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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미술

미술- 인류공통 소통언어로서 시각예술: 김용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

 

미술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 활동인가? 두 가지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작품을 제작하는 창작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작품을 비평하고 소비하는 감상행위다. 창작행위는 미적가치를 부여한 시각적 존재로서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감상하는 행위는 작품의 미적 행위를 즐기며 소비하는 대중의 몫이다. 창작활동은 제작 행위만이 아니라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변화와 자신만의 무수한 발견을 통해 미적요소를 찾아내고 다듬어 가는 감수성의 교감 과정이 포함된다. 창작행위는 제작행위와 감상행위가 무수히 교차하는 행위다. 작품이 갖는 미적 가치에는 작가가 제작과정에서 느낀 감상행위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미적 내용이 깃들어 있다. 이로 관객과 대중이 소통하고 즐기는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미술이란 영어로 fine art이다. art란 원래 목공, 대장일, 수술 등 전문적 기술과 기예技藝craft를 뜻하며 논리학, 마술, 점성술 등을 지칭하기도 한다. 18세기 후반에 미적 개념은 숙련된 장인에서 분리되었으며, 19세기에 art는 예술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미술은 시각예술, 공간예술로 2차원 평면미술과 3차원 공간에 존재하는 형상물로 창작되는 입체미술로 분류된다. 미술이라는 말에는 작품소재가 되는 대상에 미적 내용이 있고, 작가는 그것을 발견하고 관찰하여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art란 개념 속에는 기술과 재능의 의미 그리고 상상력으로서 이미지를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시 되는 행위로 창작론과 궤를 같이하여 사용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작품에 표현된 가 사물에 들어있는 것이 아닌 미적 표현의 주체인 작가가 자신의 미의식으로 대상을 주관적 변형을 했을 때 창작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형미술, 조형예술이 등장했다. 이 말은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이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시대와 미의식 변화에 따라 미술은 그 의미와 용어가 함께 변해 왔다.

 

일반적으로 미술은 그 매체와 기능, 관습에 따라 다양한 영역과 장으로 구분된다. 현대에 와서 미술의 전통영역인 순수미술, 공예미술 그리고 산업화 이후 등장한 디자인분야는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회화나 조각 같은 순수분야는 전통적 미술 매체로서 그 시대의 미의식을 제시하고, 실험적 표현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나타내는 예술로 작품의 감상적 기능을 우선한다. 공예는 인류, 민족 등 문화적, 역사적으로 전승되는 생활전통과 관련한 미술작품으로 도자공예, 유리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이 있다. 디자인분야는 산업디자인과 시각 디자인으로 대변된다. 산업디자인은 산업화 이후 공장의 대량생산체제에서 생산된 생활제품을 기획하는 것이고, 시각 디자인은 생활제품을 광고하고 판매하기 위해 상업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각 미술영역의 의미는 역사적 배경과 기능 속에서 이해된다.

 

인류가 남겨 놓은 최초의 미술품은 동굴 벽에 그린 회화다. 사양회화의 유화는 구석기 동굴 벽에 들소를 그릴 때 쓴 기법처럼 색소를 기름에 섞어서 그린 것이다. 지금도 유화는 석유산업의 발전 이후 유화의 단점을 보완하는 아크릴기법이 등장했다. 그 중 템페라 기법은 색소와 계란을 섞어 사용하는 기법이고, 프레스코는 젖은 석회 벽에 색소가 스며들면서 굳게 하는 기법이며, 수채화는 색소를 수용성의 아교질에 섞어서 그리는 것이다. 파스텔은 색소를 접착제 없이 굳혀놓은 스틱으로 색이 명료한 것이 특징이며, 크레파스는 색소를 파라핀에 섞어 놓은 매체이다. 한국화는 먹이나 물에 녹는 안료를 사용하여 종이나 비단위에 부드러운 붓으로 그린다. 동양적 자연관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회화관에 입각하여 한국 특유의 양식을 형성해 왔다. 드로잉은 화화나 조각뿐 아니라, 모든 조형예술분야에서 자기가 관찰하고 상상하고 계획한 것을 눈에 보이는 시각적 현상으로 드러내 보이는 기록적 성격의 이미지다. 종전의 드로잉은 연필이나 콩테를 이용해 그린 소묘로서 작품 전체 과정의 밑그림 정도 취급되었다. 드로잉 탐구를 통해 자신의 미술적 재능의 방향과 체질적 개성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체질에 적합한 미술전공분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판화는 일반적으로 판의 형식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된다. 볼록판 형식은 목판화이다. 오목판 형식은 동판화로 에칭, 드라이 포인트, 아쿠아틴트, 메조틴트 등의 기법이 있다. 평판형식에서 물과 기름이 반발작용을 활용한 인쇄기법인 석판화와 모노그래피가 있다. 공판형식판화는 스텐실을 활용한 기법인 실크스크린기법이 있다. 컴퓨터와 디자인 매체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형식과 표준의 판화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조각은 돌과 청동 등의 매체로 구현된 조형물이다. 조각은 완전한 3차원적 형식의 환조丸彫를 일컫는데 특별한 방향의 시점으로 감상되는 회화의 평면성과 조각의 입체성이 결합된 부조浮彫, 움직이는 조각 모빌 등도 조각에 포함된다. 현대에 와서는 조각매체로 목재, 대리석, 청동 외에도 금속재료와 플라스틱, 섬유, 밀납, 유리, 오브제objet, 자연소재 등의 다양한 매체가 쓰임에 따라 조각세계는 새로운 형식과 기법에 힘입어 점차 확장되고 있다. 도자기 기법과 결합된 도조와 흙을 구워 만든 테라코타 등도 조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디자인은 미래사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문화 환경을 창출하는 분야로 공업디자인, 제품디자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산업디자인은 산업기술과 예술을 결합하여 인간이 새로운 삶에 기여한다. 길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자동차, 백화점의 상품들은 모두 기능과 미의 조화를 추구하는 디자인의 미술작품이다. 시각 디자인은 인간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끔 시각성이 강조된 디자인이다. 상업디자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인쇄매체로 대량으로 보급되는 그래픽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광고디자인, 편집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 포장디자인 등이 있으며 매체변화에 따라 영상디자인, 애니매이션, 컴퓨팅디자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환경디자인은 현대생활의 첨단도시화와 자연과 인간, 공해, 인간집중화, 주거공간변화에 따라 부각되는 분야다. 실내디자인, 공간연출디자인, 조경디자인 등 생활전반에서 삶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한 공간창출디자인이다. 공예는 실용적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실용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형태다. 현대에는 사람의 창의력이나 예지를 거쳐 만들어진 일상생활용구 및 이를 응용한 예술작품을 가리킨다. 금속공예는 금속을 주재료로 해서 생활에 필요한 일용품이나 장식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공예다. 쓰이는 재료에 따라 귀금속공예와 보통 금속공예로 나뉘는데 금과 은 등의 재료를 사용하는 귀금속공예는 주로 장식품과 반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 장신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보통 금속공예는 구리 등의 금속재료를 사용하여 일용품이나 생활도구, 가구장식품, 조명기구, 건축용품, 기계와 같은 생활전반에 필요한 것들을 만든다.

 

흙으로 만들어 건조시킨 후 소성하여 완성하는 유형의 식생활관련 공예품을 도자기예술이라 한다. 현대는 회화성, 조형성이 강조되고 있다. 조각형식과 건축, 환경미술까지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목공예는 목재를 사용하여 공예품을 생산하는 분야다. 음각, 양각, 투각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문양을 새기거나 외형을 완성하는 작은 공예품부터 가구까지 아주 다양하다. 가구디자인을 포함하여 목공예는 주거공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섬유공예는 섬유나 천을 소재로 한 예술형태를 포괄한 것이다. 현대 섬유미술은 과거 모방중심의 장인적 표현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개념을 포함하거나 순수조형적인 경향을 지향하고 있다.

 

인류의 삶과 질이 향상되고 문화사업이 확장되는 근대에 와서 미술 감상행위와 관련한 미술이론분야는 여러 갈래 전문영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증가, 국제교류의 다양화, 미술시장의 국제화, 대중문화, 소비욕구증가 등으로 미술비평과 평론, 미술사, 큐레이팅, 미술행정, 미술보존, 미술마케팅 등 새로운 분야가 연구되고 있다.

 

미술 재능이 있다고 할 때 미술적 능력이 무엇인가? 일단 사물을 그려내는 능력이다. 신석기 시대 회화가 아닌 새로운 작품을 창안해 낸 것이 토기다. 토기와 구조물은 자연에 있는 그 무엇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 형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구석기인들은 재현적으로 신석기인들은 추상적으로 만들었다. 미술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재현적 표현능력인 그리기 재능과 조형적 능력인 만들기의 재능을 각각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기와 만들기의 능력 차이는 각기 재현적 묘사능력의 재질 소유자와 추상적 조형능력의 재질 소유자의 경우에 연결되면서, 개인의 표현성에 대한 구체적인 능력분류의 틀로 확대 설명될 수 있다. 전자는 설명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 표현을 잘 할 수 있고, 후자는 도식적이나 장식적이고 추상적이고 조형적인 형상을 즐긴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틀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이를 계발해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술형식의 본질은 형태와 색체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물감이나 돌과 같은 매체에 의해서 실재적인 가시적 존재물로 조형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경험, 그리고 자연과 사물로부터 얻은 감동과 상상을 표현한다. 작품에는 소재와 주제가 있다. 이것은 작가 작품에 담아 놓은 내용에 해당한다. 작품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나 사물이 소재이고 그 소재를 통해 느낀 감동, 사상이 작품의 주제가 되어 나타나 전달된다. 추상적 작품은 소재가 없을 수 있고, 작품에 모티브나 원천만 있을 수도 있다. 또 작품에는 단지 색체나 형태의 순수한 시각적 추상성만 있을 수도 있다. 작가가 느낀 감동과 작품에 표현된 주제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때 좋은 작품으로 빛이 난다.

 

작품에서 이 시각적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것이 미술의 시각적 표현요소들이다. 시각적 요소로는 선, 명암, 빛과 그림자, 양감, 색체, 질감, 공간감 등이 있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느낌과 감동의 내용을 이러한 시각 요소들을 활용하여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이 시각요소에 의한 시각언어적 표현에 달려있다. 작품의 진정한 시각적 미는 예술가의 감수성과 시각요소의 적절한 결합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국제화시대 진정한 예술과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수성과 개성이 존중되고, 시각요소의 표현과 시각언어적 감상교육이 중요시 되는 진정한 의미의 미술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예술작품은 작가의 개성을 바탕으로 시대적 감각과 역사의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각적 미학이 드러나야 한다. 자신만의 요소를 발견하여 그것이 몸과 에너지 활용의 습관으로 연결되어 자신의 미적언어가 된다.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소통되는 훌륭한 미술작품이 탄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