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두려움이 생기면 우리는 겁을 먹는다. 이는 우리를 해칠만한 위험이 닥쳤으니 당장 자신을 보호하라는 경고다. 진화과정에서 두려움은 포식자 등의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니 위험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 덕분에 인간은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을수 있을 테니 말이다. 두려움은 생존뿐 아니라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동물들이 위협을 받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을 말한다. 동물들은 위험이 닥치면, 같은 자리에 머물러 싸우거나 위험을 피해 달아난다. 하지만 동물이나 인간이 위협을 느낄 때 취하는 다른 반응도 있다. 제자리 멈춰 서거나 죽은 척 하거나, 꿈쩍 않고 얼어붙기도 한다. 또한 몸싸움 대신 소리를 지르는 투쟁반응이나 남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틀어박히는 도피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두려움이나 감정은 그 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두려운 상황에 있을 때 우리의 뇌와 몸은 빠져나갈 방법을 찾고자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작은 비행기를 탔는데 조종사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엔진이 고장났다고 상상해보자. 자신의 생명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두려움이란 감정은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으라고 우리를 재촉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도하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려 애쓴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 죽음의 공포, 오염공포, 비행공포, 재난공포, 실패 공포는 모두 공포라는 말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사람들은 두려울 때 회피행동을 보이지만, 불안할 때는 잔뜩 경계하돼 상황을 피하지는 않는다. 두려움과 불안은 구분하기 어렵다. 한가지 차이점은 앞으로 닥칠 위협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갖추게 하는 것이 불안의 주된 역할인 반면, 두려움의 목적은 눈앞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두려운 경쟁상대를 만났을 때는 방어적인 전략으로 바꾸기보다 평소 전략을 고수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어떤 일을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두려움을 떨치려 노력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그 일을 포기하고 자신을 보호하는게 나을까?  과거에 두려움을 주었던 대상을 여전히 두려워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현상이다. 위험한 사건을 겪었을 때 느낀 감정이 현재 되살아나는 증상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라고 한다.

 

하지만 예전 경험때문에 품게된 공포를 극복하고 싶다면, 그 활동과 관계된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 활동을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따져본 다음 서서히 시도하는 것이 좋다. 어떤 활동을 할 때 불쾌한 감정만 느껴진다면, 차라리 다른 활동을 찾아보는 편이 낫다. 다만 두려움이 없다면, 자신을 보호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두려움은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다. 두려움은 우리의 신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불안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반응인 반면, 두려움은 실제로 닥친 위험에 대처하거나 회피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누구나 창피를 당할까봐 근심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럴때 느끼는 감정은 창피함이라기보다 창피함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