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사회학 (김명숙 등)

막스 베버의 법사회학: (김명숙)2

절대군주는 관료를 통해 행정적 지배의 합리성을 확보하고, 재판과 행정에서 신분세력, 토지귀족이 가지는 특권을 제거하며, 부르주아를 통해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하려는 이해관계가 있었고, 이를 위해 형식적 합리적인 법이 필요하였다.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와 욕구는 신분제에 기반을 둔 가산제적 법이라는 직관적 비합리적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고정자본과 합리적인 자유로운 노동조직을 갖추고, 사적 소비자의 행위를 지향하는 영리적 기업은 사법과 행정, 그리고 세금부과에 있어서 계산 가능성을 교란하는 비합리성에 대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주와 부르주아의 이해동맹은 서구 근대법의 법 합리화를 촉진시킨 중요한 추진력이었다. 계산 가능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법의 안정적 형식에 대해 이해관계를 공유한 이러한 세력들이 형식논리적 이며, 합리적인 법을 직접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사회적 명예와 특권의 분배방식을 통해 생활태도와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신분집단이며, 특유한 전문가라고 베버가 표현한 전문법률가들의 발명과 협력을 거쳐야 비로소 가능했다.

 

법전문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법 이념이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사회분쟁 해결의 자율적 기술로서 법이 정립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법 적용이 법 외부의 세력이나 가치들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서구 유럽이 로마법을 계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형식합리적인 법의 기본틀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논리적 법훈련을 학습한 법전문가들이 생산되었고, 자연법이 여러가지 이유로 힘을 상실하였으며, 교회법이 세속법에 대해 엄격한 이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는 배경을 기반으로 형식합리적 법이 형성되었고, 절대국가와 행정관료 그리고 신흥 부르주아 권력들이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행정적 이해 관심에 띠라 이를 발전시키면서 서구 근대의 형식합리적 법은 기틀을 굳건히 하게 된 것이다. 경제적 행위의 계산 가능성과 예견 가능성은 안정적 거래를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이다. 이와 같은 근대 자본주의의 핵심기제인 보편적 시장은 합리적 규칙에 따라 예견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법체계를 전제로 한다. 법 내부의 논리를 통해 운용된다는 점에서 행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상업적 거래를 맺는데 안정된 규칙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노동자와 자본자를 주관적 권리를 가진 대등한 인격체로 법적으로 취급함으로써 법적 계약의 동등성을 부여하였고, 법인과 같은 자본주의적 기업행위 주체를 법적 실체로 인정함으로써 경영상의 이점을 제공하였다.

 

영국의 법률가들은 부르주아 계급에서 일어나는 경제적인 문제들을 법적 측면에서 해결해줌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제국법원에서 행해지는 부르주아와 지배계급의 내부충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형식적으로 재판하고, 대중들의 일상적인 소송과 범행을 다루는 치안판사의 재판은 상당히 비형식적이고 실질적이며, 비합리적인 성격을 지녔다. 변호사를 고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재판을 스스로 거부하였으며, 자본가 계층의 부를 증진시키는데 일면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 자본가들의 문제가 적절하게 목적-수단의 합리성에 준하는 방식으로 경험적으로 해결됨으로써, 그때그때 적절하게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영국 자본주의의 성숙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베버의 이해사회학현실이 놓여있는 특수한 의미와 인과관계를 해명하는 작업이고, 법사회학 역시 그에 속한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결정론적 법칙을 만들어 그것을 현상 전체에 적용 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법이 그 나라의 경제적 조건과 친화성을 맺는가 하는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특수한 상황에 따라 다를수 밖에 없었다.

 

서구 근대법은 형식성의 차원에서 고도의 합리성을 발전시킨 법이지만, 그 속성 자체 때문에 가장 발달한 법은 될 수 없었던 쇠우리iron cage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법 때문에 불편했다. 전문가들만이 알 수 있는 법으로부터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점차 소외되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법행위의 계산 가능성을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계약의 자유와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여 경제적 거래를 활성화 하고자 하였지만, 현실적 경제적 불평등에 형식합리적 법이 눈감음으로써 사용자들만 이롭게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다형식적으로는 평등 하였지만, 실제에 있어서 그들이 가진 권력 차이를 법이 조정하지 못함으로써, 불평등과 부자유를 확대 하기에 이른 것이다. 형식합리적법의 한계와 딜레마를 극복하기위한 시도들은 어떤 집단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났을까? 형식합리적 법으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데 불이익을 절감한 세력들, 즉 형식합리적 법의 문제점을 절실히 느낀 법이데올로기스트들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들은 공평한 분배나 노동의 평등가치 실현, 인간의 존엄과 형제애 등 실질적 정의를 법이 수용하여 보다 현실에 적합한 입법과 판결이 내려질 것을 요구하였다. 법률 자동기계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생각을 가진 법률가들이 중심이 되어, 재판관 역시 법창조 활동을 할 것에 대한 요구가 자유법 운동 등으로 법실무자 내부에서도 제기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