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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란 무엇인가(A. N. 화이트 헤

원뿔곡선

고대의 기하학들이 직선과 원으로 구성된 도형을 철저히 탐구한 시점에서 그들은 연구 대상을 다른 형태의 곡선들로 옮겼다. 그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원뿔곡선, 즉 원뿔을 자른 단면에 나타나는 경계곡선주목하였다. 학문에는 여러 개의 왕도가 있다.  그러나 그 길을 처음 밟는 사람은 왕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천재다. 꼭지점이 V이고 원형기반이 STU인 원뿔을 생각하자. 전등 빛에 의한 원추형 음영은 이같은 표면의 좋은 예이다. 한 꼭지점 V를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는 이중 원추형이다. 그리고 PQR은 원형 STU의 V에 대한 대칭원형 절단면이다. 원뿔을 자르면 달걀 모양 폐곡선이 생긴다. 이 같은 곡선을 타원이라 한다.

 

원뿔을 자르는 절단 평면은 원뿔과 접하는 기울기의 평면과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원뿔 기울기과 평행한 절단면은 폐곡선이 아니라,  꼭지점 V로부터 한쪽 원뿔의 모선이 뻗어가면서 끝없이 전개되는 그런 곡선을 포물선이라고 한다. 원뿔곡선에는 세 가지 유형, 즉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존재한다. 이들 곡선의 성질에 대한 초기 연구는 그리스 기하학자들에게 무척이나 난감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곡선들 자체는 평면상의 도형이지만, 그것들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입체로 표현되는 투시도면이 필요하다. 곡선들은 엄연한 평면상의 곡선이고, 우리는 평면 이상의 입체적 형상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그것들을 분명히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입체에 의거한 정의에서 세가지 경우에 모두 적용되는 일관된 정의 방식- 원뿔을 평면으로 절단하는 방식-  이 존재하는 것처럼 임의의 평면에 의거한 정의에서도 마찬가지로 세가지에 적용되는 일관된 작도방식이 존재하리라.

 

수학의 작은 일부를 차지하는 원뿔곡선에 대한 연구가 실용적 용도와는 무관하게 그저 추상적 지식으로서 지식 자체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1800년동안이나 이어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토록 오랜 기간의 추상적 연구 끝에야 가장 중요한 자연법칙들 중 한 갈래를 밝힐 단초가 되었다는 사실도 되새겨 볼만하다. 코페르니쿠스는 천체 운동은 태양이 정지해 있고  지구와 나머지 행성들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고 본다면, 훨씬 간단한 방식으로 설명 된다고 지적했다.  코페르니쿠스는 비록 일련의 수정 과정을 거쳐 이들 운동을 본질적으로는 원운동으로 생각했다. 케플러는 천문학자였으나 유능한 기하학자이기도 했다. 기발한 개념들은 흔히 지식의 범상치 않은 결합에서 발생한다. 이는 단순히 방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서로 확연히 다른 지식계통들의 개념과 방법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케플러는 행성 운동에 관한 세가지 법칙을 발표했다.

 1. 궤도에 관한 법칙: 행성은 태양을 한 초점으로 삼는 타원궤도에서 움직인다. 

2. 면적에 관한 법칙: 어떤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선이 일정시간동안에 그려나가는 면적은 일정한   값이다. 

3. 주기에 관한 법칙: 어떤 행성의 회전주기의 제곱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의 세 제곱에 비례한다.

 

만유인력법칙 증명에서 가장 본질적인 단계는 원뿔곡선이론과 연관된 행성 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을 입증하는 일이었다.  17세기부터 곡선에 관한 추상적 이론으로 좌표기학학과 사영기하학이 도입되었다. 사영기하학 근본개념은 공통의 한 점을 지나는 선들의 집합에 주목하는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ax+by=c 라는 일반형 대수식에 대응하는 자취가 어떤 꼴인지를 물은 바 있고,  그것이 평면상의 의 형태라는 것을 알아냈다. ax제곱 +2hxy +by제곱 +2gx +2fy +c=0 은 무엇을 나나낼까?  이는 언제나 원뿔곡선나타내며, 모든 원뿔곡선의 방정식은 항상 이 같은 일반식의 꼴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정식 꼴을 통해 원뿔곡선의 구체적인 종류를 분별하기도 용이하다. 그것은 식의 a, b, h가 상수일 때 전적으로 ab-h제곱의 값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ab-h제곱이 양수이면 곡선은 타원이다.  또 ab -h제곱=0 이면 곡선은 포물선이다. 그리고 ab-h제곱이 음수이면 곡선은 쌍곡선이다. a=b=1, h=g=f=0, c=-4라면 방정식이 x제곱 +y제곱 -4=0으로 정리된다. 이것은 중심이 원점이고, 반지름이 2인 원의 방정식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x제곱 +y제곱 +1=0은 그 어떤 x,y의 실수값으로도 충족되지 못한다. 요즘에는 이를 허수의 점들로 구성된 자취라고도 한다. 그러나 기하학에서 이런 허수점 개념은 실로 엄청나게 복잡한 개념중 하나이다.

 

우리가 원통을 원뿔의 한 특수한 경우로 생각한다면 '두 개의 평행한 직선도 원뿔곡선'에 포함될 수 있다. 즉 원통을 절단하되, 그 축에 평행하게 했을 때에는 단면이 두 개의 평행한 직선을 따라 잘린 꼴이 된다. 어쨋든 그리스인들이 이들 특수한 경우를 원뿔단면으로 허용했든 아니든 간에,  2차 대수식 일반형으로 표현되는 곡선들 중에 포함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수한 경우가 포괄적인 일반꼴에 포함된다는 것, 그 자체가 근대수학의 특징이다. 수학의 본질적 이념인 보편성을 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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