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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들고가게!

용서는 인간의 숙명적 의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어쩌면 그것들은 인간의 일상인지 모른다. 누군가가 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나는 분노한다.그리고 나 역시 죄를 짓는다. 인간이 죄를 짓는 것에 대해 일일히

분노하면, 아마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미쳐버릴 것이다. 이제 적당히 눈을 감고 살자.

죄를  짓는 것이 인간의 일상이며, 용서는 인간의 해야할 숙명적 의무이다.

 

".............위해를 당한 순간의 그 가슴 철렁함은 화가 아니다. 화는 그 이후 생겨나는 의식적인 움직임,

복수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화다. 최초에 움찔하는 느낌은 이성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번째 움직임은 숙고에 의해서 생겨나고, 숙고에 의해서 제거된다.

 

오직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만 있다면, 심지어 자기도 위해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 도랑물이 벌겋게

피로 물든 것을 보고 한나발이 이렇게 말했다. ‘ 아,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그것이 도랑물이 아니라

강이나 호수였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웠겠는가?'  유혈의 참사 속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살육에 친해진

그대일진대 이런 장면에 끌리는 것이 뭐에 놀랄 일이겠는가?

 

현자賢子의 격정이 다른 사람의 사악함에 좌우된다면, 이 보다 더 무기치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만일

현자가 비열한 행위에 대해 항상 화를 내야 하고, 범죄적 행위로 인해 짜증을 내고 우울해야 한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사람일 것이다. 책망해야 할 일이 그의 눈에 띄지 않는 순간이 단 한순간이라도

있을까?

 

어디를 가든 죄 지은자들, 탐욕스러운 자들, 파렴치한들, 방탕아들 그리고 악덕에 편승하여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걸어가야 할 것이다. 상속권을 박탈당한 자식이 아버지 유언에 소송하고, 제 어미를

법정에 세우고, 변호인의 번지르르한 말솜씨에 넘어간 구경꾼이 죄지은 자에게 호의를 보이고, 그들 편에

선다. 많은 대중이 모인 원형광장을 볼 때, 그 사람들의 머릿수만큼이나 많은 악덕이 존재함을 명심하라.

 

군복이 아닌 평복을 입고 있어도 그들에게 평화는 없으며, 자기들끼리 싸운다.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서로를 죽인다. 누군가의 이익은 다른 사람의 손해를 바탕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들은 부자를 증오하고,

가난한자를 경멸하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원망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괴롭힌다. 그들은 온갖

욕망에 선동되어 하찮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뭐든 남의 것을 약탈해 제 손에 넣으려고 기를 쓴다.

 

그들의 삶은 검투사의 삶과 다를게 없어, 자기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맞붙어 싸우고 있는

셈이다. 마치 짐승들의 집단 같다. 하긴 짐승들은 적어도 저기들끼리 물어뜯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는

반면, 이들은 서로를 갈기갈기 찢어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동물은 자기를 거두어 주는 주인의 말을

잘 듣지만, 이 인간들은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의 손을 미친듯이 물어뜯는다.

 

도처에 범죄와 악덕이 득실득실하다. 잘못을 저지르고 싶은 욕망은 매일매일 커지고, 적절한 자기절제는

날로 줄어든다. 더 올바른 것, 더 정당한 것에 대한 관심은 내던져지고, 욕망이 어디든 마음대로 활보한다.

이제 범죄는 남들의 눈을 꺼리지도 않고, 바로 우리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저질러진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 청정무구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넘쳐나는 감옥, 수많은 도시들을 잿더미로 만든 방화, 무시무시한 폭군들,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때는

범죄로 여겨지지만, 이제는 찬양의 대상이 되는 행위들, 한계를 모르는 정욕으로 저질러지는 강간과

성폭행, 국가간의 약속이 위반되고 조약이 파기되고, 저항할 힘조차 없는 자들에게서 힘센 자들이 닥치는

대로 거둬들이는 전리품과 사취, 도둑질, 속임수, 약속위반, 그 범죄들을 모두 다루려면 (송사를 다루는)

광장을 지금이 세 배로 늘려도 부족할 것이다.

 

만일 그 수치스런 범죄들이 요구하는 만큼 현자가 분노하는 것이 당신의 바람이라면, 그는 화를 내다가

미쳐버려야 마땅하다. 차라리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범죄에 대해 화를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어둠이 너무 깊어서 한걸음 떼어 놓기도 어려운 사람에게 화를 낸다면 어떻겠는가?  귀가 어두워 명령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면 어떻겠는가?  귀가 어두워 명령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다면? 

또래와 어울려 철없는 장난을 하며 노느라 정신이 팔려, 할 일을 소홀히 한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면?  늙고,

몸 아프고, 지친 자에게 굳이 화를 내야 한다면?

 

우리 마음을 채우고 있는 어둠, 어쩔수 없이 저질러지는 잘못 뿐 아니라, 곁길로 나가는 것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은, 언젠가 죽어야 할 운명과 같이, 인간이 안고 있는 불리한 조건들이다. 개개인에게

전부 화를 내지 않으려면, 당신은 모두를 한꺼번에 용서해야 한다.

 

인간은 어차피 잘못을 저지르게 될테니까? 이것들은 인간의 타고난 조건이자 운명이다. 육체의 병 못지

않게 마음에도 온갖 질병이 걸리는 존재,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악용하는 데는 분명 느리지도 둔하지도 않은

존재, 서로가 서로에게 악덕의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 누군가가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서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그저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던 평범한 공공도로를 따라갔을 뿐이다.

 .............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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