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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회학 (김명숙 등)

법사회학이란 무엇인가? (이상수)

21세기 한국사회는 더 이상 일국 경계에 한정된 사회가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변화와 맞물린 다국적, 혼합적 변동의 중심에 놓이며, 변동 요인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풍요사회의 내부역학을 파헤치고 시민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권력의 양지와 음지를 날카로운 분석기제와 생생한 언어로 조명하는 것은 사회학의 정체성을 려내고자 하는 이 시대 사회학자들의 가장 중대한 과제이다. 사회학은 언제나 시민들이 발딛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기획을 들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실천적 학문이다. '법사회학'은 간단히 사회적 맥락 속에서 법현상을 사회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라고 정의할수 있다. 사회적 맥락속에서 법현상을 사회과학적 시도를 처음 시작한 학자로는 막서 베버, 뒤르켐, 마르크스 등이 있다. 인간사회 일반을 이해한다고 하는 보다 넓은 사회학적 문제의식의 연장에서 법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법사회학적 연구성과를 냈다. 법사회학은 제반 사회과학으로부터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법을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를 포함하게 때문에, 그 내용이 무척 방대하다.

 

해석법학은 문자 그대로 법률 텍스트의 해석을 통해 현실에서 효력있는 법규범을 발견하고 체계화 하려는 법학이다.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률 텍스트는 국가가 제정한 제정법이 중심이다. 판례도 사법부에 의한 결정이라는 의미에서 국가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석법학자들은 법과 도덕을 엄밀히 구분한다. 이들은 법이 도덕질서나 자연법에 근거를 갖는 것이 아니고 '주권자의 명령'이라는 사실 자체에 의해서 법으로서의 자격을 가진다고 본다. 이들은 오로지 합법적 절차에 의해서 제정된 법의 객관적 의미 해석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며 도덕적, 종교적 가치관이 법적판단에 개입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법해석학은 객관적 법규범을 고수함으로써 권력 행사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을 통제했고, 사법적측면에서는 판사의 주관적 법해석을 배제함으로써, 근대 자본주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는 사회경제적 요청에 부응했다. 판결을 염두에 둔 해석법학은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급변하는 사회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존 국가법을 수동적으로 해석하는 이상의 법학 방법론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법은 순기능 뿐만 아니라 억압 기능과 정당화 기능이라는 역기능도 그에 못지않게 수행한다는 것이 명백한 이상, 국가법을 도그마틱하게 해석하기만 하는 법해석학으로는 만족할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법사회학은 법해석학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탈출구였다. 법사회학자들은 사회학적 뿌리를 갖고 대체로 사회 전체에 관심을 가지며 이론적 접근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법학적 뿌리를 갖는 법사회학자들은 대치로 법학과 법의 완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으며 실용적 관심이 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맥락속에서 법현상을 사회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법사회학이라고 했을 때, 법사회학의 대상은 법현상을 정의하는 문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법사회학에서 법현상이라고 할 때 그것은 대체로 제정법과 판례 등 법규범 자체,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분쟁이 취급되는지 등 법적절차, 법원, 검찰, 경찰 등 법운영기구, 법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를 의미하는 법문화를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거시적 차원이란 법과 사회의 관계에서 법과 법제도,  그리고 법기구의 생성과 그 기능을 탐구하는 것이고,  미시적 차원이란 법기구 자체의 적용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법사회학의 연구방법에 관한 논의는 다차원적이다. 뒤르켐 처럼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마르크스 처럼 사회갈등론의 시각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연구자가 어떤 패러다임에 입각할 것인지는 연구대상 및 연구자의 세계관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알려진 여러 패러다임을 보면 기능주의, 갈등론, 사회진화론, 상징적 상호작용론, 구조기능주의, 페미니즘, 비판적 인종이론 등이 있다.  거시이론 연구에서는 대체로 역사적 방법이 주로 활용 되었다. 이는 “사실의 구성을 통한 일반화 과정, 사회적 법칙성과 가설 설정을 통한 분석틀 형성, 이를 통하여 법과 사회관계에 관한 역사적 발전 법칙을 정립하고, 그 법칙에 입각하여 현재의 법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의 법사회학 학계에서 대부분의 연구는 개별적 사안 차원의 법이론을 추구했다.  이는 사회 내의 특정 법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서 경험주의적 방법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경험에 근거하여 여러 사실을 관찰하고, 관찰된 사실을 정리하고, 여기에 기초하여 경험적 사실 상호간의 관계에 관한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경험적 사실을 통해 검증하며, 이러한 절차를 통해 다시 보편적 경험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법사회학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법학이 추구하는 것과 서로 상이하다. 1908년 브랜덴이스가 여성노동시간에 대한 주법의 규제가 합헌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하여 1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 대부분은 법률적 주장이 아니라, 장기노동이 여성의 건강, 안전, 도덕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각종 자료들로 채웠다.이 서면은 사회과학의 성과를 법률문제 해결에 이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법리논쟁에 사회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났다. 사회적 맥락속에서 법현상을 사회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이론화 하는데 관심이 있다기보다 사회과학적 방법과 성과를 법집행이나 입법활동에 실용적으로 이용하는데 관심이 집중되었다.

 

왜 법사회학인가?

 * 법은 너무나 중요하여 법률가들에게만 그것을 맡겨둘 수 없다. 기존 법률가와 다른 관점에서 깊이 있는 이론적 이해, 그리고 거시적 이해를 도모하는 사람에게 법사회학은 유력한 대안이다.

* 실정법학의 폐쇄성을 절감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법사회학은 하나의 대안을 제공한다. 법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생성되고, 사회적 매락속에서 기능을 한다고 본다.

* 실용학으로서의 법사회학에서 보았듯이 법사회학은 현행 실정법을 운영하고, 완성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도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