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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폭력과 불평등

당신에게 타인은 지지나 위안을 주고 자아실현을 돕는 존재인가, 아니면 계속 경계해야 할 긴장과 불안의 온상인가?  불평등이 심해지고, 사회적 삶이 더 각박해지면 타인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이 늘어나게 된다. 소득불평등은 한 사회의 사회적 거리감, 권력격차, 사회구조가 얼마나 위계적인지, 그 사회의 사람들이 사회적 우열에 따라 얼마나 심하게 계급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하고도 간단한 지표이다. 불평등과 폭력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 그것은 단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을 말하는것이 아니다. 물론 혁명적 사회에서는 부자와 빈민사이에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상적인 폭력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은 빈곤지역이다. 낮은 사회적 지위가 가져온 이런 결과를 덮어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적 지위가 그 희생자인 빈민들에게 미치는 위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오히려 희생자를 오해하거나 비난하게 될 위험이 크다. 이외에도 불평등과 폭력의 관계를 모호하게만드는 정치적 장애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하는 제도적 폭력과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직접적인 폭력을 하나로 취급해서, 폭력이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불평등은 대체로 그 정의상 빈민들의 희생으로 부자들이 이익을 챙기는 제도적 폭력을 말한다.  이에 간디는 '빈곤을 가장 악질적인 폭력'이라 불렀다.

 

폭력에 대한 문헌을 검토해 보면 폭력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으며 체면이 깍일 위험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폭력발생 이유에 대해서 연구하는 제임스 길리건은 하버드대학교 폭력 연구센타 소장으로 있다. 길리건은 '존중의 상실'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강조한다. “ 내가 만난 교도소 수감자들은 ‘왜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했는가?’라는 질문에 언제나 ‘나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거나 아니면  ‘내가 찾아가는 것을 멸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 내가 지금까지 본 심각한 폭력행위중에서 모욕감, 굴욕감, 경멸감에서 출발하지 않은 것은 단 한번도 없다. 모든 폭력행위는 체면손상을 막거나 회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지위와 존중은 사회가 불평등할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더많은 하층민이 재산, 직장, 집, 자가용 등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자 타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재화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들은 이것을 못가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깔보고 열등하게 취급한다고 느끼면서, 타인의 행동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심과 존엄성을 방어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하층민들은 자신이 변변치 않고 열등한 인간으로 취급되는 것에 맞서기 위해 싸움에 휘말린다. '존중을 받기 위한 투쟁'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며, 폭력은 지배의 표현이다.

 

직접적인 폭력을 부추기는 '제도적 폭력'이란 알고 보면, 사람들이 계급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자신을 깔보는 것처럼 보인다는 느낌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사회적 존립을 위협하는 강력한 폭력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당한다는 느낌은 참기 어려운 고통과 분노를 자아낸다. 폭력은 사회적 지위가 크게 차이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자신과 서열 차이가 큰 동물과 싸우는 것은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아도 결론은 뻔하다. 서열이 낮은 개체가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개체와 싸우는 것은 쓸데없는 목숨을 거는 위험한 짓일 뿐이다. 따라서 갈등은 거의 동등한 개체들 사이에 주로 일어난다. 우리 모두는 사람들이 자신과 동급으로 여겼던 누군가가 거만해지거나 잘난척 했을 때, 그 사람에 대해서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을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줄 아나봐, 우리보다 잘난건 하나도 없는데' 이때 우정은 금새 분노로 돌변한다.

 

우리는 낮은 사회적 지위, 상대적인 가난, 업신여김 등이 자기 존중감에 상처를 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있다. 하류층들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면서 걸핏하면 무시당했다고 불평하는 것뿐이라고 비난한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열등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 그들이 무시를 당해서라기보다 그들이 잘못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문제의 원인을 굴욕감으로 느끼는 차별적인 사회적 구조가 아니라, 차별받는 개인의 잘못으로 돌려버린다. 자기 존중감을 측정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질문은 로젠버그 '자기 존중감 측도'이다. 응답자들은 다음 10개 항목에 답한다.

 

* 대체로 나자신에 만족한다.

* 가끔은 내가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나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못하는 일이 있다.

* 나는 자부할 만한 점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 나는 가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느낀다.

* 나는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 나 자신을 더 존중했으면 좋겠다.

* 어쨌든 나는 실패자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 나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생활속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도전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무언가에 대항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고 믿는다.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지속적이 공격에 맞서서,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삶을 산다. 자기 존중감은 존엄, 인격적 가치, 열등함과 우월함, 사회적 지위와 지배라는 중요한 문제들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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