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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노년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11월의 숲은 성글다.

물든 잎들이 지고

가지와 줄기는 듬성듬성 제 모습을 드러낸다.

 

뜰에 찬 그늘이 내리는 이 무렵이

겉으로는 좀 쓸쓸한 듯하지만

안으로는 중심이 잡히고 아늑하고 따뜻한 계절이다.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고

한가로움과 고요로 차분해진 산중은

그 어느 때보다 산중답다.

숲은 안식과 치유의 장소

이 투명함과 한가로움과 고요가 안식과 치유의 기능을 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모두가 한때일 뿐.

 

초가을 향기를 음미하면서 모처럼 산중의 맑은 한적을 누린다.

 

돌이켜 보니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같은 말을 되풀이 해왔다.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의 늪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이 또한 노쇠현상이 아닐

수 없다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탐구하는 노력을 쉬게 되면 인생이 녹슨다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제대로 살고 있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 같은 것에 주눅들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세상을 의지해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이 지구의 자원을 많이 소비하고,

그 만큼 지구 환경을 오염시킨 것 같다무엇보다 먼저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더미에 짓눌려 헤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우리들 살림살이를 시시로

점검하고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부자란 집이나 물건을 남보다 많이 차지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고

마음이 물건에 얽매이지 않아 홀가분하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 할 수 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별 빛처럼 또렷한 의식을 가지고 그날그날 삶의 자취를 살피고,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세상의 눈으로 자신을 비춰보는 이런 일들을

통해 노년을 아름답게 가꿀수 있다.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에게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에 있음을 잊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