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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FLOW) 칙센트미하이 지음

친구 관계

친구 관계는 가족관계에 비해 한결 즐거운 것이 되기 쉽다. 우리가 공통의 관심사와 상호보완적인 목표에 의하여 친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 친구는 우리의 자아의식을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해준다. 가정에서는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지루한 일이 너무 많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있을 때는 재미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일상적인 경험의 질에 관해 수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던 연구에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는 응답이 나왔다. 다른 여느 여가활동과 마찬가지로 친구관계도 파괴적인 것에서부터, 고도로 복합적인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 세계에서 볼수 있는 술친구들의 모임은 성인 남자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기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유쾌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선술집이나 맥주집, 카피숍 등에 모여서 함께 논쟁도 하고, 서로를 놀리기도 하고, 다양한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모임은 고독으로 인한 수동적인 마음상태에 찾아오는 혼란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성장을 장려하지는 못한다. 이와 같은 일은 참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텔레비전 시청보다는 복합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행동과 대화들이 판에 박혀 있고,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은 진정한 친구관계를 누릴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누구나 때로는 잡담하면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마치 매일 마약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처럼, 이러한 피상적인 교제에 극심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고독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집에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일대일의 관계를 즐길수 있으려면 다른 플로우 활동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술집에서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얻을수 있는 공통된 목표와 상호피드백 이외에도 함께 있음으로 인해 새로운 공통적인 도전 목표를 발견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단순히 친구를 더 많이 알아가고 그 친구만이 가진 독특한 개성을 발견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내보이고 하는 일들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은밀한 감정과 생각들을 거리낌 없이 함께 나눌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친구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정을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기꺼이 할애 하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관심을 보여 준다고 느끼게 되면, 친구에 대한 의존도가 줄게 되며 또한 자신과 친구들과 관계를 통제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우리가 보통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표현활동이 제공 해주는 충만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직장에서는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서 유능한 기술자, 엄정한 판사, 공손한 웨이터 등이 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자상한 어머니나 예의바른 아들이 되어야 한다. 집과 작장을 오가는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세상일에 무감각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한다. 구들과 함께 있을 때만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격식 없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어도 좋다고 느낀다. 우리와 궁극적인 목표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친구로 선택하기 때문에 친구들이야말로 함께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농담도 주고 받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아의 자유를 경험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가정은 주로 정서적 보호를 해 주는 곳이라면 우정은 대체로 신비롭고도 새로운 양상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남는 훈훈한 추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대개 가족과 함께 지낸 명절이나 휴가의 기억을 떠올린다. 반면 친구들은 흥분과 발견 그리고 모험을 함께 한 대상으로 더 자주 언급된다. 불행하게도 오늘 날에는 어른이 되어서 옛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 너무도 자주 이사하고 지나치게 전문화 되었으며, 자신의 협소한 전문 분야에만 관심이 매몰된 나머지 오래도록 지속되는 관계를 가꾸어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친구관계는 고사하고 가정이라도 유지하고 있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이다. 대기업의 경영인과 뛰어난 의사나 변호사처럼 성공한 성인들이 고립되고 외로워진 자신의 삶에 관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학교 친구를 그리워한다. 그 모든 친구들이 이제 다 멀어졌으며 지금은 혹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몇 가지 옛추억 외에는  공통적인 관심사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가족의 관계처럼 친구관계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고, 관계에 금이 가더라도 그것은 어쩔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그저 상심하고 만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수 있는 관심사가 많고 관계에 투자할만한 자유시간도 많은 청소년기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친구관계는 결코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관계도 직장이나 가정생활을 꾸려나가는 일처럼 열심히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서도 매우 난해한 문제를 처리할 수 있으며, 가족과 친구들이 그 사람의 많은 관심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관계 없는 사람들의 목표들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는 몇배나 높은 복합성을 필요로 한다. 불행하게도 그런 복합성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공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높은 복합성을 가진 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권력을 쫓으며, 성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증명하려 한다.  한층 더 위대한 도전은 자기 자신에게 덕이 될 뿐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정치가들이 실제로 사회상황을 변화시키고 성자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삶의 전형을 제시하기란 매우 어렵겠지만 그만큼 보람도 큰일이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정치란 '사람들이 개인이나 가족의 복지를 넘어선 일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 같이 광범위한 의미에서 볼 때 정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복합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더 넓은 사회분야에 참여하면 할수록 그만큼 많은 도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설정하고 심리에너지를 집중하며 피드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과제의 도전과 본인의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하는 일들이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에 그와 같은 상호작용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며, 곧 플로우 경험이 뒤따르게 될것이다. 물론 심리에너지의 공급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든 사람이 공공의 목표달성에 참여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좋지못한 한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예술 등의 특수한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의 이익을 위해 심리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을 즐김으로써 사회체제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 삶은 삭막해지고 말 것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경제 합리주의가 너무 만연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인간의 노력이든 그 결과를 금전적인 가치로 측정해야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인생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합리적이지 못하다. 진정한 가치는 경험의 질과 복합성에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익을 최대로 올리는 공장이 아니라 직원, 소비자들의 삶의 질적 향상을 기여하는 공장이 좋은 공장이다. 그리고 정치의 참된 기능도 사람들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하게, 혹은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복합성을 증가시켜 가는 삶을 즐길수 있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회적 변화도 실행될 수 없다.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법을 먼저 배우지 못했으면서 다른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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