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류 진화의 오디세이 (김용환)

진화의 기제2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은 종 분화 과정을 일련의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적응방산이란 어떤 종의 집단이 새로운, 혹은 변화한 환경에 반응해서 다양한 형태의 종들로 짧은 기간에분화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춘 새로운 종이 출현하면, 다양한 지역으로 서식처를 확장하고, 또 새로운 환경의 국지적 차이에 적응한 결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분화된다는 것이다.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은 화석 종들 사이의 진화계보를 잠정적인 수풀bush 모델로 파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합성이론에서는 궁극적인 변이의 생성기제인 돌연변이가 무작위적이며, 진화의 추진력인 자연도태의 주체인 환경 조차 그 변화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진화에는 방향성이 없다고 보았다. 이와 달리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은 생물체의 진화가 진보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물체가 진화하면서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증대하기 때문에 환경으로부터 독립적인 방향으로부터 나아간다고 보았다. 어떤한 생물체도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기 때문에,  아얄라는 생물체의 진보가 환경을 감지하고 통합하며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에 준하여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체 변이를 선택하는 것은 환경이지만,  생물체의 탐구행위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탐구 행위가 진화를 진보의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한다. 생물개체의 탐구 행위가 유전인자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것이지만, 그 결과는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라는 점에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옹호하는 것처럼 들린다. 어떤 종 집단이 환경의 변화나 탐구 행위로 습관을 변화시킬 경우, 이같은 새로운 습관에 부합하는 신체구조 변화를 가져다주는 유전적 변이가 나타난다면, 그 변이는 곧 집단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궁극적으로 행위 습관의 변화가 되는셈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장류는 주로 나무위에서 서식한다. 그러나 영장류의 조상인 포유류는 원래 지상에서 살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나무위에서 서식하던 영장류가 진화한 것일까?  합성이론에 따르면 영장류의 출현은 어떤 포유류의 종집단내에 돌연변이가 생겨나서 나무위를 잘 오르내릴 수 있는 신체가 만들어진 이후 그 변이가 선택되고  또 생식과정을 거쳐 다음, 세대에 확산된 결과라는 것이다. 전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돌연변이를 통해 영장류가 진화할 수 있었다는 관점이다.

 

이에 반해 하디의 관점은 종간 경쟁이 심한 지상의 어떤 포유류 집단에서 특이한 행위를 하는 개체가 있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 행위란 나무위로 오르내리는 습관이었다.  나무위는 먹이가 널려 있고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개체들에 의해 모방되었고, 나중에 종 집단 전체에 확산되었다. 그러나 그런 행위를 뒷받침할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위의 생활은 원활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종 집단내에서 그런 구조에 부합하는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타났고, 그 돌연변이는 종 집단 전체로 확산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포유류인 영장류가 탄생했다. 즉 탐구 행위로 인해 형성된 습관이 우연히 생겨나게 된 돌연변이를 종 분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한 것이다.

 

탐구 행위가 집단내에서 축적되어 내려온 후천적 행위 습관의 전통, 즉 문화가 형성되는 데 주요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문화와 인류의 출현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어츠의 주장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듯하다.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뇌용량에 비해 현생 인류의 뇌는 3배 가량 증대했는데 이렇듯 급격한 뇌의 증대가 문화의 출현에 선행한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의 시작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유전자 변화를 통한 생체적 진화는 문화의 발달과 상호(교호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뇌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증대시킬수 있었을지 모른다. 현생인류의 환경적응은 문화의 발달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진화가 다른 생물체의 진화와 다른 점은 환경적응 및 생존에서 차지하는 생체적 진화의 비중이 급격히 축소되고, 오히려 문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문화적 진화가 인류의 진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건데 인류출현의 과정에서 현생인류의 조상은 일찍부터 후천적으로 습득한 지식, 문화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고, 그 비중은 점차 커졌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 진화는궁극적으로 현생인류의 출현을 가능케 했던 생체적 진화에 상당한 영향을 줌으로써 문화의 원천인 뇌의 용량을 급격히 증대시킬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윈도 1871년 발간한 ‘인간의 계보’에서 인류의 출현을 직립보행, 도구의 제작과 사용, 그리고 뇌의 증대라는 세요소가 상호(교호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았다.

 

'인류 진화의 오디세이 (김용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장류의 출현  (0) 2015.08.26
영장류의 분류와 지질시대  (0) 2015.08.25
손, 뇌의 진화  (0) 2015.08.23
직립보행  (0) 2015.08.21
진화의 기제1  (0) 201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