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첫 번째 종류는 감각기억이다. 감각기억은 현재를 연속적으로 느낄수 있게 해준다. 말이 끝난 뒤에도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바로 감각기억 덕분이다. 이 기억이 감각기억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외부세계에 대한 우리의 감각 및 지각과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각기억에 정보가 저장되는 시간은 10분의 몇 초에서 최대 2초정도로 아주 짧다. 그리고 감각기억에 의해서 계속해서 수집되는 모든 정보, 즉 눈으로 보는 모든 것, 귀로 듣는 모든 것, 별의식 없이 접촉하는 모든 것, 늘 냄새 맡고 맛을 보는 모든 것, 우리 몸의 균형, 우리 몸의 부분 부분이 느끼는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을 포함한 모든 정보들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기울인 아주 작은 일부만이 단기기억으로 옮겨간다. 선택된 정보 즉 우리 뇌가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판단한 정보는 단기기억으로 들어간다. 단기기억은 작업기억이라고 하는데 대화를 이어가게 하고, 바로 꺼내 써야 하는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단기기억이다. 단기기억이 작동하려면 에너지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단기기억은 뇌위 차원에서 음운고리, 시공간 스케치북, 중앙관리자라는 세가지 요소를 통해서 작동된다. 음운고리는 언어적으로 음향정보를 일시적으로 기억하게 해준다. 전화번호를 바로 메모할 수없을 때, 그 전화번호를 잠시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음운고리다.
시공간 스케치북은 그 이름을 말해주는 것처럼 시각적 정보나 어떤 공간적 상황에 연관된 정보를 주로 저장한다. 눈으로 어떤 사물을 따라갈 때 사물에서 눈을 잠시 떼더라도 그 위치를 계속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공간 스케치북 덕분이다. 시공간 스케치북은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중앙관리자는 설명하기는 쉽지만 복잡한 일을 한다. 음운고리와 시공간 스케치북에서 나온 자료를 정리하고 장기기억에서 필요한 정보를 꺼내옴으로써 우리가 단기기억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앙관리자가 하는 일이다. 장기기억은 뇌의 하드디스크에 해당한다. 우리가 생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장기기억에 자리한다고 보면 된다. 장기기억은 우리가 떠올리려는 기억이 서술기억인지, 절차기억인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서술기억은 말그대로 명시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을 말한다. 여러 해 동안 쌓아온 모든 지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감각정보도 머릿속으로 어떤 냄새나 음악을 떠올릴 때에도 명시적 기억이 동원된다. 서술기억은 여러 영역으로 나뉘어 저장된다. 배워서 얻은 지식은 전두엽, 사실적 정보는 측두엽, 개인적으로 경험한 어떤 사건을 시간, 장소, 상황 등과 함께 기억하는 삽화적 기억은 감각과 관계 된 여러 영역들에 걸쳐 저장된다. 해마라는 영역은 사건을 기억으로 바꿔주며, 전두엽은 기억이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임을 알게 해준다. 절차기억은 무의식적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자전거 타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절차기억 덕분이다. 매일 같은 길을 다니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 집까지 가게 되는 것은 절차기억 덕분이다. 어떤 동작 또는 행동이 절차기억에 저장되려면 그 동작이 반복될 필요가 있다. 반복이 자동성을 가능하게 해 준다. 뇌가 그 동작을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는 신경연결을 만들어서 신경연결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실제로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단어 하나하나는 뇌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하면서도 효과적인 메커니즘 덕분이다. 언어라고 불리는 아주 체계적인 일련의 규칙에 맞게 그 단어들을 사용하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단어에서 이 메커니즘은 막히게 된다. 우리가 그 단어를 음운고리에서 생각해 내려면 다른 단어들이 음운고리에서 그 단어의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 음운고리가 일단 가득차면 우리가 빈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음운고리에 새로운 단어가 복사될 수 없으며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단어를 필사적으로 찾으려해도 소용없다. 음운고리가 가득차 있는 상태에서 내용물을 계속 자극하면, 그 내용물이 계속해서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그 결과 우리가 찾고자 하는 단어가 들어설 자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혀끝에서 맴도는 현상은 전염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두가지는 첫 번째 뇌가 자유롭게 연상작용을 하게 내버려두면서 생각이 흐르는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발음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음운고리를 비우는 것인데 문제의 단어 찾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그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가 그것이다.
내가 어떤 노래를 생각하면 그 노래를 실제로 들을 때와 동일한 뇌 영역이 활성화 된다고 이야기 한 것을 기억하는가? 어떤 생각을 할 때 우리는 머릿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내용을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가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을 큰 소리로 말할 때와 동일한 뇌영역이 활성화 된다는 이야기다. 이때 뇌는 어떤 일정한 방식으로 우리 목소리의 음을 느끼면서 우리가 그 목소리를 머릿속으로 듣게 만든다. 우리 뇌는 자신이 이미 말고 있는 일상적이 상황에 계속 놓여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머릿속 으로도 청각적 또는 시각적 방식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때때로 뇌는 한발 앞서 나가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원래 가진 생존본능 덕분이다. 얼굴과 관련해서 우리의 뇌는 매우 효과적인 두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는데 안면지각과 안면인식이 그것 이다. 안면지각은 영장류에게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능력 같은 것이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얼굴을 지각할 줄 안다. 여기서 말하는 안면지각은 안면인식과 차이가 있다. 얼굴을 지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 얼굴임을 알아본다는 뜻이고 얼굴을 인식하다는 것은 어떤 어떤 얼굴이 누구인지를 알아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면을 지각하는 능력은 진화적 압력 혹은 생물적 압력에 따른 결과에 해당한다.
1986년 영국의 심리학자 데임 빅토리아 제럴딘 브루스와 미국의 심리학자 앤드루 영은 안면지각의 인지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형을 만들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안면의 지각 및 인식은 크게 일곱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데 처음 다섯단계는 안면지각을 가능하게 하고 마지막 세 단계는 안면인식을 가능 하게 한다. 인식 과정을 작동시킬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다섯 번째 단계이다. 첫번쩨 단계는 회화적 인코딩이다. 명암과 선명도, 색 등과 같은 순수하게 시각적인 정보를 분석해서 눈이 지각한 이미지가 일관성 있는 형태를 띠는지 그리고 그 형태가 얼굴의 일반적인 특징을 가졌는지 알아내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는 우리가 무엇을 보든 계속 활성화되는데, 이는 뇌의 입장에서는 생존 문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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