온 것이다. 한국 한의학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어떤 질환에 대해 그 질환이 담고 있는 중상도 중시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그 병에 걸렸는가이다. 살이쪘는가 말랐는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키가 큰가 작은가, 피부가 하얀가 검은가, 젊었는가 늙었는가, 육체노동자인가 정신노동자인가 등이 그런 기준이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은 다름을 알아내는 기준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보는 방법은 이제마의 체질의학이라는 이론체계로 거듭나게 되었다. 어떤 체질을 타고났느냐가 중요한 진단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의서를 제대로 읽기 위한 한문학습이 중요하다. 서양학문은 영어로 된 원서를 보려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한문독해력이 필수다. 의서를 공부하고 그 의미를 음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의학적 사고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한의학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동양사상에 대해서도 폭넓게 독서를 해야 한다. 주역, 논어, 중용 등의 경서뿐만 아니라 동양사상을 이해하는 많은 독서를 해야 한다. 그 외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을 위한 관련서적과 역사에 대한 서적도 읽어야 역사상 특정 질환의 발생원인과 치료 개발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 한의학은 국민들의 이해도 증가를 위해 기초적인 자연과학 지식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의학공부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야 한다. 한자를 치료비 내는 물질적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나의 지식을 검증하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은 환자를 도구화 하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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