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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들려주는 작은 철학 ( 롤란트

낱말의 의미는 어디서 왔을까? (2)

우리가 의자를 의자라고 부르려 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틀림없이 의자는 이러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의자를 의자로 인식하고 의자가 아닌 것들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의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의자가 무엇인지 아예 모른다면, 우리는 의자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의자를 취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의자는 가구다. 의자의 기능은 앉도록 사용되는 것이다. 다리의 수 역시 의자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다리의 수보다 앉는 판이 더 중요하다. 앉는 판이 몇 각형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탁자는 탁자고 의자는 의자다.  또 의자는 긴의자, 소파, 안락의자 등은 일정한 특징들에 의해서 구분된다. 이런 특징들을 열거함으로써 우리는 의자들을 나머지 앉는 의자들과 구분하고 한계를 한계를 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정의라고 한다. 이 낱말의 어원은 라틴어인데 경계설정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정의를 통해 우리는 다른 개념에 대해 한 개념의 경계를 정한다.  탁자나 의자, 이들은 우리 인간이 우리의 목적을 위해 만든 가구들이다.  우리의 원하는 바에 따라 이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또한 원하는 대로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가 탁자 위에 앉으면 우리는 탁자를 앉는 물건으로 사용한 것이 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든 물건들을 그때그때마다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한다. 우리는 '이름'을 물건의 목적에 대한 표상과 결부시킨다. 그래서 의자란 낱말에는 일정한 의미, 즉 등반이가 있는 데 앉는데 쓰이는 가구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것을 우리는 개념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어떤 사물에 대해 '개념을 가졌다'함은 우리가 어떤 사물이 무엇인지 그것이 의자인지, 탁자인지를 안다는 걸 뜻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알지 못하고 확인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그것을 그저 물건이라 칭한다.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되고 사물의 명칭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그 물건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개념이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어떤 사태에 대해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어떤 사태가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이다.

 

우리가 손으로 하는 행동을 지칭하는 '잡다'라는 동사가 있다. 개념이라는 말은 어떤사태를 사고나 언어로 잡는 것, 즉 사태를 올바로 명명하는 것을 뜻한다. 언어능력을 갖기 전에도 우리는 현실의 사물들을 인지한다. 어린아이들은 모든 것을 만지거나 입으로 가져가려 한다. 이것이 인간이 최초에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손으로 직접 만져 봄으로써 대상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개발된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가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대상의 특성을 말해주면, 그 사람은 대상을 직접 자기 손으로 잡아보지 않고도 그것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이야기하는 낱낱의 상황에 더욱 구애받지 않게 된다. 그런데 '파악하다'라는 낱말속에는 여전히 세계를 직접 잡아보는 우리의 원초적 방식에 대한 기억이 들어있다. '잡는다'는 의미에서 무엇을 파악하려는 것은 언제나 우리 본능에 속한다. 어떤 사물이나 사태에 대해 올바른 개념을 가진다는 것은 곧, 그 사물이나 사태가 무엇인지 알고 그럼으로써 적절한 방식으로 명명할 수 있을을 뜻한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물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만들어낸 대상들일 경우, 우리는 이미 대상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들지 않은 사물들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이 세계를 직접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세계를 인식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간은 어떻게 지식을 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