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신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은 어디선가 한번 일어났던 문제들과 항상 직면하고 있으며, 이 모든 문제들은 공동생활의 논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공동체의 요구는 개인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은 어느 한도까지만 그 영향을 수용한다. 공동생활의 조건을 완전히 다 파악 할 수는 없다. 그 조건은 매우 복잡하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늘 변해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동체의 요구에 따르는 것은 기후변화에 맞춰 월동준비나 가옥건조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 공동체나 공동생활에서 얼마나 구속받고 있는지는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여러 제도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의 삶은 먼저 자연적인 요소에 의해 규정되며 그 다음에 사회적으로 규정되는데 이로부터 법과 규율이 생겨난다. 공동체의 필연성은 인간의 관계를 제한한다. 인간은 사회밖에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이룩한 문화에서 비사회적인 삶의 형태는 하나도 없다. 모든 동물의 세계에서 개별적인 생존능력이 낮은 종들은 군락을 이루고 힘을 결집하며,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외부세계에 대처한다. 인류도 이러한 목적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이제 우리는 아주 특별한 조건 속에서만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인간은 집단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필연적일수 밖에 없다. 개인은 노동분화에 참여해야만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노동분화 없이 생존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노동분화를 통해서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공격무기, 방어수단, 다시말해 오늘날 문화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 모든 재화를 보유하게 되었다. 출산의 어려움과 아이의 생존에 필요한 특별한 보살핌, 동물과 달리 많은 질병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를 오래 보살피고 보호하는 것은 혼자의 힘이 아닌 노동의 분화에 의해 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많은 보호가 필요한지 그리고 공동생활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공동체는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해 주는 필수조건이다.
자연의 관점에서 불 때 인간은 열등한 존재다. 위축과 불안감으로 표현되는 열등함은 인간의 의식속에 늘 존재한다. 이것은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도록 자극하였고 자연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열등한 위치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인간의 정신은 적응과 안전을 도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면서 예측하는 능력을 개발하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기관 즉 정신을 발달시켜 왔다. 이러한 적응과정에서 사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므로 인간의 정신은 처음부터 공동체의 여러 조건들과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능력은 사회생활의 토대 위에 개발된 것이며, 인간의 모든 사고는 공동체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공동체가 낳은 또 다른 주요한 산물이 언어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은 그 보편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하다.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도 미와 선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성, 논리, 윤리, 미학과 같은 개념이 인간의 사회생활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들은 문화를 수호하기 위해 개인을 연결시켜주는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인간의 의지도 이러한 상황에 의해 설명된다. 의지란 부족함을 느끼는 감정이 충분함에 도달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과정을 상상하고 느끼고 행하는 것이 의지다. 모든 의지는 부족함, 열등함에서 비릇되며 포만과 만족 그리고 충분한 가치가 인정되는 상태로 이행하려는 강박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정의라고 부르는 것이나 지고한 인간성으로 간주되는 이러한 것들은 다름 아닌 인간사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구현한 것이다. 바로 그러한 것들이 정신기관을 형성한다. 그래서 신뢰, 열린 마음, 진리, 그리고 이와 유사한 것들은 공동체의 보편적 원칙에 의해 제기되고 지켜지는 미덕이 된다. 우리는 오로지 공동체의 관점에서 좋은 성격인지, 나쁜 성격인지 판단한다. 학문이나 정치 혹은 예술에서 이룩한 성과는, 그것이 보편적인 가치를 가질 때 비로소 위대하고 가치있는 것이 된다. 개인의 경우에도 역시 보편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가치있고 유용한 사람인가가 기준이 된다. 공동체감을 키우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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