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마 광의 ‘독락원기(獨樂園記)’라는 시를 보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렇다고 굳이 다른 사람과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갈 에너지도 없다. 그래도 수년 동안 홀로 지내면서 혼자인 나에게 제법 익숙해졌다. 이제 홀로 즐길 수 있는 나만이 독락원獨樂園이 있어 다행이다.
독락원기(獨樂園記)
나 우수迂叟는 평소에 책을 읽으며
위로는 여러 성인을 스승으로 삼고
아래로는 여러 어진 분을 벗으로 삼으며
인仁과 의義의 근원을 살피고
예禮와 악樂의 실마리를 탐구한다
만물의 형체가 생기기 이전부터
사방에 끝없는 외부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이치를
눈앞에 모아 놓고
가능한 것을 공부하니
가능한 것에 미치지 않고
어찌 남에게 배우기를 구하겠으며
어찌 밖에서 배우기를 기대하겠는가?
마음이 권태로워지고 몸이 나른해지면
물가에 나아가 낚싯대 드리워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옷자락 거머쥐고 약초를 캐기도 하며
도랑을 터 꽃나무에 물을 주기도 하고
도끼를 휘둘러 대나무를 쪼개기도 하며
한 대야의 물로 더위를 씻어 내고
높은 데에 올라 눈길 가는 대로 바라보기도 하며
한가로이 이리저리 거닐며
오직 마음 가는 대로 따라할 뿐이다
밝은 달은 때맞추어 떠오르고
맑은 바람이 절로 찾아오니
가도 잡는 것이 없고
멈추어도 막는 것이 없다
눈, 귀, 폐, 장도
모두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소유라
홀로 멋대로 걸으니
내 마음은 항상 넓고도 넓어져
하늘과 땅 사이
또한 어떤 즐거움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 모두 합하여 '독락獨樂' 이라 이름 하노라. (사마 광)
인간이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독과 권태로움을 즐긴다는 것은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인연 속에서 구속되지 않고 최대한 나의 삶을 쌓아갈 수 있으면 된다. 나에게 독락원獨樂園은 내가 책을 읽는 골방이고, 아침마다 걷는 탄천이고 주말이면 찾아가는 자연이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갈수록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내 인생에 나를 주인공으로 초대할 수 있다. 모든 인생은 결국 혼자다. 혼자 용기 있게 걸을 수 있어야만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뎌낼 수 있다. 내가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인생은 그만큼 달라진다. 혼자 산다는 것은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내 인생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장 많이 쌓는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함께 하는 풍요로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의 아득한 밑바닥에서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당신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이제 그와 함께 살아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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