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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FLOW) 칙센트미하이 지음

몰입 (마지막)

우리 심리에너지를 과연 어디에 투자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알 수 있을까? 우리에게 '바로 이것이 너의 인생을 바칠 만큼 가치있는 목적이다' 라고 방향을 제시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어떤 절대적인 확실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자가 자신의 궁극적 목적을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내적 갈등은 똑같이 주의를 끄는 것이 많을 때 생겨난다. 너무나 많은 요구들과 양립불가능한 목표들이 서로 심리에너지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정렬하려고 경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꼭 필요한 요구들을 도출하여 그 요구들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적인 목표 달성을 강력히 추구해나감으로써 내적 갈등을 배제할 수 는 있겠지만, 그 댓가로 삶의 선택의 여지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45세에 공장 지배인이 되고자 마음 먹고 자신이 모든 에너지를 그 목적에 바친 엔지니어는 몇 년간 주저함 없이 성공적인 목표를 추구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내재되어 있던 사안들이 다시 표면화 되어 의구심과 후회가 생겨날 것이다. 승진이란 것이 내 건강을 희생하면서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오랫동안 행동을 뒷받침해주었던 목표들이 전 생애를 걸쳐 의미를 줄만큼 강력한 것이 못되었다는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사자가 배고픔을 느끼면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며, 배고픔이 해소될 때까지 먹이를 찾아 다닌다. 그러고 나면 따뜻한 햇빛을 쪼이며 누워서 잠을 잔다. 그리고 사자는 이루지 못한 야망으로 괴로워한다거나 절박한 책임으로 힘겨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동물들은 언제나 구체적인 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데 이것은 본능에 따른 육체적 상태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들에 관한 정보만을 주위 환경에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굶주린 사자에게는 '어떻게 해야 영양을 사냥 할 수 있을까'하는 인식만 있는 반면, 포만감을 느끼는 사자는 오직 따뜻한 햇빛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사자는 그 순간 이룰 수 없는 가능성을 심사숙고하지도 않고 기분 좋은 대안들을 상상하지도 않으며, 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친구가 되도록 길러진 개들은 주인과 떨어져 혼자 있게 되면 불안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은 욕구가 충족되고 난 후 혼란과 절망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화되어 있지 않다.

 

엔트로피는 우리의 정신이 현재의 상태를 아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대안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까지도 생각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체계가 복합적일수록 대안의 여지가 많아져서 그만큼 체계안에서 잘못 되어지는 일도 많다. 인간 정신의 정보처리 능력이 증대됨에 따라 내적 갈등의 가능성도 그만큼 증가 되어 왔다. 욕구와 삶의 선택사항들과 도전들이 너무 많아지면 우리는 불안해지며 또 너무 적으면 지루함을 느낀다. 지루함이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이 어렵게 배워야 만하는, 인위적으로 제한된 선택들에 대한 반응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언제나 행복해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잔인하거나 태만한 부모들, 빈곤, 질병 그리고 살면서 어쩔수 없이 당하는 사고들로 인해 아이들도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충분한 이유도 없이 괜히 불행해지는 아이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무척이나 많이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당장 눈앞의 일에만 온 관심을 쏟을수 있고 아무 근심 걱정 없던 어린시절의 편안한 마음을 되찾기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 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사람이 같은 수렵인으로서 서로 기술과 관심사를 함께 나눌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농부, 성직자, 군인들이 생겨나면서 서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되었다. 어떤 행동방식 하나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으며 역할마다 각기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한다. 개개인의 일생도 마찬가지여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상충되는 목표와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의 기회들을 직면한다. 아이들이 갖는 선택의 여지는 몇가지 되지 않으며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양상은 점차 변한다. 다양한 가치와 신념, 선택 그리고 행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이내 흐려지고 만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자의 평온함,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원시 종족들의 자세 그리고 현재의 일에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아이들의 단순함에 경탄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단순하고 순진함에 기초한 질서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

 

인생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인생이 즐거울수 있는가를 규정해 준다. 인생의 주제가 있으면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재산을 모두 잃는다해도 그의 생각과 행동이 공통적 목표의식에 의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면  가치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성취해야할 목표가 분명하면 하는 모든 일이 의미를 갖는다.  복합화라는 현실은 현재이기도 하고 미래의 당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일어나 왔고 지구를 지배하는 조건들을 고려해 볼때,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진화의 미래는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 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환경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듯이 이제 우리는 어렵게 얻는 우리의 개인성을 잃지 않으면서 우리 주변의 존재들과 우리 자신을 재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인간의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우주 속에서 지배적이기보다는 협조적인 역할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는 마침내 고향에 돌아가게 된 유랑자의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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