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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신화

훌륭한 철학자가 되려는 우리에게 필요한 오직 한 가지는 놀라워 할 줄 아는 능력이다. 어린 아기에겐 누구나 이런 능력이 있는게 분명하다.  몇 달이 지나면 아기는 아주 새로운 현실로 밀려나오게 된다.  하지만 아기가 자라고 나면 이같은 능력이 언뜻 감소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비록 아기는 말은 못한다해도 주위를 가리키고 호기심에 가득 차 방 안의 물건들을 매만져 본다. 멍멍 짖는 개를 보면 아기는 흥분하지만, 세상물정을 아는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저건 멍멍이란다!' 그리고 그렇게 까지 흥분하지도 않는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개를 보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세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과 달라야 한다.  어느 화창한 날 당신이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채험하게 될 그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판타지 영화에서 인간이 날아다닌다면, 그런 상황에서 아이와 엄마는 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까?  이것은 습관문제다. 아이 엄마는 인간은 날 수 없다고 배운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렇게 배운 일이 없다. 아직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이 가능한지,  또 어떤 일이 불가능한지, 아이에겐 확실치 않다.  슬픈 사실은 우리가 자라면서 중력법칙에만 익숙해지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동시에 이 세계 자체에 길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유년시절을 보내는 동안 세상에 대해 놀라워 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무엇인지 근본적인 것을 상실한다.  철학자들이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그 무엇 말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일상 생활에 쫓겨서 삶에 대한 경이감을 잃어버린다.

 

세계와 만물은 어린 아이에게 놀랍도록 경이롭고 새로운 그 무엇이다.  그런데 모든 어른이 세계를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철학자와 아이는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다.  철학자는 일생동안 어린 아이 마냥 감수성이 뛰어나다. 모든 아기들은 가느다란 털 끝에서 태어난다.그래서 어린이들은 이 불가능해 보이는 마술을 보고 감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내부 깊숙이 들어가 그 안에 머물게 되자, 그곳은 지극히 편해서 위로 다시 기어오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어진다. 어른들은 세계를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확실히 어른들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일상 생활이라는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철학이란 기원전 600년경 생겨난 아주 새로운 사고방식이다. 그 전에는 여러 종교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답했다.  그러한 종교적 설명이 대대로 이어져 신화에 이르게 되었다신화란 삶이 왜 지금 처럼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는 신들의 이야기이다.  수천 년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철학문제에 관한 신화적 해석이 번창했다. 천둥 치고 번개가 번뜩이면 비가 오게 마련이다. 이것은 농부들이 살아가기 위한필수조건이다. 그래서 토어 신은 결실의 신으로 찬양받았다.  '비가 왜 올까?' 하는 물음에 '토어 신이 망치를 휘두르게 때문'이라 하는 것이 신화적 대답이다. 인간은 가뭄이나 돌림병같은 재앙의 위협을 받을 때 신이 이 일에 나서주기를 그저 손 놓고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직접 악을 물리치려고 싸움에 가담했다. 이는 여러 종교적 행위와 의식을 통해서 였다. 제물을 바치는 것은 고대 북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 행위였다.  신화는 인간에게 무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뭇 사람들은 우리가 들은 바와 같은 정도의 설명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중요한 사건에 직접 개입하려고 하였다. 바로 신화와 관계하는 여러 종교의식이 그것이다. 

 

최초로 철학이 생겨났을 때도 그리스 사람들은 아직 신화적 세계상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수백년동안 대대로 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왔다.  그리스 신중에서 몇의 이름을 들면  제우스와 아폴론,  헤라와 아테나, 디오니소스와 아스클레오파스,  그리고 헤라클레스와 헤파이스토스를 꼽을 수 있다.  기원전 700년경, 호메로스와 헤세오도스는 구전해 오던 그리스 신화 대부분을 글로 적어 놓았다.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은 호메로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인간과 너무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신들은 우리와 똑같이 이기적이며 믿지 못할 대상들이었다. 이 시기 그리스 사람들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남부,  그리고 소아시아의 식민지 등지에 많은 도시국가세웠다. 이곳에서는 노예가 모든 육체 노동을 도맡았으므로 자유시민이 정치와 문화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생활 조건속에서 인간의 사고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각 개인이 어떻게 사회를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스스로 제기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또 이런 방법으로 각 개인은 꼭 전래한 신화에 만족하지 않고 철학적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이때 부터 바로 신화적 사고방식에서 경험과 합리성에 근거하는 사고로 발전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뭇 사람들에겐 늘 자연의 진행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런 설명 없이는 살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과학이 존재하지 않던 그 옛날, 사람들은 신화를 지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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