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손은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운동기관인 동시에 감각기관이기도 하다. 촉각은 어둠속에서 시각을 대신할 뿐아니라, 다양한 촉감을 구분한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인간의 두 팔은 자유로워졌다. 인간의 손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특이한 구조로 변했다. 인간의 손은 25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58개의 다른 동작을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우선 강한 감아쥐기 동작은 인간이 만들어낸 망치, 삽, 곡갱이, 칼, 창 등 다양한 연장과 무기를 사용하는데 필수적이다. 인간의 촉각기능은 거의 손에 의해 관장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손은 제2의 시각이라고 한다. 영장류중 가장 발달한 인류와 유인원중에서 인간의 뇌가 가장 클뿐 아니라, 심지어 몸집이 큰 고릴라의 3배에 달하는 용량을 보인다. 인간의 뇌가 증대한 것은 대뇌피질이라 불리는 조직의 확대에 의한 것으로 상당부분 설명될 수 있다. 대뇌피질은 뇌의 80%를 차지한다. 대뇌피질은 인간의 기억과 학습, 그리고 의식적인 사고능력을 다른 영장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시켰다.
의식적인 사고란 주어진 자극에 대한 반응을 결정할 때, 잠재적인 반응과 각 반응의 결과를 사전에 고려하고 예측함으로써,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선택은 현실의 검증 절차를 거쳐 기억장치에 저장되고, 이 경험적 지식은 차후에 판단의 비교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인간의 경우 이러한 정보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적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다. 이렇듯 후천적으로 습득한 수 많은 지식과 정보와, 즉 문화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적응력을 크게 제고시켰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경우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 환경에 부합하는 유전적 변이가 우연히 출현하고 또 그 변이가 생식을 통해 번식함으로써, 새로운 적응양식이 종 집단 전체에 정착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유전적 변이의 출현과 번식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세대가 흘러가야 한다. 반면에 인간은 환경이 변하더라도 유전적 변화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적인 사고능력을 통해 경험적으로 다양한 행동양식을 직접 개발해낼 수 있다. 그러한 양식중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가 종국에는 선택되고, 집단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것을 생체적 진화에 대비해서 문화적 진화라고 부른다. 여기서 문화란 인간집단이 후천적으로 습득해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중에 특히 환경적응과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문화적 적응을 통해서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더욱이 이를 위해서 인간은 시각정보를 활용하면서 운동기관, 특히 손과 발에 적절하고 정확한 명령을 즉각적으로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입체적 시각이란 3차원 공간에서 물체의 방향과 거리, 즉 공간적 좌표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의 뇌에 저장하고 있는 정보중 약 90%가 오감중 시각기관을 통해 획득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감각정보에 부응해서 인간은 적절하면서 신속한 운동반응을 내기 위해서 일종의 후천적으로 학습된 프로그램을 뇌 특히 대뇌피질에 마련한다. 흔히 원숭이가 흉내를 잘 낸다고 하지만, 복잡한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은 매우 미흡하다. 오히려 인간이 모방의 귀재이다. 또한 인간의 운동기관의 탁월성은 학습 잠재력을 높인다.
복잡한 악보를 순식간에 읽어내면서 그에 맞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능력이 인간 모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린시절부터 오랜 반복훈련을 통해 일종의 프로그램이 뇌에 형성된 결과이다. 일단 뇌에 프로그램이 형성되면 감각정보에 맞는 정확한 운동반응을 신속하게 그리고 잠재의식 수준에서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학습과 사고는 특히 커뮤니케이션과 사고의 매개체인 언어를 통해 대부분 이루어짐으로써 인간이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했다. 특정한 소리를 위해서는 입술, 치아, 혀 등이 적절한 모양과 동작을 취해야 하며, 공기도 내쉬거나 들이쉬고, 또 코나 입의 경로를 선택하기위해서 횡경막이나 후두 근육이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이렇듯 복잡한 운동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대뇌피질은 어릴 때 이미 최소한의 언어적 자극 환경 아래서 프로그램을 형성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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