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 수치심

창피함

 우리를 언짢게 만드는 창피함이라는 감정에도 과연 유익한 점이 있을까? 우리는 창피할때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고 있으며,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는 뜻을 전달한다. 따라서 창피함은 사회 질서유지에 기여한다. 창피함을 우리에게 어떤 사회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못했음을 깨우쳐 준다. 창피함은 죄책감, 수치심, 자부심과 더불어 자의식적인 감정에 속한다. 창피함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이므로 감추고 싶은 모습이 폭로되는 느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 실수든 의도든 잘못된 행동을 한데 대한 후회의 느낌을 준다. 창피함은 낯선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강한 불안감인 사회불안과 관계가 있다.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고, 시선을 피하는 등 창피함과 사회불안은 비슷하게 표현된다. 청피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았는지, 기분을 풀어주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거나, 창피한 행동이 남들에게 발각 되었지만 살피려고 사람들의 표정, 특히 눈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흥미롭게도 몸과 뺨주위 혈관의 수용체가 팽창하는 원인은 사회적 위협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할까 두려워 창피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창피함을 느낄 때 사람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따지고 보면 창피함도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잘못을 저지른뒤 창피해 하는 사람은 쉽게 호감을 사고, 잘못을 용서받으며 신뢰를 얻는다. 결국 창피함은 우리가 좋은 평가를 받게 도와 주는 셈이다. 우리는 창피한 일을 저지르고 나서, 다른 사람들도 전부 우리처럼 그 일을 계속 되새길 거라고 착각하곤한다.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조명효과'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모습이나 행동을 자기일 만큼 신경쓸 거라고 과도하게 염려하는 경향을 말한다. 자신의 창피한 행동을 당당히 인정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창피함은 사회기준에 맞게 처신하지 못했음을 경고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민망하고,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을 주며, 후회를 불러일으킨다. 창피한 행동을 저질렀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란다. 일부학자들은 창피함을 강도가 약한 수치심이라고 본다. 수치심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따르는 감정이다.

 

 수치심

 수치심이 얼마나 끔찍한지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감정을 해소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수치심을 안겨준 대상을 애써 잊으려 하거나, 수치심을 억누르려고 상황이나 사건을 왜곡하기도 하고, 자신의 수치심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우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릴 때, 자신의 수치심이 떨쳐지기도 한다.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사람은 실제로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까닭은 자존심이 낮아서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오히려 자존심이 강하고 수치심을 쉽게 느끼며, 자신의 실수나 결점이 알려질까 두려워 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의식적인 감정인 수치심은 남들이 눈치 채든 못채든 스스로 무능하고 부족하다고 여기며, 치욕과 후회를 느낄때 찾아온다. 수치심이 일면 자신의 존재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다. 수치심에는 사회적 기능도 있다. 수치심을 느낄거라 예상될 때에 사람들은 충동적인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자제한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 사실을 금방 인정하거나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지만, 수치심을 느낄 때는 자기 입으로 떠벌리는 경우가 드물다.

 

수치심을 느낄 때 자신이 저지른 행동과 인격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다른 것과 비교해 스스로 열등하다고 느낄 때, 감추고 싶은 비밀을 남들에게 들키거나 지능, 외모, 능력 등이 모자라 보일까봐 걱정할 때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요컨대 사건이나 상황 자체보다 그 사건과 상황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이 경험하는 분노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과 같아서, 우리의 의식에까지 지배의 손길을 뻗친다. 학자들은 수치심이 고통스럽고 파괴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신 표현된다고 보았다. 분노를 표출하면 비난을 외부로 돌려 내부에서 느끼는 열등감을 숨길수 있다. 실패가 두려운 이유는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우려는 성공을 제촉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무기력감과 수치심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패의 두려움은 사실 두려움이라는 감정과는 별 관련이 없고, 오히려 불안이나 수치심에 가깝기 때문에, 이름이 잘못 붙었다고 봐야 한다. 목표달성에 실패할 경우 느낄 굴욕감을 피하고 싶다면, 이를 악물고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이 느껴질 때 바로 체념해 버린채,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노력을 그만두는 것 역시 실패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수치심은 자기인식 영향을 주지만, 자기인식 역시 우리가 속한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원인이 무엇이든 수치심은 자기인식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치심을 느낄 때는 질투, 화, 분노, 불안 등은 물론이고 슬픔, 우울, 결핍, 고독, 공허감 같은 감정도 나타날 수 있다. 수치심이 위험한 이유는 이 때문 이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수치심의 원인을 찾을 때도 한 사람이 처한 환경과 현재 관심사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수치심에 빠졌을 때는 자부심을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면서 거기에서 빠져 나오려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 때문에 수치심을 느낀다면, 절대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말자. 그리고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수치심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자.

 

수치심은 어딘가로 숨고 싶을만큼 강렬한 자의식이며, 자아전반에 결함이나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감정이다. 우리가 두려움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은 사실 실패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 그 실패가 가져올 수치심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의 의욕과 열정을 자극하며, 비참한 기분을 파하고자 목표달성에 집중하게 하는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