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라는 학문을 초심자들이 공부할 때 겪는 어려움이란 대부분 기교 위주의 수 많은 세부사항들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기초적인 산수를 익힌 후 학습해야 할 첫 번째 수학과목은 초등기하와 초등대수인데 이 두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개념들만 제시하는 간략한 과정으로 끝나야 한다. 근본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세부사항을 제시하여 무리한 심적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수학의 초급과정만으로도 일반 직종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학습이 된다. 이 정도만으로도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관심을 보이며, 계속 탐구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필수적인 예비 과정으로 손색이 없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이미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 그 어떤 수학자라도 수학에 통달했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수학이란 응용의 범위가 대단히 넓은 학문이고 그 개념은 충분히 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학이 채택하는 방법의 논리적 엄격성은 완벽에 가깝다. 수학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우리의 투박한 접근방식에 비해 수학은 너무나 품격 높은 학문이다. 수학문제의 엄밀한 표기를 위해 고안된 소위 수학적 기법정도만 학생들에게 익숙하도록 할 뿐, 그 근본개념까지 이해시켜주지 않는다. 학생들은 수학의 단편지식만 습득하는데 몰두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보편개념을 되새기는 것을 소홀히 한 채 기술적인 방법에만 주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수학이 무엇에 관한 학문인지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데 왜 수학이 필연적으로 엄밀한 사고의 도구로 사용되는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에서 가장 먼저 익히는 지식은 산술을 통한 지식이다. 흔히 '둘 더하기 둘은 넷이다' 라는 식의 진술은 모든 사람들이 듣게 가장 간단한 수학적 명제의 형태로 여겨진다. 사람들이 수학을 추상과학이라고 일컫는 것은 이러한 수학의 특성 때문이다. 추상과학은 실질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사물의 형상, 특성, 질감, 쓰임새 등)을 아예 고려할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학이 그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사유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될 수 있는 근본적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건들이 어떻게 상호연관되는지 생각해보라. 번갯불을 볼 때면 천둥소리를 예상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바람소리를 들으면 바닷물이 일렁이는지 보게 된다. 서늘한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떨어진다. 모든 일은 순서에 의해 지배된다.
따라서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또한 그것과 연관된 다른 사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이처럼 상호연관성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사건들이 법칙이라 불리는 몇가지 보편적 원리에 따른다는 것을 부단한 연구를 통해 증명해 보일 때, 과학의 진보가 일어난다. 다시 말해 개별적 상황에서 보편적인 것을 보고, 변화무쌍한 것들 가운데서 영원불변의 것을 발견하는 일이 과학적 사고의 목적 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실들에 대한 지식을 감각을 통해 일차적으로 획득한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을 뿐만 아니라 만짐으로써 차가움, 따뜻함, 아픔, 얼얼함 등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은 개인적 지각일 뿐이다. 나의 치통이 너의 치통일 수 없고, 내가 본 그림은 네가 본 그림일 수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우리는 사람들의 모든 지각 밑바탕에서 사물들이 서로 연결된 단일한 집합체로서의 세계를 애써 상정한다. 우리가 공존하는 하나의 세계만 있을 뿐이다. 즉 치통은 환자만 느끼지만, 충치는 환자와 치과의사 모두에게 동일한 사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 감각 또는 특정인의 지각에서 벗어나 전혀 독립적인 방식으로 외적 존재들 간의 관계를 기술하기를 원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세상의 소상한 것들까지 속속들이 깨닫지는 못하면서도 만유 존재의 특성에 대한 수학적 기술을 점진적으로 모색해 온 것이다.
나의 시각, 너의 촉각, 그의 미각과 후각 근저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대답은 한 알의 사과이다. 나아가 과학은 그 최종적 분석으로 분자의 위치와 운동을 통해 사과를 기술하고자 한다. 과학적 기술은 나, 너, 그와는 무관할 뿐 아니라 시각, 촉각, 미각, 후각과도 무관하다. 따라서 수학적 개념 들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사건의 추이과정에 대한 과학적 기술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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