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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텃밭에서

 

텃밭을 가꾸어 온지 이제 3년차이다. 텃밭은 또 하나의 나의 놀이터이다.

텃밭에서 몇가지 채소를 키워 나름대로 맛있는 밥상으로 보상 받는다.

 

먹거리보다 더 나에게 소중한 것은 채소를 키우면서 느끼는 그 정서이다.

씨를 뿌리면 자라나는 새싹이 신통하고, 비가 오면 쑥쑥 자라는 고것들이

참으로 기특하다. 별로 하는 것도 없지만, 누가 뭐래도 나름 뿌듯함을

느끼는 성취감도 있다.

 

텃밭을 가꾸면서 얻은 깨달음은 "내가 채소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란다"는 것이다. 나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려

애는 쓰지만, 대부분의 경우 때로는 대견하게, 때로는 안스럽게 그냥 지켜볼

뿐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을

자라고, 탄생한 후에 어머니를 인식하고, 또 다른 대상을 인식하고, 대상과

다른 '나를 인식하면서' 비로소 나는 태어난다.

 

나는 내 몸을 빌어 탄생하고, 내 몸은 나를 이용하여 생존하고 유지된다.

내가 잘 성장하려면 내 몸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나의

의지만으로 내 몸은 동작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몸이 동작하도록 도와줄

뿐이다. 어떻게 동작할 것인지의 최종 결정은 '내 몸'이 한다.

 

내 몸이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환경속에서 내 몸이 존재하게 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단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 몸이 주변 환경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 텃밭에서 끊임없이 잡초 뽑고, 메고, 물주고,

거름주듯이...

 

내가 내 몸을 어떻게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내 몸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 몸이 제대로 성숙할 수 있는 환경에

내 몸을 데려다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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