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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존중받고 싶은 욕구

질 낮은 물건의 사용은 다른 사람들과 당신을 비교해 당신의 가치에 등급을 매긴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소유한 것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비교 되느냐이다. 가난한 사회에서 자동차는 아무리 낡아도 가치있고 부러움을 살만한 재산이다. 하지만 부유한 사회에서 낡은 자동차는 빨리 팔아치우고 싶은 물건뿐이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스미스는 가난이 부끄러움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필수품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필수품은 한 사회의관습상, 아무리 지위가 낮더라도 품행이 단정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것이 없으면 꼴불견이 되는 그런 물건을 말한다. 날품팔이로 살아가는 노동자라도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셔츠를 입지 않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다. ”

 

정치적 스펙트럼상에서 아담 스미스와 정반대에 있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도 상대성과 사회적 비교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 집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만약 다른 집들도 똑같이 작다면, 이 집은 주거에 대한 모든 사회적 요구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집 옆에 궁전이 하나 들어선다면, 이 집은 초라한 오두막으로 전락하게될 것이고 ... 집주인은 점점 불만으로 가득차 자신의 집을 비좁고 갑갑하게 느껴질 것이다. ” 빈곤이란 흔히 생활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결핍되거나 부족한 상태를 말하며, 그런 상태에 처한 사람을 빈민이라고 한다. 빈곤선이란 빈곤이라는 상태를 지표화 해서, 한 사회에서의 빈자와 비빈자로 나누는 기준을 말한다. 대체로 최저 생계비보다 소득이 낮은 경우를 '절대적 빈곤상태'라고 말한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관계가 피폐해진다'는 것과 인간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연결해준다. 어떤 의미에서 가난한 젊은 사람들이 사람을 노려보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방어하는 방식이기도 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존중해야 하고,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강력히 표명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지위와 존중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감정론’에서 아담 스미스는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는 경제활동의 주요 원동력이며,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부를 축적한다'고 말했다.

 

‘명품열풍’의 저자 로버트 프랭크와 ‘과소비 하는 미국인’의 저자 줄리엣 쇼어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관심이 소비를 부추긴다'는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1980년대중반부터 1990년대중반에 수집한 자료를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희망 소득이 두배로 뛰었다. 이 모든 현상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비교가 심해지면서, 소비에 대한 압력이 증가한 결과이다.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부유해지기를 소망할 뿐이다’ 지배-종속의 위계질서 안에서 가장 비열한 상황은 사람들이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우월함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자기가 더 낫다고 주장하기 위해 차별점을 만들어 낸다. 서열체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방법을 고안해 왔다.

 

일반적으로 상류층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예술, 책은 단순히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라, 쉽게 감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섬세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더욱 세련 되고 심미적인 감수성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을 본래부터 고상한 사람으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류층의 고급 취향이 사회적으로 구성될 때,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하류층의 심미적 취향은 고급 취향의 반대 개념을 제공해 주기 위해 싸구려 취향으로 전락해야 했다. 가난하지만 유식하고, 유쾌하고, 관대하게 보이고 싶다면, 자신을 무식하고, 투박하고 눈치없는 사람을 만드는 부유하고, 학벌좋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다. 부자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으려면, 행동인 옷차림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줄여야 한다. 데이비드 핼펀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소수자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적은 지역에 살 때, 정신건강이 나빠진다.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살면, 정신적 문제에 빠질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프리지니와 스피어스는 텍사스 지역에서 서로 다른 인종집단들이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을 조사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흑인과 히스패닉이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백인보다 높았다. 물론 같은 집단 출신의 사람들이 드문 지역에 살 때, 건강이 더 안좋아지는 이유는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줄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구별짓기와 불평등이 인간의 건강을 어떻게 악화 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경로일 뿐이다. 소득격차가 크고 가난한 사람들이 불리한 지역일수록, 사회적 편견이 뚜렷하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발적 결사체의 요직들이 자신을 위한 자리가 아니며, 그런 모임에 참여했다가는 바보가 되거나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편견이 강하다는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이 선거에 후보자로 나선다 해도 선출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내가 너무 뚱뚱하고 지루하거나, 촌스럽고 우둔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근심하면서 사회적 공간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사회적 천대 받는 소수자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 이런 근심을 더욱 증폭시키리라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곧잘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따돌림 당했다거나 무시당했다고 느끼며, 고통스러워 한다.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낄 때 자존감은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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