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강력하고 의미깊은 경험들의 일부는 가족관계를 통해 얻는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 살든지 간에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자주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가족에게 친밀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가족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의 제일 중요한 환경이기 때문에, 자신의 친족과의 상호작용을 얼마나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생물학적, 문화적 요인이 가족간의 유대를 아무리 강하게 결속시켜 준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친척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매우 다양하다. 훈훈하고 서로 돕는 가정이 있는가하며, 계속해서 몰아대며 힘들게 하는 가정도 있고, 또 가족 구성원들의 자아를 시시각각 위협하는 가정도 있으며 참을수 없을 만큼 자루한 가정도 있다.

 

플레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를 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 가족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또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둘 중 어떤 가족이 될 것인가는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얼마나 많은 심리에너지를 상호관계에 특히 서로의 목표에 투자하는가에 달려있다.

 

남녀가 연애를 시작하면 혼자일때는 받지 않던 특별한 제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스케줄을 조정하고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단순히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데이트일지라도 시간이나 장소, 음식의 종류 따위를 결정할 때 제약을 받는다. 만일 싫어하는 영회를 남자가 좋아하면 또 그 반대의 경우라면, 둘 관계는 아마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에게 주의를 쏟는 습관들을 철저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애가 태어나면 아기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부부가 또 한번 재적응을 해야 한다. 수면 주기가 바뀌며 외출도 줄게 되고, 아내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힘든 것이며 좌절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목표는 서로 양립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더 이상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다닐 여유가 없어지며 마음대로 여행도 할 수가 없어진다. 그가 가지고 있던 목표를 바꾸지 않는 한, 그가 이룰 수 없는 목표들로 인해 좌절감을 맛보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정신적 엔트로피인 내적 갈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목표를 수정한다면, 그의 자아도 변화할 수 있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모와 자녀들이 외적이유로 인해 관계를 지속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집안에 모여사는 경향이 있었다. 과거 이혼율이 극히 낮았던 이유는 부부간의 애정이 오늘날보다 깊어서가 아니다. 남편들은 요리를 하며 살림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아내도 돈을 벌어다 줄 사람이 필요했으며, 자녀들은 먹고자고 세상살이를 시작하기 위해 부모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 같은 단순한 필요성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물론 한때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득세하여 사람들이 그러한 가치관을 배우게 되고, 그것이 가정의 붕괴를 막는데 큰 몫을 담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덕적 규칙은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것으로 그리고 남편, 아내, 자녀들을 옭아매는 외적 구속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욱 흔해졌다. 그렇게 되면 그 가족은 겉으로는 온전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증오로 분열되는 것이다. 오늘 날 만연하는 가정의 와해 현상은 결혼생활을 지속해야할 외적요인들이 서서히 사라지게 된 결과이다. 그러나 단지 외적인 이유들만으로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가족의 범주안에서 함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생활은 가정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쁨과 성장의 좋은 기회들을 제공해 주며, 이러한 내적 보상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종의 동물조차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적응하기 위해 매우 다채로운 관계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가족 형태도 환경적 압력에 대응하여 변화한다. 외적 조건만으로볼 때 우리의 가족 형태는 일부일처제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과 같이 금전경제에 기초한 고도의 기술사회에서, 이러한 형태가 보다 편리한 합의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람들은 결혼과 함께 자유는 끝난다고 생각을 하며, 배우자와의 관계를 속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정생활이라고 하면 전형적인 사람의 목표와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과 책임을 연상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잊게되는 것은 이러한 규칙과 의무들이 게임에서의 행동의 제약과 원칙적으로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모든 규칙과 마찬가지로 결혼의 규칙에도 광범위한 예외 규정들이 있어, 우리가 취사선택한 일련의 규칙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규칙을 준수하면 우리는 최고의 행복을 겸험하게 될 것이다.

 

제약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 예를 들면 심리에너지를 일부일처적인 혼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어떠한 문제와 장애가 발생해도, 혹은 나중에 마음이 더 끌리는 선택의 여지가 생겨나더라도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일처제의 혼인을 하고, 자녀와 친척 그리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전통적 가족형태를 따르기로 결정하였다면, 어떻게 가정생활을 플로우 활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사전에 고려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않는다면 필연적으로 권태와 좌절을 느끼게 되어 결혼생활을 지속시켜줄 강력한 외적요인이 없는한, 그 관계는 악화되고 말 것이다. 플로우를 제공하려면 가정에는 그 존재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외적인 이유들만으로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도 다 결혼하고 사니까'  '아이를 갖는 것이 당연하니까' '혼자사는 경비로 두사람이 함께 살 수 있으니까' 등의 생각으로는 부족하다. 이런한 태도가 처음 가정을 이루는데는 도움이 될지모르지만 가정생활을 즐겁게 해주지는 못한다. 부모와 자녀들이 심리에너지를 공통적으로 과업에 집중시킬수 있도록 해주는 긍정적인 목표들이 있어야 한다.

 

목표들이 각 가족 구성원의 복합성을 증진시켜주는 상호작용을 낳기 위해서는 그 가정이 분화되는 동시에 통합되어야만 한다. '분화'란 각 가족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개발하고, 개인적 목표를 설정하도록 장려함을 의미한다. '통합된다'함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족 가운데 한사람의 일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자녀가 학교에서 이룬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며 가족전체가 관심을 보이며  역시 그 자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만일 어머니가 피곤하고 우울하게 되면, 온 가족이 어머니를 돕고 기분을 전환시켜주려 한다. 통합된 가정에서는 각각의 목표가 다른 모든 가족들에게도 중요한 것이다. 가족 모두가 기꺼이 공유할 수 있는 목표가 없다면, 가족 구성원들이 즐거운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아가 함께 사는 것 조차 불가능해진다. 공통 목표는 각 가족들의 목표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