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사회학 (김명숙 등)

막스 베버의 법사회학(김명숙)1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성은 강해졌지만, 소통력은 약해진 전문 과학들은 오늘날 발생하는 탈근대의 복잡한 문제들을 이해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의 실제생활이 통합적으로 일어나고, 사회문제의 근원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 오늘날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학문의 과도한 분과성은 빠른 문제 해결에 장애가 된다. 고전 법사회학 이론가인 베버의 분석은 법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경험적, 통합적 접근의 전형을 보여준다. 법 현상에 대한 경험적 분석기반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법사회학은 역사학이나 경제학적 분석을 또는 정치학적 접근을 두루 이용한다. 베버는 상업자본주의가 한 사업체안에 근무하는 동료들간의 위험부담과 이윤 배분방식을 규제하는 법의 원칙들을 낳도록 하였음을 분석하고 있다. 베버가 살던 당시 독일은 귀족계급인 융커를 통한 산업화와 비스마르크를 중심으로 관료와 군부에 의한 정치적 통일이라는 위로부터의 개혁과정을 거치면서, 봉건주의적, 귀족주의적, 반민주주의적 사회가 형성되는 불균형의 상태에 있었다.

 

베버의 법사회학은 인간의 행위근거로 법을 중심에 두고, 중층적이고 종합적인 다양한 자료들을 총동원하여 그 시대 사람들이 그렇게 법행위를 하였던 근거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종합학문이다. 법률조항이나 법조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하는 법사회학을 의도한다면, 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행위의미는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면서도 정교하며, 주관적이면서도 가치판단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베버는 우선 습관, 인습과 관습을 서로 구분하고, 인습으로부터 유형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고유한 법개념을 규정한다. 일상적으로 되풀이 되는 생각없는 행동들을 습관이라 한다면, 관습은 그것이굳어진 정형화된 것으로 모방의 대상은 되지만, 사회적으로 강요되지 않는 행동들을 말한다. 반대로 주변사람들이 시인을 하거나 부인을 하면서 행위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그것은 인습이 된다. 법 역시 행위자에게 강제적인 행위의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인습과 같지만, 인습은 추종을 강제하는 일정기관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법에는 강제기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보증이 따른다는 점, 따라서 특히 강제기제(법)를 통해 질서를 관철시킬 것을 목적으로 준비된 한 사람, 또는 많은 사람(판사, 변호사, 검사)들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관습법이 타당하다는 것은 규약을 통해서가 아니라, 합의를 통해 타당하게 여겨진 규범을 실현하기 위해 강제기제가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준이란 규범에 대한 행위자들이 가지는 관념을 말하는 것으로, 한 사회관계자가 지속적으로 구성하는 의미 내용을 통해 형성되어진다. 법의 사회학의 분석대상이 된다는 것은 법률조항의 해석적 의미와 현실 적용의 논리적 의미가 아니라, 법을 근거로 실제 행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부여한 살아있는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경험사회 과학적 기본입장이 공준으로서의 법관점속에 담겨있다. 베버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다양한 법행위의 의미이며 특히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행위들이 지니게 되는 핵심가치와 문화의의에 대해 이해하는 작업이다. 베버의 사회학을 이해사회학으라고 부르는 것은 행위자들이 행위에 부여한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고 다양한 인과관계 속에서 경험적으로 확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근대법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특성을 찾아내기 위한 개념화의 작업이 즉, Idealtypus(이데알팁스) 구성이다. (이데알팁스: 연구자가 연구수행을 위해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게 구성한 사유구성물) 베버가 논의하는 합리성은 서구 근대유럽에서 진행된 고유한 합리성이고. 근대 유럽인들의 삶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현상들 사이에 맺어지는 선택적 친화관계의 공통핵심이자 공통분모로서 탈주술화, 일관성, 계산가능성, 생활의 자기 통제성, 예측 가능성이라는 내용으로 구체화된다. 법의 합리성 역시 일정한 원칙을 준수

한다는 의미로 재해석 된다.

 

일반화란 개별 경우들을 결정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들을 하나 또는 다수의 원리에로 환원하는 것을 의미하며, 체계화란 분석에 의해 형성된 법적 구성물들을 종합하는 작업을 말한다. 즉 일반화란 법적 명제들을 만드는 과정이고, 체계화란 그렇게 만들어진 법적명제들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고 모순 없으며, 원리적으로 결함이 없는 규칙의 쳬계속으로 결합시키는 것이다. 형식적 비합리적인 법의 경우 형식주의는 주술의 절차 때문에 비합리성은 계시의 속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반면에 실질적 합리성에서 실질성은 윤리적, 정치적, 감정적인 법 외부의 가치들이 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합리성은 그렇게 적용되는 법창조와 법적용과정이 일관된 틀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경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나타나게 된 행위의미 이다. 반면 합리적인 법이란 일반화와 체계화의 과정을 거쳐 법 창조와 법발견의 과정이 계산할 수 있는 행위지침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법을 말한다.

 

합리화란 신이나 자연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오늘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차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알고자 한다면 알지 못할 바가 없다. 그러나 원시인이 처한 삶의 조건은 독립적인 힘으로 다가온다. 그는 그 힘을 경외하거나 숭배할 수는 있어도 구성 원리를 꿰뚫어 볼 수 없고, 지배한다는 것은 더 힘들다. 법 합리화도 같다. 원시시대에 던져진 주술적인 판결들은 인간의 지적통제에 종속되지 않는다. 신의 판결이나 계시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적 교리일뿐 이유를 알수 있다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법의 합리화란 이해할수 없는 권력의 선포로 법질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인간의 수단으로 법을 만드는 역사적 과정을 의미한다.

 

원시적 법질서에서는 절대적으로 신성한 법에 대한 해석이 노인들, 씨족장로, 주술사, 제사장 등에게 맡겨져 있었으며, 이들이 지니는 카리스마적 권력에 의해 계시의 형태로 법이 집행되었다. 점차 씨족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정치공동체나 화합이 결성되어 권위자들의 영역이 강화 되는 단계에 이르면, 이 집단들이 행정이나 사적 협정부터 규범에 대한 해석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단계에 이르면 법의 계시가 이들 집단들간의 합의로 대체된다. 권위자들이 법적권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는 극적 계기는 대부분 전쟁이라는 권력 재편성 기회이다. 전쟁이라는 위기가 닥치면, 신성함과 전통이 의미를 잃고,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절대명령에 따라 대권과 군사적 정치공동체의 영향력이 확대 되면서 법합리화를 향한 압력이 가중된다.

 

종교적 권력이 법을 수중에 두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경우에는 법이 실질화 된다. 가산적인 법의 경우에는 가산 군주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법의 모습이 이원화 된다. 법적권리가 개인의 재산처럼 양도 대상이 되고, 특권층의 주관적 권리를 법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직관적 형식적인 법이 만들어진다. (가산제란 베버의 지배유형중 전통적 지배에 속하는 것으로, 지배자가 개인적인 행정간부를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빙식으로, 지배자가 행정수단을 완전히 소유할 경우에는 가부장적 가산제이며, 그 극단은 군주제이고, 행정수단의 전부 혹은 주요 부분이 행정간부에 의해 좌우될 경우 신분적 가산제로 그 극단 사례는봉건제를 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