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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의 오디세이 (김용환)

직립보행

고인류학과 고고학의 자료는 선사시대 인류의 진화와 더불어 그들의 삶의 모습을 알기 위한 단서로 활용된다. 그 자료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일차적 자료는 화석, 유물, 그리고 유적의 세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화석이란 생물체의 신체 전부 혹은 일부가 남은 것, 그리고 그것의 형태가 지층에 각인된 것을 말한다. 신체가 대기에 노출되지 않고 매립됨으로써, 생화학적 부패가 덜 일어나는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화석으로 남는 것은 아니며 보존되는 부위는 주로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된 뼈나 치아에 국한되기 쉽다. 유물은 인간 행위에 의해 변형된 물체로서 운반이 가능한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유적은 인간에 의해 변형된 물체나 환경으로서 대체로 운반이 어려운 것이다. 나아가 유적은 종종 인간의 활동과 더불어 그 당시 주변환경 여건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질적 지층을 지질시대로 구분하거나, 유물의 양식을 표준화 함으로써 문화시대를 구분하려고 했다. 이를테면 지질시대는 신생대, 제4기, 홍적세 전기 등으로, 문화시대는 전기 구석기, 중석기 등으로 구분 했다. 상대적 연대측정법은 절대적 연대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학적 분석기법이 주목할만하다. 일반적으로 뼈는 매립되면서 주변 토양의 화학적 요소를 흡수한다. 화학적 요소에는 불소, 질소, 그리고 우라늄 등이 있는 데 지역적 특성에 따라 그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 방식은 국지적으로만 적용 가능하다.

 

대체적으로 본격적인 절대적 연대 측정은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에서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1949년 윌리암 리비는 고고학적 자료의 유기물 성분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 즉 원자량이 14인 탄소의 상대적 양을 측정함으로써 그것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대기 상층부에는 주로 질소 가스가 있는데, 이것은 태양 광선에 의해 원자량이 14인 동위원소로 변형된다. 이 동위원소가 대기권 아래로 내려와 원자량이 12인 보통탄소와 1:1로 뒤섞인다. 생물체는 이러한 탄소혼합체를 탄소동화작용이나 식물체의 섭취를 통해 유입하기 때문에, 생체에는 원자량 14와 원자량12의 탄소가 1:1 비율로 존재한다. 일단 생물체가 죽으면 더 이상 대기중의 탄소를 흡수하지 않는다. 더욱이 방사성 동위탄소는 서서히 붕괴되어 원자량14의 질소로 변형된다. 물리학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되는 속도를 측정해서 질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반감기라는 수치로 제시했다. 유기질 화석에 함유된 원자량 14의 질소와 동위탄소의 상대적 양을 측정한 후, 반감기 값을 대입하면 그 화석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중성자 가속로를 이용해서 소량의 시료로도 측장 가능하다. 열발광 연대측정법은 연대측정을 위한 시료는 얼마든지 얻을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방법이다.

 

화석은 성별, 나이, 신장 등을 알려준다. 남녀의 형태적 차이는 치아나 두개골, 그리고 골반뼈등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 면 나이는 골간뼈와 골단뼈 사이에 있는 연골이 경골화된 정도로 추정한다. 인간의 경우 태어날 때 300개의 뼈가 있지만, 성인이 되면 206개로줄어는 것도 이런 과정의 결과이다.  인간은 동물계에서 유일한 깃털 없는 직립보행자로 알려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직립보행은 영장류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보유한 특징인 셈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직립보행 능력이 최초로 언제 비롯되었는 지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곧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분리되어 진화하기 시작한 시점을 아는 셈이 된다.  

 

인간의 직립보행이란 발, 다리 , 엉덩이, 그리고 등에 위치한 근육들이 서로 교대로 수축했다가 이완하면서 이동하는 동작이다. 이동과정에서 직립자세는 순간적으로 불안정해 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자세의 균형의 전체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각부위들의 동작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연계되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중 가장 평범한 동작인 활보를 면밀하게 조사한 연구자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골반과 대퇴골, 그리고 발의 특이한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활보는 두발의 스윙 동작이 반복 되면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스윙 동작에 맞추어 대퇴골도 스윙 동작을 한다. 그 결과 골반은 좌우와 상하로 동시에 시소 운동을 하게 된다. 인간의 골반은 직립상태에서 몸 상체의 무게를 지탱하고, 그러한 스윙동작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사지보행자에 비해 옆으로 벌어졌고, 위아래로는 짧게 변형 되었다. 이러한 직립보행 능력은 결과적으로 두손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위시번은 직립보행 능력이 도구 사용과 상호교호적으로 잔화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인간의 직립보행 능력은 무엇보다도 장거리를 경제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적응한 결과이다. 특히 활보는 침팬지나 고릴라의 주먹 사지 보행에 비해 매우 에너지 효율적이며, 또 효과적인 이동동작이다. 

 

캠벨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적인 활보를 통해 인간은 사슴보다 먼거리를 이동할수 있고, 당나귀보다 몸 체중에 비해 더 무거운 짐을 옮길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어떠한 지형도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물과 평지 그리고 산악으로 구성된 삼종 철인경기를 벌인다면, 거기서 완주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인간의 직립보행 능력은 활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변용된 이동동작으로 가능케 했다. 그래서 인간은 천천히 걷거나, 활보를 하거나, 조깅하거나, 진력질주 하는 등 속도를 다양하게 조절하고 심지어 기어오르거나, 두발을 동시에 모아 점프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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