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고독한 행성(1)

생물로 존재하는 것은 쉬온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기로는 우주 전체에서 생물이 존재하는 곳은 우리 은하에서도 별로 드러나지 않는 지구뿐이지만, 그나마도 아주 인색한 곳이다. 저 깊은 바다속의 해구에서부터 가장 높은 산 정상까지 생물이 살고 있는 지역은 겨우 20킬로미터 남짓에 불과하다. 우주의 전체 공간과 비교 한다면 정말 작은 공간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공간은 적다.  우리는 4억년 전에 육지로 올라와서 산소로 호흡하면서 살기로 한 성급하고 위험스러운 결정을 내렸던 생물종들에 속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런 결정으로 지구상에서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의 99.5%로 추정되는 공간을 포기해야만 했다.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태평양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이다. 깊이가 대략 11.2킬로미터 정도인 그곳 압력은 제곱센티미터당 1,123킬로그램이 넘는다. 사람은 아주 단단한 점수정을 타고 잠깐 동안 그곳까지 들어갔던 적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새우와 비슷하지만, 투명한 갑각류와 비슷한 단각류들이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살고 있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80%는 질소로 되어있다.  인체에 압력을 가하면 질소가 작은 기포로 변해서 혈액과 조직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잠수부가 너무 급하게 수면으로 올라올 때처럼 압력이 급격하게 변하면, 몸 속에 갇혀있던 기포가 삼페인 뚜껑을 열 때처럼 끊어올라서 작은 혈관을 막아버리게 된다. 세포에 산소 공급이 끊기면,  극심한 통증이 생겨서 잠수부가 몸을 비틀게 되기 때문에 밴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는 지구가 생물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는 하지만,  살기에 가장 쉬운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지표면에서 생물이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말라 있는 얼마 안 되는 면적 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은 우리에게는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너무 메마르거나,  너무 가파르 거나, 너무 높다. 부분적으로는 우리의 실수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적응성에 관한한 인간은 정말 놀랄 정도로 형편없다. 대부분의 동물들처럼 우리도 정말 더운 곳을 싫어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고 넘어지기 쉬운 우리는 특별히 더위에 약하다.  물도 없이 무더운 사막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6-7 시간이내에 정신착란을 일으켜서 졸도한 후에 다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  추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책이 없다.  모든 포유류가 그렇듯이 인간도 열을 발생 시키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비교적 온화한 날씨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소비하는 열량의 거의 절반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소비된다. 물론 우리는 옷이나 집을 이용해서 보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하더라도 지구에서 우리가 살수 있는 면적은 정말 얼마되지 않아서 전체 육지 면적의 12% 또는 바다를 포함해서 지구 전체 면적의 4%에 불과하다. 여러 사람들이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게 된 이유를 20가지 정도 밝혀냈지만, 여기서는 그 중에서 네 가지만 살펴보도록 한다.

 

* 훌륭한 위치

우리는 적당한 종류의 별(항성)에서 신비스러울 정도로 작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별이 더 클수록 더 빨리 타버린다는 것이 물리학의 이상한 결론이다.  만약 우리 태양의 질량이 지금의 열배였다면 100억 년이 아니라 1000만년 동안에 완전히 타버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구에서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궤도를 공전하게 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끓어서 사라졌을 것이다. 너무 멀리 있었으면 모든 것이 얼어붙어버렸을 것이다.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우리보다 4천만킬로미터 가까울 뿐이다.  태양의 열기는 지구보다 2분 먼저 금성에 도달할 뿐이다. 금성의 크기와 성분은 지구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엄청난 차이는 모두 궤도의 크기가 조금 작은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태양계가 생성되던 초기의 금성은 지구보다 조금 더 뜨거웠을 이고, 바다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금성이 조금 더 많은 열기를 받게 되었던 탓에 금성은 표면의 물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고, 그 결과로 금성의 기후는 재앙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렸다. 금성의 물이 증발하면서 수소원자들은 우주공간 으로 날아가버렸고, 남아있던 산소원자는 탄소와 결합해서 이산화탄소라는 온실 기체로 된 두꺼운 대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금성은 숨막히는 곳이 되어버렸다. 화성의 추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경우에는 열이 아니라, 추위가 문제가 된다. 화성도 한때는 좋은 곳이었겠지만, 쓸모있는 대기를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고, 결국은 완전히 얼어붙은 불모지로 바뀌어버렸다. 그러나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것만이 전부일 수는 없다만약 그렇다면 달에도 숲이 있어야 하고, 생명이 살기에 적합해야 한다.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류권 속으로  (0) 2018.03.09
고독한 행성(2)  (0) 2018.03.06
위험한 아름다움  (0) 2018.03.02
땅속에서 타오르는 불  (0) 2018.02.28
충돌  (0) 2018.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