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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

이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고 무뎌진 감성, 저녁 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등 이런 현상이 곧

죽음에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섬이다.

 

누구나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면 자기 나름대로의 소원을 이루어야 하는 것 아닌가한 인간

으로서 가정적인 임무나 사회적 역할을 할만큼 했으면, 이제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은 세월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홀로 남게 마련이다. 세상

올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길 떠나지 않을 수 없다이것이 엄연한 삶의 이고 덧없는

인생사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져야 한다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생활의 도구인

물건에 얽매여 있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 인생은 추하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간에 항상 배우고 익히며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삶에 녹이 슨다깨어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묵혀 두지 않고, 거듭

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어떤 것이 본질적인 삶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삶인가를 순간순간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진종일 일없이 앉았노라니

하늘이 꽃비를 뿌리는구나.

내 생애 무엇이 남아 있는가?

표주박 하나 벽 위에 걸려있네.

(조선시대 함허 득통 선사)

 

중 노릇이란 어떤 것인가하루 스물네 시간 하는 일이 곧 중 노릇이다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간다. 순간순간 하는 일이 곧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상황이 있다남과 같지 않은 그 상황이 곧 그의 삶의 몫이고,

또한 과제다. 다른 말로 하면 그의 업業이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다그때 그곳에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를 일으켜 세운다.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보다 인간적

으로 성숙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자신이 하는 일에 보다 높은 긍지와 가치를 부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사람들끼리는 말 할 것도 없고,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정스님 '아름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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