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폭력과 수치심

길버트와 맥과이어는 어떻게 ‘ 수치심과 분노가....공격성으로 바뀌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치심을 분노로 감추는 행위는 종종 남성이 폭력을 휘두르는 전형적인 이유이 체면치레’에서 찾아볼수 있다. 분노는 자신을 향한 공격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게 되었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처방법이다. 자부심은 상대방에게 존중받을때 생기며, 수치심은 존중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치욕스런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폭력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운 것으로 인정하면서 주눅이 들수도 있다. 겉보기에 소심함과 폭력은 매우 다르게 보이지만, 이들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도전과 위협에 반응하는 두가지 대응방식일 뿐이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 앞에서 종종 주눅이 들거나 소심해지는 이유는 사회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에머슨이 말한대로 ‘개별 인간은 인류의 방대한 서열체게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정확한 등급을 눈동자에 새겨놓고 있다. 그리고 상대의 이런 표식을 읽어내도록 계속 배운다'.  싸우거나 도망갈 필요가 있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몸의 에너지가 근력을 발휘하기 위해 동원된다. 이와 함께 수많은 다른 변화들도 일어난다. 그중에서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인 피브리노겐의 수치가 높아지는 변화도 있다. 불필요한 혈액응고는 관상동맥을 막가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말단 공무원들은 고급 공무원들에 비해 관상동맥 심장으로 사망할 위험이 네배나 높게 나타난다. 물론 피브리노겐 수치의 차이는 관상동맥 질환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관상동맥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의 노인들에게 혈액농도를 낮추는 약물이 널리 처방되고 있는 것처럼, 혈액응고는 관상동맥질환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혈액이 응고 되는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고 충분한 사회적 지지가 부족한 환경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듯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긴장은 우리의 정서적 안정에 지속적이고, 우선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는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사회적 지위격차가 혈압이나 혈압응고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사회적 지위가 우리의 피부 아래로 침투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왜 인간들은 자신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상황에 취약하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만약 인간에게 종속적인 지위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없다면, 지배-복종의 위계질서는 끊임없이 갈등만 낳게 될 것이다. 서열이 낮은 동물이 위험하고 패배할 것이 뻔한 싸움을 피하기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적 열등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드러내야 한다. 의기소침한 사람들은 자신을 보잘 것 없고,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비하하는 특징이 있다. 만약 이런 사고방식이 결코 이길수 없는 분쟁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런 특징은 생존전략이 될 수도 있다.

 

동물의 내분비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종종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세로토닌을 사회적 지위 호르몬 이라고 불렀다. 사회적으로 열등한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는 난폭한 사람들이 비폭력적인 집단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는 증거도 있다. 임상심라학자인 길버트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패배감, 무시 당하는 느낌, 좌절감, 상실감 등을 언제 느끼게 되는지 목록을 만들었다. 패배감이나 경쟁에 실패했다는 느낌은 직접적인 사회갈등에 연루되었을 때만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가정사에서부터 직장에서 승진에 실패한 경험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가치평가의 영역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수 있다. 길버트가 언급했듯이 낮은 자존감은 사회적 비교를 통해서 형성된다. 우울증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는 자기인식이다. 극빈지역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폭력사건 발생율이 매우 높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10대임신이나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10대임신은 폭력과 마찬가지로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다. 사회적 갈등이 많은 공격적인 사회에서 무슨 일이 잘못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을 비난한다. 그러나 사회질서가 안정되고 도덕적 권위가 높은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탓한다. 사회적 위계질서가뚜렷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갖게 되는 수치심으로부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더욱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과관계  (0) 2015.11.09
존중받고 싶은 욕구  (0) 2015.11.05
폭력과 불평등  (0) 2015.11.03
건강과 불평등  (0) 2015.11.02
사회적 감정  (0) 201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