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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허버트 스펜

교육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2)

 

교육학자중 클로드 마르셀은 ‘문법이 디딤돌이 아니라, 완성된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규칙은 실습으로 수집되므로 장기간 사실을 관찰하고 비교하여 얻은 귀납추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규칙은 결국 과학이요. 언어의 철학인 셈이다.  수년간 언어를 구사하고, 시를 써야 비로소 문법이나 운율을 창안해 낸다는 것이다.  문법은 언어가 발달한 후에 확립 되었으므로, 언어 발달전에 문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인류와 개인의 진화에 얽힌 관계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이것이 불가피한 사실이라는 데에 동감할 것이다. 인류는 눈이 가려진 채 수세대를 보내다가 마침내 아이의 관찰력이라는 자율활동에 의미와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과거에는 무의미한 허튼짓이나 놀이나 장난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은 모든 후속 지식의 근간을 이룰 지식 습득과정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철저한 관찰력이 대성을 부르는 기본원리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관찰력이 필요한 사람은 예술가, 자연주의자, 과학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학자도 다른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대상의 관계를 관찰하는 사람이고, 시인 역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자연계의 세밀한 사실을 관찰하는 사람인 셈이다. 수와 도형 및 위치관계를 둘러싼 지식은 본디 실물에서 유츄해낸 결과로, 아이에게 이를 구체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인류가 습득해온 방식대로 아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식을 추상적으로 반복하며 배운들 아이가 명제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전에는 추상이 무의미하다.지식습득을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바꾸겠다는 욕구, 즉 연령별로 좋아하는 지적활동이 학습에 바람직하며, 그 반대도 성립된다는 지각에 근거한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지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각이 적절히 발달해왔음을 뜻한다. 반면에 지식이 발달에 필요하지만 너무 이르게 혹은 소화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면서 지식에 대한 혐오가 생겨났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교육은 물론 모든 교육에 재미를 덧입혀야 할 것이다. 아이가 선천적 욕구를 마음껏 해소해야 한다는 게 마르셀의 지론이다. 그는 '호기심 해소를 통해 지적, 신체적 능력이 발달되어야 한다. 수업은 아이가 지루하다는 의사을 밝히기 전에 마쳐야 한다‘ 라고 했다. 자연이 거부하는 조기 강제교육을 그만두고, 몸과 오감을 키우는 데 몇 년을 할애한다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리고 구두 및 실험수업이 암기식 수업을 대체하고, 규칙을 일러주는 교수법 대신 들과 운동장에서 실시하는 수업을 비롯하여 원리를 가르치는 수업 즉 각론을 다루기 전에는 개론을 보류하는 수업을 도입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필요한 역할을 성취했을때 느끼는 희열이 삶의 자극제가 되는 것은 모든 피조물에 적용되는 자연적 질서다아이가 호기심을 느낄만한 수업주제와 교수법을 선정하는 것은 곧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교육을 삶의 법칙에 적용하는 것과 같다.  페스탈로치는 교육이 정신의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에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자율적으로 발달되는 순서와 각 단계에서 요구하는 지식이 있으므로, 우리가 이 순서를 확인하여 그에 알맞은 지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각 과목을 숙달하려면 점차 복잡해지는 개념을 학습하는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각 과정마다 대응되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은 이러한 동화작용에 따라 발달하므로 복잡한 개념이 머릿속에 정상적인 순서로 자리잡지 않는다면, 이러한 능력이 발달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순서가 정상에서 벗어난다면 복잡한 개념에 대해 관심이 없어지거나 이를 혐오스러워 할 수도 있다.

 

지각이 자율적으로 발달하고 이런저런 정보에 대한 욕구가 필요할 때마다 발생한다면, 또 적시에 정확한 활동을 일러주는 프롬프터가 내재되어 있다면 왜 우리가 굳이 개입해야 하는가? 아이를 자연적인 훈육에 전적으로 맡겨야 하지 않을까? 모든 생명체의 일반적 법칙중 하나는 유기체가 복잡할수록 모체의 보호와 먹이 공급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적용된다. 정신적 양식도 고등동물, 특히 인간도 처음에는 성인에 의존한다. 언어는 주변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베론의 야생아‘에서 알 수 있듯이 야생아의 발달이 중단된 까닭은 부모나 유모에게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은 올바른 것을 골라 올바른 방법으로 요리하여, 올바른 간격으로 올바른 양을 제공해야 하므로, 아동의 정신 또한 못지않게 보살펴야 할 범위가 넓다.  경우야 어떻든 부모의 주된 역할은 발육에 필요한 조건이 지켜지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아울러 부모는 의식주를 공급하되 전체가 제 나름의 순서와 방법대로 발달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