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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마음가는 대로 살자

독서에 몰입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그때 가슴에서 따뜻한 기온이 올라와 온 몸으로 번져간다.  '이게 나야' 그런데 이런 행복이 얼마만인가?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인가? 내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내 직업은 지식 소매상이다.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발췌하고 해석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지식 소매상이 하는 일이다.  내 자신의 인생 경험과 가족사, 살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고민과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글은 많이 써보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원래 나, 내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열정있는 삶을 원한다.  마음 설레는 일을 하고 싶다.  자유롭게 뜻뜻하게 살고 싶다.  인생이라는 짧은 여행의 마지막 여정까지 내 삶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움, 열정, 셀렘과 기쁨이 없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고 싶은가?  의미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이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나는 일보다 노는 것이 더 좋다.  일은 누구나 한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 그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먹고 살고,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 잘 모시고, 노후대비 하고,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재미있게 노는 게 목적이다. 그렇게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만일 돈벌이 하는 행위가 즐겁기 까지 하다면 금상첨화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일이 아니라 놀이를 앞자리에 두어야 한다. 무엇이든 놀이로 삼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으뜸이 음악 아닐까?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음악을 즐기며 산다. 나도 음악을 즐긴다. 그런데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내가 좀 아는 밴드가 하나 있다. 크라잉넛 이다. 크러잉넛 멤버들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그렇게 하면 돈이 잘 벌리지 않는다.  인디밴드 크라잉넛은 진정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

 

돈이 없어 호두과자로 배를 채우고 울면서 집에 갔던 이 청년들은 왜 주눅들지 않을까?  아마도 어떻게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신껏 인생을 사는 것이다. 성공이라고 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포기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성공 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나는 그것이 품위있는 인생, 존엄한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나름대로 세상과 격렬하게 부딪쳤다.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문제는 무슨 일을 했느냐가 아니다. 왜,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크라잉넛 맴버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고, 그 삶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나는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지도 못했다. 마음가는대로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생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물질이나 지위, 사회통념이나 타인의 시선, 어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설계했다. 그리고 그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갔다.  주눅들지 않고 세상과 부딪쳤다. 그들은 좋아하는 놀이를 직업으로 삼았다.  나는 '일과 놀이'가 인생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랑과 연대'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