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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고독한 행성(2)

* 적당한 행성

우리의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그마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다른 것은 제쳐두더라도 살아 움직이는 지구의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체 덕분에 대기가 유지되고 우주선線을 막아주는 자기장도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뜨겁게 녹아있는 내부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적당한 비율로 혼합된 작당한 원소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문자 그대로 우리는 적당한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 짝을 가진 행성

우리는 달을 우리의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은 경향이 있지만, 사실 달은 우리의 동반자이다.  대부분의 위성은 중심의 행성과 비교해 보면 아주 작다. 예를 들어 화성의 위성인 중심의 행성과 비교해보면 아주 작다. 예를 들어서 화성의 위성인 포브스와 데이모스는 지름이 10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달은 지구 지름의 4분의1이상이나 되어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위성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다. 달이 안정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멈춰가는 팽이처럼 비틀거릴 것이고, 그런 움직임이 기후나 날씨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는 하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달이 중력을 이용해서 지구를 안정화 시켜주는 덕분에 지구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생물이 성공적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기울기로 안전하게 자전을 계속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이 영원히 계속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달은 매년 약 3.8센티미터씩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  달은 20억년이 지나면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려서 더 이상 지구를 안전화 시켜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달을 밤하늘에 떠 있는 보기좋은 것 이상으로 여겨야만 한다.

 

* 적절한 시기

우주는 놀라울 정도로 변덕스럽고, 일이 많은 곳이고, 그런 속에서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만약 46억 년이나 되는 길고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일의 순서가 특별한 시기에 특별한 방법으로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예를 들어서 공룡이 바로 그때에 운석에 의해서 멸종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수염과 꼬리가 달리고, 키도 1.5 센티미터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서 동굴속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도 있다. 지구에는 92종 천연원소가 있다. 그밖에도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원소가 20여종이 있지만, 그중의 일부는 으로 밀쳐두어도 된다. 사실 화학자들은 그런 원소에는 관심이 없다. 천연원소들 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모르고 있는 원소도 적지 않다. 지구에 흔히 존재하는 천연원소는 모두 합쳐서 30종 정도이고, 그 중에서 생물에게 중요한 것은 10여종에 불과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지각의 50%가 조금 안 될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산소가 가장 흔한 원소이다. 그 다음 으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는 뜻밖일 것이다. 예를 들어서 두 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가 규소이고 타이타늄이 10위라는 사실을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지구에 많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유용한 것은 아니다. 탄소는 겨우 지각의 0.048%를 구성하는 15위 원소이지만, 우리는 그런 탄소가 없으면 존재할 수도 없다. 탄소는 원자세계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원소들과 단단하게 결합해서 정말 튼튼한 분자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단백질과 DNA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연의 비밀이다.  폴 데이비스가 말했듯이 탄소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은 존재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자 200개중에서 126개는 수소이고, 51개는 산소이며, 탄소는 겨우 19개에 불과하다.

 

생명의 탄생이 아니라 생명의 유지에 꼭 필요한 원소들도 있다. 우리는 헤모글로빈을 만들기 위해서 이 필요 하다. 철이 없으면 우리는 죽게된다. 비타민 B12를 만들려면 코발트가 필요하다. 포타슘(칼륨)과 약간의 소듐 (나트륨)도 신경에 좋다. 몰리브데넘, 망가니즈, 바나듐도 몸속의 효소를 만들는 데에 꼭 필요하다. 아연이 알코올을 산화시켜주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그런 원소들을 활용하거나 ,허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우리가 지금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셀레늄은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이지만, 조금만 많이 섭취하면 치명적이다. 생물이 어떤 원소들을 필요로 하거나 허용하는 정도는 진화의 흔적에 의해서 결정된다.

 

오늘날 양과 소는 함께 풀을 뜯어먹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광물질의 양은 전혀 다르다. 현대의 소는 구리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그러나 양은 구리가 결핍된 소아시아에서 진화했다.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원소의 양이 지각에 존재 하는 원소의 양에 직접 비례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은 법칙이다. 우리는 섭취하는 살코기나 섬유소에 축적되어 있는 소량의 희귀원소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진화 했고, 어떤 경우에는 그런 원소들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섭치량이 너무 늘어나면 경계를 넘어서게 된다.  지구 환경이 생명에게 적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우리의 생명에게 적당하다는 사실이다. 적당한 크기의 태양, 지나치게 사랑스러운 달, 사교적인 탄소, 엄청난 양의 마그마를 비롯해서 우리에게 훌륭하게 보이는 많은 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그런 것들을 의존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멋지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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