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단계는 구조적 인코딩으로 얼굴에서 불변하는 요소, 즉 눈의 위치와 간격, 코의 형태 등과 같은 요소들을 뽑아내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얼굴표정 인코딩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 뇌는 자신이 아는 표정의 목록을 참조해서 지각된 얼굴의 감정상태를 알아낸다. 뇌가 자신이 얻은 답에 따라 위험을 간파하면 투쟁-도피반응이라고 불리는 긴급 절차를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단계는 얼굴 인코딩으로 어떤 사람의 입과 얼굴의 움직임이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는 단계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안면지각과 안면 인식 사이의 다리에 해당하며 따라서 두 부분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시각적 처리에서부터 파생되는 의미정보 인코딩이다. 지각된 얼굴에 대해서 나이와 성별, 인종 등과 같은 일련의 일반적이고 상황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부분은 우리가 아는 얼굴과 비슷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장기기억에서 안면 인식 장치를 활성화시킨다. 여섯번째 단계는 어떤 사람의 정체를 의미적 관점에서 처리하는 단계이다. 일곱번째 단계는 형식적 확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뇌가 얼굴을 알아보고, 장기기억에서 그 사람의 이름과 그 밖에 우리가 그에 관해서 아는 정보를 찾아내는 단계를 말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앤디 엘리스와 앤드루 영에 따르면 얼굴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얼굴에 대한 형식적 확인과 정서적 확인이 동시에 실행된다. 형식적 확인은 뇌가 장기기억에서 그 얼굴과 관련하여 우리가 아는 사실적인 정보를 찾는 과정을 말한다. 그 사람의 이름, 신성, 정보, 이미지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정서적 확인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내는 과정이다. 얼굴을 지각하는 데 필요한 감각, 즉 시각은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시각작용은 30억 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들이며 시각기능과 관련된 현상들 중에는 아주 놀라운 것들도 있다. 맹인들의 시각적 능력을 말하는 맹시도 그중 한가지이다. 영화를 보면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어떤 장애물을 만지지도 않고 느낌으로 피하는 정면이 나온다. 혹은 자기앞에 있는 사람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화가 났거나 슬픈 상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가능할까?
눈이 어떤 이미지를 지각하면 그 이미지는 시신경을 통해서 전기충격의 형태로 이동해서 뇌 뒤쪽에 자리한 일차 시각피질로 향한다. 양쪽 눈에서부터 오는 정보들을 수집해서 삼차원 이미지로 재구성 하는 것이 바로 일차 시각피질이다. 정보들은 일차 시각피질에 도착하기 전에 뇌중앙의 시상에 위치한 상구라는 곳을 거친다. 상구上丘는 시선의 방향을 담당하는 부위로 시성의 방향은 뇌의 무의식적 작용에 속한다. 시각장애인 중에는 눈 자체나 망막, 시신경에 문제가 있어서 눈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차 시각피질 문제 때문에 실명이 된 경우도 잇다. 후자의 경우도 맹인은 맹인이다. 그러나 눈 자체는 정상적 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래서 빛을 지각해서 그 정보를 일차 시각피질로 보낸다. 뇌의 무의식 영역에 속하는 상구는 눈이 전달한 이미지를 정상적으로 포착한다. 그 결과 시각장애인은 의식적인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게 되는 것 이다. 데자뷔의 느낌도 시각 정보가 상구를 거치는 단계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데자뷔란 프랑스어로 이미 본 느낌이라는 뜻으로 이미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뇌는 정보를 기록할 때 수 많은 이미지와 소리, 그리고 보다 일반적인 정보들을 초단위로 저장하는 연속적인 기록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내용이 동일한 정보라도 동시성을 적용하기에는 먼 간격으로 잇따라 두 번 도착할 경우, 우리 뇌는 동시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일단은 서로 구분되는 두 개의 사건 으로 간주하면서 문제를 무마한다. 어느 가설에서는 한 쪽 눈이 감지한 정보가 어떤 이유로 다른 쪽 눈이 감지한 정보보다 늦게 도착했을 때에 데자뷔 현상이 생긴다고 말한다. 뇌가 그 답이 확실하지 않아서 두 정보가 동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경우, 우리는 동작이 연속해서 일어난 듯한 느낌과 순간이 복제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두 개의 이미지가 일차 시각 피질에 잇따라 도착했는데 같은 순간 이미지를 담고 있을 경우, 뇌는 일단은 '연이어 일어난 두 개의 사건이야'라고 해석하려 한다.
뇌는 모순을 좋아하지 않으며 모호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뇌는 시간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고나 소동이 일어났을 때 시간이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시고나 습격 같은 일부 스트레스 상황은 투쟁-도피 반응을 부르는 것 외에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느낌도 유발한다. 우리가 흘러가는 시간을 지각하는 일은 리듬을 따른다. 그 리듬은 실제로는 항상 미세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우리 느낌에는 일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많이 유발하는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면, 우리 뇌는 흥분해서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기록하기 시작한다. 뇌가 자신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수를 줄여서 파악된 정보의 전체적인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주변 시력에 의한 정보를 2분의 1로 줄이는 대신 중심 시력에 의한 정보를 2배 늘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간혹 우리의 뇌는 감각에 의한 지각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한다. 실인증失認症이라는 용어로 묶이는 장애들인데 그중 편측무시片側無視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실인증이란 간단히 말해서 감각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지각이 완전히 무시되는 증상이다. 이들에게는 소방차 싸이렌 소리나 돌멩이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 전화 벨소리가 모두가 똑같이 들린다. 소리는 분명히 듣는데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소리 실인증이라고 한다.
편측자기신체 실인증은 자기 신체의 절반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그 절반의 감각기능이나 운동 기능은 아무 문제없이 완벽하게 작동하는데도 말이다.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은 침대에 혼자 누워있어도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들게 된다. 대상 중심성 편측무시는 어서 깨어나고 싶은 악몽과도 같은 고약한 증상이다. 보는 것은 왼쪽과 오른쪽 모두 정상적으로 보는데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게 개별적 으로 집중하는 순간 절반밖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수면경련현상이란 자고 있는데 갑자기 추락하는 느낌에 몸이 움찔하고 놀라는 현상이다. 잠이 들때 우리는 일련의 단계를 거쳐 수면에 들어간다. 그러나 스트레스나 피로 혹은 개인사정에 따른 이유로 그 같은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잠드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 뇌는 의심스러워 한다. 우리가 잠이 들고 있는 중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뇌는 죽음의 위험에 대해서는 절대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뇌는 의심스러운 마음에 우리가 죽어가는 중이 아닌 것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 몸 전체를 흔들어보기로 결정한다. 그 결과 순간적으로 몸에 강한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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